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등록 : 2017.10.14 04:40

[SF, 미래에서 온 이야기] 불가능한 것을 상상하라, 그러면 이루어질 것이다

<31>조지 루카스와 광선검

등록 : 2017.10.14 04:40

#1

‘스타워즈’ 빛의 칼싸움 장면에

레이저 플라스마 등 아이디어로

너나 없이 광선검 만들기 몰두

하버드대 연구 네이처 발표도

#2

특수효과, 디지털화의 선구자

루카스 제작자로서 능력 돋보여

제다이교, 제다이학원도 등장

영화가 곧 현실이 되는 세상

'스타워즈'의 트레이드 마크는 뭐니뭐니 해도 광선검이다. 불가사의하면서도 낭만적인 빛의 싸움은 어떤 이들에겐 과학적 오류였고, 어떤 이들에겐 꿈의 결투이며, 그리고 또 어떤 이들에겐 실현가능한 연구 대상이 됐다. 이십세기폭스 제공

아직도 기억나는 어렸을 적 신문 칼럼이 있다. 영화 ‘스타워즈’가 왜 허무맹랑한가에 대한 한 과학자의 기고였는데, 예시로 든 것이 영화에 등장하는 광선검이었다.

빛은 가다가 멈출 수 없고 서로 부딪칠 수 없으니 광선검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어린 마음에도 어리둥절했다. “가다가 멈추고 서로 부딪쳤다면 빛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과학자는 영화의 과학적 오류를 지적한 것을 뿌듯해하는 듯한 논조로 글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그러니 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보자.

광선검을 만드는 사람들

‘스타워즈’ 영화에서 광선검은 제다이라는 기사들이 쓰는 검이다. 1m가 좀 넘는 길이에 빛이 나고, 손잡이의 버튼을 누르면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생겨난다. 금속을 녹일 수 있을 정도로 뜨겁지만 어째서인지 맨손으로 손잡이를 잡을 수 있고, 검과 검끼리는 서로 부딪치며 검마다 색깔이 다르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광선검을 만드는 법에 대한 게시물과 동영상이 쏟아져 나온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투명한 재질의 검신 안에 빛나는 물질을 넣는 것이다. 대개의 광선검 장난감은 주로 이렇게 만든다. 실제로 시리즈 첫 영화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1977)에서도 그 방식을 썼다(덕분에 검이 깨질까 봐 제다이들은 조심조심 싸워야 했다). 하지만 이대로는 만족스럽지 않다. 광선검은 스위치를 누르면 위잉 하고 생겨나야 하니까.

팬을 위한 행사인 ‘스타워즈 셀레브레이션’에 모인 매니아들. 조지 루카스의 제작자로서의 능력을 여지없이 드러낸 ‘스타워즈’는 가장 성공한 영화 프랜차이즈로 꼽힌다. 팝컬처기크 커뮤니티 제공

두 번째로 떠올릴 수 있는 재료는 레이저다. 레이저는 빛나고, 켜진다. 하지만 레이저는 멈추지 않으니 검처럼 보이지 않는다. 한 가지 방법은 투명한 재질의 검신을 만들어 레이저의 일부만 눈에 보이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래서야 별다를 것이 없다.

사실, 빛은 멈춘다. 단 반사할 물질이 있을 때에만. 손잡이에서 1m 정도 거리에 작은 거울을 놓으면 어떨까? 하지만 거울을 허공에 어떻게 고정시키는가? 잠깐, 제다이는 초능력자니까 거울을 허공에 띄울 수 있지 않을까? 문제 해결! …… 아니, 아직도 문제가 있다. 영화에서 보면 제다이가 아닌 사람도 광선검을 켤 수 있다. 그리고 광선검은 레이저포인터 같은 평범한 빛이 아니라, 금속을 녹이거나 자를 만큼 뜨겁다.

전기 기술자 엘런 팬이 2015년에 만든 광선검은 지금까지 나온, 가장 광선검을 닮은 검으로 화제가 되었다. 이 검은 일종의 가늘고 길게 분출하는 화염방사기로, 메탄올과 아세톤 혼합 연료에 부탄을 추진제로 썼다. 이 검은 빛나고, 켜지고, 가다가 멈추고, 무기로 쓸 만큼 충분히 위력적이고, 금속을 녹이거나 태울 수도 있다. 거의 완벽하다! 하지만 이 검은 일반인이 쓰기에는 좀 지나치게 위험한 것 같고, 여전히, ‘부딪치지는’ 않는다.

