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대구-경북 공천 면접
유승민-이재만 대화 없이 신경전
대구 동구을 예정 넘겨 40분 진행
‘역풍 맞을라’ 진박 입조심 모드
물갈이 거론 의원 “朴 성공 위해”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된 현역 의원들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강조하고, 예비후보들은 논란이 됐던 ‘진박(眞朴ㆍ진실한 박근혜 사람들)’ 마케팅을 부정한 시간이었다. 26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대구ㆍ경북(TK) 총선 공천신청자 면접 분위기를 요약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이날 면접은 하루 종일 팽팽한 긴장 속에서 열렸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이 맞붙은 대구 동구을 면접은 40여분이나 이어졌다. 원래는 15분 예정이었다. 공천관리위원들의 질문은 유 의원에게 집중됐다. 특히 2015년 4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왔다. 당시 유 의원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정부의 국정기조를 신랄하게 비판해 박 대통령과 등을 돌린 계기가 됐다. 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런 면접장 분위기를 전하면서 “당의 정강정책에 위배된 바는 전혀 없다는 말씀을 거듭 드렸다”고 말했다. 반면 이 전 청장은 “대통령이 충분히 일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유 의원을 겨눴다. 면접 전 대기실 앞 복도에서 만나 악수한 두 사람은 대화를 따로 나누진 않았다.
‘6인의 진박연대’로 불린 대구 지역 예비후보들은 이날 진박 마케팅을 전면 부정했다.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운 것이 도리어 역풍을 맞고 지역에서 우호여론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청장은 “진박 마케팅을 했다고 스스로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해본 적도 없다”고 했고,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대구 동구갑)은 “그런(진박) 용어나 개념은 (언론보도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중남구)은 “지역에서 뛰어다녀보면 (친박ㆍ비박) 계파 대리전 같은 것은 없다”고 했고,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서구)은 “진박은 언론에서 만든 용어다. 내 입으로 (진박을) 얘기한 적이 없다”고 했다.
반면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는 초선 의원들은 현 정부 성공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김상훈 의원(서구)은 “18대 대선 때 서구가 전국 광역시 중 득표율 1위”라고 했고, 권은희 의원(북구갑)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위해 최선을 다 했다고 답변했다”고 소개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대구ㆍ경북의 주민들의 이슈는 ‘너희들 쉽게 당선시켜 놨더니 (박근혜 정부를 위해) 뭘 했느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또 “19대 국회가 국민적 분노의 대상이다. 분노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그대로 공천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자격심사를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현역 물갈이론을 거듭 제기했다.
한편 이 위원장이 전날 농담임을 전제하면서 “대구만 해도 12명인데 어떻게 6명밖에 안 날라가나. 그것밖에 안 날리냐”고 말한 데 대해 현역들의 불만은 컸다. 한 의원은 “지금 그럴 농담할 분위기냐”고 했고, “이 위원장이 직을 즐기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유 의원은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서상현기자 ls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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