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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공원 이어진 길 300㎞, 마음껏 걷고 뛰는 정원 속 도시

입력
2017.04.0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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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부터 파크 커넥터 추진

2030년엔 400㎞까지 연장

비좁은 도시국가에 활력소

100만㎡ 규모 간척지에 세운 인공정원 ‘가든스 바이 더 베이’

2012년 개장 후 3000만명 방문

공공시설 넘어 주요 관광자원

지난달 25일 자전거를 탄 싱가포르 시민이 싱가포르 중앙지구 비샨 앙 모 키오 공원 내 파크 커넥터(PCN)를 통과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자전거를 탄 싱가포르 시민이 싱가포르 중앙지구 비샨 앙 모 키오 공원 내 파크 커넥터(PCN)를 통과하고 있다.

세계 주요 도시들이 경쟁적으로 보행친화도시 만들기에 분주하다. 지난 세기 도시ㆍ교통 계획의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메트로폴리스들은 도심 접근성을 높여 경제활성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사회 공동체 복원까지 이루는 인간 중심의 21세기형 도시 정책을 펴고 있다.

내달 20일 개통을 앞둔 서울역 고가보행로 ‘서울로 7017’이 대표적이다.

싱가포르 역시 이 분야에서 두드러진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1992년부터 도시 전체의 공원 녹지를 연결하는 파크 커넥터(Park Connector NetworkㆍPCN)가 특히 눈에 띈다. 서울시 면적과 비슷한 도시국가 싱가포르의 보행환경을 최적의 상태까지 끌어올린 사례다. 현재 300㎞의 PCN이 조성돼 있고 2020년까지 360㎞로, 2030년까지 400㎞로 구간을 연장할 계획이다.

토요일인 지난달 25일 오전. 싱가포르 중앙지구 비샨 앙 모 키오 공원은 산책이나 운동을 즐기는 시민들로 활력이 넘쳤다. 이날은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3도까지 오른 무더운 날씨였지만 땀이 밴 운동복 차림으로 걷거나 뛰는 사람들, 또는 자전거 행렬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비샨 앙 모 키오 파크 커넥터 인근에서 조깅 중이던 대럴 캉(41)은 “영토가 작아 운동할 곳이 마땅치 않은 싱가포르에서 PCN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정책”이라며 “PCN 덕분에 교통 혼잡 걱정 없이 최소 주 1회는 장거리 운동을 한다”고 말했다.

PCN은 일반인이 자주 이용하지 않는 공터와 배수로를 중심으로 위치한 녹지축이다. 상업ㆍ공업 용지, 교통시설 등 토지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한 섬나라 싱가포르에서 기회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보행로와 녹지를 동시에 늘리는 방법인 셈이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공중산책로 OCBC 스카이웨이에 오른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공중산책로 OCBC 스카이웨이에 오른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이 같은 싱가포르의 도심 녹지 확보는 시민 공공시설 확충 차원을 넘어 싱가포르의 주요 관광자원으로까지 발전했다. 2012년 6월 문을 연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그린’과 ‘보행’으로 수렴되는 싱가포르 도심 녹화 사업의 결정체다. 지난달 23일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 만난 영국인 자넷 레이(72)ㆍ조지 레이(79) 부부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세팅 돼 있다”며 “조경 구성도 완벽해 장시간 걸어도 전혀 힘들지 않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신도심 마리나 베이 구역에 조성된 대규모 정원 단지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건물 바로 뒤에 있다. 파크 커넥터를 통해 대부분의 싱가포르 공원이 연결되듯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에서 가든스 바이 더 베이도 보도로 이어져 있다.

100만㎡ 규모의 마리나 베이 간척지에 세워진 대규모 인공정원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베이 사우스와 베이 이스트, 베이 센트럴로 나뉜다. 현재는 베이 사우스만 먼저 완공돼 영업 중이다.

총 54만㎡ 규모인 베이 사우스는 8,000㎡ 규모의 클라우드 포레스트, 1만2,000㎡ 크기의 플라워 돔 등 실내 식물원과 공중 산책로(OCBC 스카이웨이) 등을 유료시설로 갖추고 있다. 실내 식물원 두 곳의 입장료가 28싱가포르 달러(약 2만2,000원), 공중 산책로 입장료가 8싱가포르달러(약 6,400원)다. 나머지 공간은 무료 야외공원들로 구성돼 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싱가포르의 녹지 정책이 단순히 나무를 많이 심는 정책이 아님을 보여 준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시민에게 최대한 다양한 녹색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자 싱가포르의 떠오르는 관광 수입원이다. 2012년 6월 개장 이후 지난해까지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누적 방문자 수는 3,000만명에 이른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실내 식물원은 온실이 아닌 지중해성 기후와 고산지대에서 서식하는 식물을 위한 ‘냉실’이다. 싱가포르 기후에서 서식할 수 없는 식물은 물론 멸종 위기의 희귀 식물도 다수 볼 수 있는 곳으로, 시민과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이날 플라워 돔에서 만난 싱가포르 시민 에이미 코(60)는 벚꽃에 흠뻑 빠져 있었다. 24일까지 2주간 열린 ‘체리 블라섬’ 이벤트를 보기 위해 가든스 바이 더 베이를 찾은 그는 “벚꽃이 만발한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변덕 심한 날씨 때문에 개화 시기를 정확히 맞춰 감상하기가 힘든데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꽃을 볼 수 있는 게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25~50m 높이에 달하는 철제 인공구조물에 16만개 이상의 식물을 심어 나무 모양으로 만든 ‘슈퍼트리’ 2곳을 보행로로 연결한 OCBC 스카이웨이도 붐비는 인파로 엘리베이터를 한참 기다린 끝에야 오를 수 있었다. 싱가포르에 10년째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김명수(41)씨는 “공원 내 조경뿐 아니라 도심 쪽을 바라보는 전망도 훌륭해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 종종 이 공중 산책로를 찾는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국가 설립 초기부터 녹색 도시를 지향해 왔다. 걷기 좋은 정원과 섬세한 녹지축을 갖춘 이 도시는 걸을수록 더 잘 보인다. 싱가포르 정부가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베이 사우스를 완성하는 데 5년이 걸렸고 총 10억 싱가포르달러(약 8,000억원)가 투자됐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홍보 담당인 지나인 탄은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조경이나 식물원에 관심이 없던 일반 관광객까지 끌어들이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며 “150년 역사를 지닌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이 연구와 보존을 목적으로 한다면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엔터테인먼트 성격이 강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글ㆍ사진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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