같은 해,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퀸스대 수학물리학부 교수인 지안루카 사리는 광선검의 재료로 플라스마를 제안했다. 플라스마는 고체, 액체, 기체 다음의 네 번째 상태로, 기체에 더 큰 에너지를, 예를 들어 강력한 전기를 가했을 때 원자의 핵과 전자가 분리되는 상태를 말한다. 번개나 오로라, 형광등의 빛도 플라스마에 속한다. 플라스마는 기체 원소에 따라 고유의 빛이 있으므로 광선검 색이 다양한 것까지도 설명이 되고, 만드는 방식에 따라 저온에서 고온까지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즉, 손잡이 주위에 기체를 뿌리고 전기를 방출하면 플라스마 광선검을 만들 수 있다. 거의 된 것같다!

여전히 문제는 남아 있다. 전기발생장치 부품을 작고 견고하게 만드는 기술이 좀 더 필요하고, 검을 쓸 때마다 뿌릴 기체를 늘 들고 다녀야 한다. 그리고 여전히, 부딪치지 않는다.

그보다 2년 전,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 과학자들이 광선검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네이처에 발표한 적이 있다. 질량이 없는 광자들끼리는 상호작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익히 알려져 있지만, 이들은 광자가 상호작용하는 것을 발견했다. 루비듐 원자를 절대영도에 가깝게 냉각시킨 루비듐 원자 구름에 광자를 발사하자, 광자가 보통의 물질처럼 서로 밀치고 방향을 바꾸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물론, 이 이른바 광분자는 아직 ‘부딪치기만’ 할 뿐이고 생성 조건도 까다롭다. 하지만 빛이 상호작용할 수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연구발표 기사에는 제다이와 다스베이더가 광선검으로 싸우는 사진이 도배되었다.

1977년 가장 먼저 만들어진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의 원년 출연배우들. 왼쪽부터 루크 스카이워커 역의 마크 해밀, 레아 공주 역의 캐리 피셔, 한 솔로 역의 해리슨 포드. 이십세기폭스 제공

원년 멤버들이 38년이 지난 2015년 '스타워즈 에피소드 7: 깨어난 포스' 개봉을 맞아 세계 최대 만화축제인 ‘샌디에이고 코믹 콘’에서 나란히 자리했다. 게이지 스키드모어 촬영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스타워즈’는 헐리우드 영화 사상 최초의 대규모 특수효과 블록버스터로, “가장 성공적인 영화 프랜차이즈”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슈퍼맨’과 같은 히어로 만화와 마찬가지로, 신화가 없는 미국에서 실상 신화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당시 조지 루카스의 시놉시스는 ‘황당무계하다’는 이유로 영화사마다 퇴짜를 맞았고, 이십세기폭스사는 투자를 결정한 뒤에도 전혀 성공을 기대하지 않았기에, 루카스의 봉급을 줄이는 조건으로 판권을 넘겨줘 버렸다. 결과적으로 루카스는 지금까지도 돈방석에 앉게 되었으니, 성공을 기대하지 않았기에 판권을 헐값에 팔아버린 ‘슈퍼맨’ 원작자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간 셈이다.

사실 루카스의 창작자로서의 재능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는 편이다. 첫 작품인 ‘스타워즈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1977)도 초안이나 감독 편집본은 형편없었다고 하고, 보다 명작으로 알려진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희망’(1980)과 ‘스타워즈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1983)의 감독은 루카스가 아니라 각기 어빈 커슈너, 리처드 마퀀드다. 또 다른 성공작인 ‘인디아나 존스’의 감독도 스티븐 스필버그이며, 그가 감독으로 전권을 쥐고 1999~2005년에 만든 프리퀄 ‘스타워즈’ 1,2,3편의 작품성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는 편이다.

