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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주인공 많을 수록 많이 본다?

입력
2016.07.0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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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중국의 인기 소설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로 한중에서 동시 방영된다. SBS 제공
SBS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중국의 인기 소설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로 한중에서 동시 방영된다. SBS 제공

한때 영화계에서 멀티캐스팅이 유행이었다. 영화 ‘도둑들’(2012)이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등 단독주연으로도 손색없는 일급배우들을 내세워 관객몰이에 성공한 뒤 멀티캐스팅 바람이 불었다. ‘7번방의 선물’(2013)과 ‘베를린’(2013), ‘관상’(2013), ‘암살’(2015) 등 여러 주연을 앞세운 영화들이 잇달아 제작됐다. 대부분 1,000만 안팎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를 점령했다. ‘베를린’은 남북한 대결이란 묵직한 주제에도 700만 명이나 봤다. 멀티캐스팅에 대한 기대감이 흥행 동력으로 작용했다.

충무로를 풍미하던 멀티캐스팅이 드라마에서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3월 말 종방한 SBS ‘육룡이 나르샤’는 여섯 명의 주인공을 내세워 조선 건국 초기 격동의 시대상을 그려냈다. 메인 포스터에만도 유아인, 김명민, 변요한, 신세경, 윤균상, 천호진이 등장했다. 지난해 크게 인기를 끌었던 KBS2 ‘프로듀사’도 차태현, 공효진, 김수현, 아이유 등 멀티캐스팅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올해 하반기 방영을 앞둔 기대작 중에도 멀티캐스팅을 시도한 작품이 많다. 특히 20대 청춘 배우들로 진용을 갖춘 드라마들이 잇따라 안방극장을 찾을 예정이라 더욱 눈길이 쏠린다.

삼각관계 대신 ‘다각관계’ 자리 잡아

선두주자는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보보경심)다. 기획 단계부터 한류스타 이준기와 가수 아이유의 출연으로 화제몰이를 했다. 강하늘과 홍종현, 남주혁, 백현(그룹 엑소), 지수 등 충무로와 안방극장에서 주목 받은 유망주들이 합세해 스타파워가 한층 강해졌다. 맏형 이준기를 제외하면 대부분 20대 초중반 나이다. 20대 배우들을 위한 작품이 드물었던 안방극장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청춘드라마다.

원작은 중국 베스트셀러 소설 ‘보보경심’이다. 드라마는 고려 시대로 시간이동을 한 21세기 여자 해수(아이유)가 황위 계승을 놓고 다투는 8명의 황자들과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를 담는다. ‘보보경심’은 SBS 월화드라마로 편성돼 ‘닥터스’ 후속으로 내달 29일 첫 방영될 예정이다. ‘보보경심’ 제작사 관계자는 “원작 소설이 중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져 방영됐을 당시 무명이던 배우들이 단숨에 톱스타로 떠올랐다”며 “한국판 드라마의 후반작업을 진행 중인 스태프들 사이에서 배우들의 매력에 대한 칭찬이 자자해 새로운 청춘스타의 탄생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귀띔했다.

‘보보경심’처럼 멀티캐스팅을 앞세운 요즘 드라마들에는 눈에 띄는 공통점이 있다. 로맨스물이면서 여자주인공 한 명과 남자주인공 여러 명으로 인물구도가 짜인다. 삼각관계를 넘어선 ‘다각관계’다. 내달 12일부터 tvN 심야 금토드라마로 방영되는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들’(신네기)도 다각관계 로맨스다. 재벌가에 들어온 아르바이트 소녀와 꽃미남 재벌 후계자 형제 셋, 그리고 한 명의 경호원이 펼치는 한집 살이 이야기다. 홍일점은 박소담. 정일우, 안재현, 이정신이 각기 다른 매력으로 여심을 겨냥한다. 연말 방영할 KBS2 드라마 ‘화랑: 더 비기닝’(화랑)에선 고아라와 박서준, 박형식, 최민호(그룹 샤이니), 도지한이 1,500년 전 신라시대 화랑들의 열정과 사랑을 연기한다.

주연배우 박소담의 겹치기 출연 논란으로 편성에 어려움을 겪었던 드라마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들'은 내달 12일 tvN에서 전파를 탄다. tvN 제공
주연배우 박소담의 겹치기 출연 논란으로 편성에 어려움을 겪었던 드라마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들'은 내달 12일 tvN에서 전파를 탄다. tvN 제공

캐릭터 서사 탄탄… 배우들도 선호

멀티캐스팅 드라마의 증가는 중국시장의 영향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보보경심’과 ‘신네기’, ‘화랑’은 중국자본이 투입됐고 100% 사전 제작되며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방영 된다. 중국 시청자들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드라마들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중국 사극이나 로맨스소설 중엔 여자 한두 명과 남자 여러 명이 얽혀 전개되는 이야기가 많다”며 “중국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인물구도가 한국드라마에서도 시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중합작 드라마를 준비 중인 한 제작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 장르가 사극인 데다 기본 40~50부 이상의 대작이라서 등장인물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며 “멀티캐스팅이 중국 시청자들에게 익숙하게 받아들여질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멀티캐스팅 영화의 제작비가 대부분 100억원을 훌쩍 넘듯이 멀티캐스팅 드라마도 배우들의 출연료만큼 제작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막대한 제작비는 중국자본이 뒷받침해준다.

멀티캐스팅은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찾는 한국 시청자들의 요구와도 맞닿아 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과거처럼 주인공 중심의 단순한 이야기 구조는 요즘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주변인물의 에피소드도 중요하게 다루다 보니 멀티캐스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에게도 캐릭터의 탄탄한 서사는 출연을 결심하는 이유가 된다. 한 방송 관계자는 “캐릭터가 잘 잡혀 있는 멀티캐스팅 드라마의 경우 극중 역할이나 비중이 크지 않더라도 배우의 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보통 드라마에서 2~3번째 주인공을 맡을 만한 배우가 조연 캐릭터에 기꺼이 출연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물구도가 복잡해 이야기가 산만하고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보보경심’ 제작사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드라마 속 등장인물들과 빨리 친숙해져야 이후의 개별 인물의 에피소드도 이해할 수 있다”며 “주요인물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초반부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각색했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KBS2 '화랑: 더 비기닝'은 신라시대 화랑들의 성장기를 담은 드라마로 연말 방영을 앞두고 있다. KBS 제공
KBS2 '화랑: 더 비기닝'은 신라시대 화랑들의 성장기를 담은 드라마로 연말 방영을 앞두고 있다.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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