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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 직전 광주 치안은 안정적” 경찰, 전두환 회고록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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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 직전 광주 치안은 안정적” 경찰, 전두환 회고록 반박

입력
2017.10.1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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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증언 등 정리 보고서 발표

“軍 기록은 상당 부분 조작ㆍ왜곡”

조작된 ‘전남도경 상황일지’ 무기고 탈취 기록 전남경찰청 제공
조작된 ‘전남도경 상황일지’ 무기고 탈취 기록 전남경찰청 제공

경찰이 1980년 5ㆍ18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현장에서 활동하던 경찰관 증언과 새로운 기록 등을 찾아 정리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가기관인 경찰이 공식적으로 정리한 첫 보고서를 통해 “당시 광주는 치안부재로, 부득이하게 군을 보냈다”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 내용을 정면 반박했다.

전남경찰청은 11일 5ㆍ18 직전 광주의 치안 상황과 계엄군의 과격 진압, 시위대의 무기 탈취 과정, 북한군 개입설 등에 대한 경찰 기록과 근무자 증언 등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치안부재를 지적한 전두환 회고록의 진위여부를 가리기 위해 경찰은 올 4월부터 5개월여간 경찰활동조사 전담(TF)반을 구성했다.

이 보고서는 당시 현장에서 근무했던 137명 전직 경찰관의 증언과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치안본부 전남사태 관계기록, 경찰 내ㆍ외부 서류, 광주시 등을 시간대별로 정리했다.

이날 TF팀은 “5ㆍ18 직전 광주시내가 학생시위로 무질서해 군의 개입이 불가피했다거나 시위대의 총기탈취와 무장으로 인해 계엄군이 집단 발포를 했다는 군 기록은 상당 부분 조작ㆍ왜곡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30년 비공개로 설정된 경찰감찰자료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5ㆍ18 직전 광주치안은 안정적이었고 경찰 요청이 아닌 군 자체 판단에 따라 1980년 5월 18일 오후 4시부터 계엄군의 광주 진압작전이 시작됐다. 또 시민들이 최초로 경찰관서의 무기를 탈취한 시점도 5월 21일 낮 계엄군의 도청 앞 집단 발포 이후인 5월 21일 오후 1시30분 나주 남평지서로 기록됐다.

특히 전남경찰국 소속 경찰관들이 10일간의 비극적 현장을 함께 하며 생명을 위협받는 위험한 상황 속 업무를 수행하면서 겪은 증언도 눈길을 끌었다. 당시 한 증인은“신 군부 관계자로부터 이제까지 본 것을 밖에서 발설하면 죽을 수 있다”는 협박을 당했고, 또 다른 증인은 “무자비한 일부 군인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화가 치밀려 올랐다”고 증언했다.

‘북한군 개입설’도 사실무근 등 상식 밖의 주장으로 간주했다. 광주에는 130여명의 정보ㆍ보안 형사들이 활동함과 동시에 시내 주요 지점 23곳에 정보센터가 촘촘하게 운영되고 있는 시점에서 수백 명의 북한군이 활동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강성복 전남경찰청장은 “전두환 회고록이 광주사태 초기 경찰력 무력화와 책임론을 강조했지만 자료와 기록이 없어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며“더 늦기 전에 생존 경찰관의 증언을 확보하고 혹시 남아 있는 자료를 수집, 역사왜곡을 바로 잡는 등 진실규명을 위해 활동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강 청장은 “포고령 위반자 검거와 신군부의 과잉행위 등에 경찰의 미흡한 조치에 대해서도 반성과 사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당시 시민에 대한 발포 명령을 거부해 ‘5ㆍ18 숨은 영웅’으로 불리는 고 안병하 경무관의 행적도 재조명됐다. 안 경무관은 시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는 소신 있는 지휘관이었고, 상부 강경 진압 명령을 거부하는 등 경찰 무장으로 인한 더 큰 비극을 막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5월 20일 소극적으로 대응해 상황을 악화시켰다며 직무유기 혐의로 체포돼 직위해제된 뒤 고문 후유증 등으로 1988년 숨을 거뒀지만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재조사를 통해 1992년 5ㆍ18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무안=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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