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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Biz리더] “앱 경제 찾아라” 잡스 조언따라 클라우드 컴퓨팅 개척

입력
2017.08.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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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에 게임회사 차리고

대학 재학 중 애플서 근무

오라클 입사 1년 만에 ‘최고 사원’

3년 뒤엔 마케팅 부사장 승진

엔지니어 3명과 세일즈포스 창업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시장 개척

“패키지 소프트웨어는 끝” 선언

전문가 예상 뒤엎고 성공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CEO. 세일즈포스 유튜브 영상 캡처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CEO. 세일즈포스 유튜브 영상 캡처

‘고교 시절 소프트웨어 회사를 만들고 세계적 기업에 입사하자마자 ‘올해의 최고 신입사원’으로 선정된 사람. 26세에 최연소 부사장으로 승진했지만 그만두고 새 회사를 설립한 뒤 18년 만에 기업가치 50조원이 넘는 회사로 키운 사람. 일 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고 자선사업에도 앞장서는 사람.’

영화에나 나올법한 화려한 경력의 주인공은 바로 세계적인 고객관계관리(CRM)기업 ‘세일즈포스’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베니오프(53)다. 영업사원에서 시작해 클라우드(가상저장공간) 컴퓨팅계의 개척자가 된 그는 2012년 아마존ㆍ구글 같은 세계적 기업의 CEO를 제치고 미 경제전문지 포춘과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올해의 기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포브스도 2013년과 2014년, 그리고 올해 세일즈포스를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았다.

‘최연소 부사장’ 내던지고 나선 창업

196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베니오프는 어린 시절부터 ‘신동 프로그래머’로 불렸다. 15세 때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으로 컴퓨터를 사고 ‘리버티 소프트웨어’라는 게임 회사를 세웠다. 그는 자신의 저서 ‘비하인드 클라우드’에서 “당시 게임 판매로 새 차를 사고 대학 입학금을 충당하기 충분한 1,500달러의 수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사우스캘리포니아 대학 경영학과 재학 중이던 스무 살에는 애플 매킨토시 사업부에서 일하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86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 눈에 띄어 스카우트됐고, 1년 만에 ‘올해의 오라클 최고 신입사원’에 뽑혔다. 뛰어난 사업추진 능력으로 3년 뒤엔 마케팅 분야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때가 그의 나이 26세다. 그가 세운 ‘오라클 역대 최연소 부사장’ 기록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에 만족할 수 없었던 그는 99년 돌연 장기휴가를 낸 뒤 하와이로 떠났다. ‘인터넷은 사람들의 많은 습관을 바꿨는데 기업이라고 못 바꾸겠는가’라며 고민하던 그는 기업들이 인터넷망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빌려 쓰고 데이터도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종합서비스를 고안해냈다. CD 등으로 구성된 ‘패키지 소프트웨어’가 아닌,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를 이용료를 낸 뒤 사용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oftware as Service)’ 일명 ‘SaaS’의 시작이었다.

베니오프는 엔지니어 3명을 영입한 뒤 좁은 원룸을 빌려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에 앞서 그는 애플에서 일할 당시 상사인 스티브 잡스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당시 잡스는 ▦24개월 안에 10배 이상 성장해라 ▦서비스 즉시 대형 고객을 잡아라 ▦애플리케이션(앱) 경제를 창조하라는 세가지 조언을 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베니오프가 “앱 경제가 뭐냐”고 묻자 잡스는 이렇게 답했다. “나도 모른다. 그걸 찾아내는 게 당신의 임무다.”

이후 베니오프는 2008년 세계 최초로 앱 형태의 CRM 서비스를 제공했고, 애플 앱스토어처럼 세일즈포스만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거래소인 ‘앱익스체인지’도 개설했다. 현재 이곳에는 3,000개 이상의 기업 앱이 거래되고 있다. 그는 2013년 북미 최대 정보기술(IT) 스타트업 행사인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에서 “회사를 설립할 때 잡스가 많은 영감을 줬다”며 “그 없이는 기업용 클라우드 앱 서비스도, 세일즈포스도 태어날 수 없었다”고 단언했다.

‘업계 퇴출’ 우려 딛고 CRM 1위 등극

베니오프는 SaaS 중에서도 특히 고객관계관리(CRM) 부분에 주목했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고객 데이터베이스 관리를 통해 차별화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CRM은 영업 사원별로 흩어져있던 고객의 정보를 통합 관리하고 각 회사별 고객에 맞는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간 CRM을 설치하기 위해선 데이터센터 같은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 패키지까지 구입ㆍ설치해야 하고 관리비도 만만치 않아 중소기업에겐 ‘그림의 떡’이나 다름 없었다. 베니오프는 CRM을 기업 데이터센터에 직접 설치하는 대신 클라우드 서버에 두고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수백만 달러를 들여 설치해야 해 대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CRM을 클라우드로 옮겨 중소기업도 저렴한 값에 이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셈이다. 지금도 세일즈포스의 월 이용료는 75달러(8만5,000원·프로페셔널 에디션 기준) 수준이다.

베니오프가 99년 오라클 임원 자리를 박차고 나오며 “기업용 패키지 소프트웨어는 끝이 났고 이제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공언했을 때만 해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코웃음을 쳤다. 동료들 사이에선 “베니오프가 곧 업계에서 퇴출될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18년이 지난 지금 SaaS 기반 CRM 시장은 오히려 확장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CRM을 자체 데이터센터에서 운영하는 기업이 현재 40% 수준에서 2020년엔 25%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많은 수의 기업이 클라우드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CRM 시장 규모는 2014년 234억달러(약 28조6,000억원)에서 올해는 365억 달러(약 30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앞으로도 세일즈포스의 성장은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세일즈포스는 2015년 기준 CRM 시장의 19.7%를 차지하며 업계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고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CRM에 있어서는 세일즈포스에 밀린다. 구글, 페이스북,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세계적인 기업을 포함해 15만개 이상의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세일즈포스의 지난해 회계연도 매출액은 67억달러(약 7조6,000억원)였다. 올해는 전년 대비 26% 상승한 84억달러(약 9조5,000억원)로 예상된다. 2004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세일즈포스의 시가총액은 9일 기준 642억 달러(약 73조원)에 달했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자선사업가

베니오프는 성공한 사업가보다 ‘자선사업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창립 후 ‘1/1/1 모델’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자본의 1%와 제품의 1%를 사회에 환원하고 전 직원이 업무시간의 1%를 자원봉사 활동에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구글을 비롯한 여러 기업도 이 모델을 벤치마킹 했다.

이 밖에도 그는 세계 각국 비영리단체에 자사 애플리케이션 제품을 기부하고 매년 샌프란시스코 공립학교에 거금을 기부하고 있다. 어린이병원 건립을 위해 개인 재산 1억달러(1,140억원)을 내 놓으며 ‘세계 10대 기부자’에도 이름을 올렸다.

베니오프는 공식 석상에 설 때마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윤 창출보다 큰 ‘기업의 의무’를 가져야 한다”며 “비즈니스의 핵심은 세상을 보다 살만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같은 경영 철학 덕분일까. 세일즈포스는 매년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지난해 9월 포브스 표지에 실린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 포브스 캡처
지난해 9월 포브스 표지에 실린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 포브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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