조지 루카스가 각본을 쓰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을 맡은 ‘인디아나 존스 3’. UIP 코리아 제공

하지만 그의 기획력과 아이디어가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은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스타워즈’는 특수효과 면에서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꾸었고, 영화산업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동시켰다. 영상, 음향 규격인 THX는 루카스가 ‘스타워즈’의 영상과 음향을 최대한으로 보여주기 위해 처음 만든 것이며, 이를 최초로 적용한 영화가 ‘제다이의 귀환’이다. THX는 또한 홈시어터 기기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루카스의 컴퓨터그래픽(CG)팀은 후에 애니메이션 업체의 대명사인 픽사의 창립멤버가 되었다. 한편 루카스가 게임산업에 진출해 만든 어드벤처 게임 ‘원숭이 섬의 비밀’은 고스란히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2015년에 ‘스타워즈 에피소드 7: 깨어난 포스’를 감독한 J.J. 에이브럼스는 전작의 주연뿐 아니라 전 스태프진이 전설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그는 주연이었던 마크 해밀, 캐리 피셔, 해리슨 포드뿐 아니라, 전작의 스태프를 모두 새 영화에 불러들였다. 얼굴이 전혀 나오지 않는 츄바카 역의 피터 메이휴, 로봇인 3PIO의 앤서니 대니얼스가 다시 불려왔고, R2D2의 케니 베이커도 자문으로 참여했다(이 작품은 그의 유작이 되었다). 초기 ‘스타워즈’를 디자인한 아티스트의 아들 딸들이 부모님의 일을 계승해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에이브럼스는 전작의 가치를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현대에 맞는 새로운 이야기와 영웅들을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무수한 스타배우들이 얼굴조차 나오지 않는 단역을 맡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이먼 페그, 다니엘 크레이그, 휴 잭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스톰 트루퍼 가면이나 분장을 하고 카메오로 참여했다.

레아 공주 역의 캐리 피셔는 2016년 12월, ‘깨어난 포스’를 유작으로 사망했다. 그녀가 죽자 시민들은 미국 전역에서 광장에 모여 손에 손에 광선검을 들고 그녀를 추모했다.

이 쟁쟁한 배우들도 '스타워즈'에 출연했었다. 단, 배우 얼굴은 보이지 않는 스톰 트루퍼 역할로. 왼쪽 사진부터 다니엘 크레이그, 휴 잭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지금, 제다이가 되는 방법

현재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는 제다이가 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제다이학원이 있다. 2004년에 루마니아에서 학원이 처음 생긴 것을 시작으로, 이탈리아의 루도스포트광선검술학원, 싱가포르의 포스아카데미 등지에서 제다이의 철학과 함께 광선검술을 배울 수 있다. 어쨌든 저작권 침해인 셈이라 루카스필름이 작년에 미국 내의 몇 사설학원에 소송을 걸기도 했다.

광선검술을 가르치는 싱가포르 포스아카데미에서 참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포스아카데미 제공

실제로, 세계 곳곳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제다이교 신도로 부르고 있다. 2001년, ‘인구조사에서 제다이교라고 답해서 제다이를 정식 종교로 만들자’는 운동이 일어나 영국의 인구조사에서 거의 40만 명이 자신의 종교를 ‘제다이교’라 써 내기도 했다. 이는 실상 영국 종교 중 네 번째로 많은 숫자다. 같은 해 호주에서 7만 명, 캐다나에서 2만 명, 뉴질랜드에서 5만 3,000명이 자신을 제다이교라 답했다. 세계 각국에 비공식 제다이교 사원과 단체들이 있고, 이들은 정식 종교로 인정받기 위해 청원을 계속하고 있다. 지금도 제다이교로 답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영국 통계청에서는 제다이교 식별코드를 따로 두고 있다.

2017년 7월, 디즈니에서 진행한 D23엑스포에서는 스타워즈 VR 게임이 공개되었다. 이 VR 기기의 이름은 ‘스타워즈: 제다이 챌린지’다. 이후, 가상현실 안에서 우리들은 현실의 모든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광선검을 들고 싸울 수 있을 것이다. 그 검은 빛나고, 켜지고, 가다 멈추고, 자르고 녹이며, 서로 부딪칠 것이다.

그래서 다시 묻겠는데, 뭐가 불가능하다고?

김보영ㆍSF 작가

조지 월턴 루카스 주니어

1944년 5월 14일~ 미국의 영화제작자이자 기업가, 2012년까지 루카스필름의 CEO였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영화예술학교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와 친구가 되었다. ‘스타워즈’와 ‘인디아나 존스’의 대성공으로 미국 영화계에서 가장 성공한 영화 제작자 중 한 명이 되었고, 루카스아츠를 설립하여 게임산업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2012년부터는 블록버스터 영화 제작에서 은퇴하며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를 디즈니에 매각한 뒤 자문 일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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