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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껴보기] 장애인들 교사 꿈, 진짜 장애물은 뭘까요

입력
2017.11.17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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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의무고용률 3%에 한참 모자라

8개 교육청 1%대 채용에 그쳐

지원자 미달·나쁜 성적 탓하지만

애초에 교육 지원 턱없이 부족

이동권·학습 자료 등 환경 척박

“장애인 교사를 뽑으려 해도 사람이 없는 걸 어찌할까요.”

“교사가 되고 싶은 장애인인데, 저는 꿈을 포기해야 할까요.”

지난 9일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의무고용률(지난 해 3%)을 60%도 채우지 못한 8개 시ㆍ도 교육청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전체 교육청(전국 17개)의 절반 가량입니다. 서울‧부산‧인천‧경기‧충남‧세종시교육청은 3년 연속 공표 대상에 포함됐죠. 공공기관으로서는 큰 불명예입니다.

이들은 할 말이 많습니다. 장애인 교사 희망자의 양과 질 모두 부족하다고 하소연 합니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 볼수록, 진짜 피해자는 교사의 꿈을 실현할 수 없는 교육환경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 일반 임용시험은 경쟁률이 높지만, 장애인 교사 모집은 정원에 미달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교사 임용시험 장애인 교사 모집 정원은 110명이었지만 지원자는 14명, 최종 합격은 5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나마 나은 중등교사 역시 장애인 교사 69명 모집에 97명이 지원했으나 21명만이 합격했습니다. 교육청 관계자는 “탈락된 이들 대부분은 시험점수 총점의 40%를 넘지 못해 과락으로 탈락한 경우”라며 “응시자들이 일정 기준을 넘지 못하는 현실에서 무작정 의무고용률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일부 교육청 관계자들은 “교사도 검사ㆍ경찰ㆍ소방ㆍ경호 공무원처럼 의무고용률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개인 실력만 탓하기 보다는 이들이 교사가 될 수 있는 ‘토양’이 탄탄한 지 짚어보자는 겁니다. 교육부 소속 국립특수교육원 관계자는 “일정 수준 학습능력을 갖춰 사범대나 교대에 입학한 이들이 임용고시에 실패한 이유를 단순 노력 부족에서 찾기보다 대학이 이동권 보장이나 학습 대체자료, 도우미 제공 등 장애인 학습권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 지 살펴볼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교육현장의 불편함도 장애인들이 교사의 꿈을 꺾는 한 이유로 꼽힙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전국 17개 교육청 중 10개 교육청만이 장애인 교사에 대한 보조인력 47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장애인 교사들의 보조공학기기와 장비 지원을 한 곳도 광주ㆍ대전ㆍ충남ㆍ제주 등 단 4개 교육청에 불과했습니다. 지난 5월 경기도교육청은 지체 1급 전신마비 장애인 교사에게 장애인용 컴퓨터 입력기기 등을 지급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차별 시정을 권고 받기도 했습니다. 장애인먼저실천본부 관계자는 “장애인 교사를 위한 장비를 갖춘 특수학교와 달리 환경이 척박한 일반 학교의 교사를 꿈꾸기 힘든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교육청들의 볼멘소리에 고용부 관계자는 “장애인이 교원이 될 수 없는 합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어 의무고용률 적용에서 제외할 것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학생을 가르치는 일에 신체적 장애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입니다. 의무고용률 현황에 매몰되기보다 장애인도 교사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더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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