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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정책만큼 미혼모 자립도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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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정책만큼 미혼모 자립도 중요해요”

입력
2017.05.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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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의 날 두가지 풍경

“배 아파 낳은 아이 버릴 때보다

키우기로 결정한 삶이 더 힘들어”

‘싱글맘의 날’ 모임 7년째 열려

기초생활수급자 중복 수혜 금지

부양의무자 폐지 선순위 포함 등

싱글맘 경제적 문제 해결 시급

11일 서울 서대문구 동방사회복지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입양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국내외로 입양된 아이의 수는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1,057명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11일 서울 서대문구 동방사회복지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입양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국내외로 입양된 아이의 수는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1,057명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배 아파 낳은 아이를 버리는 사람보다 아이와 함께 미혼모의 길을 선택한 사람이 더 손가락질을 받고 힘든 삶을 살아간다면 비상식적인 사회 아닐까요?”

11일은 보건복지부가 제정한 ‘입양의 날’이다. 해외 입양을 줄이고 국내 입양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로 2006년부터 마련된 날이다. 이날 인천시에서 입양 문화 조성을 위해 입양 가족 행사가 진행됐고, 12일에는 서울시 아동복지센터에서, 13일에는 복지부에서 공식행사가 열린다.

그런데 이날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싱글맘과 이들을 응원하는 100여명이 또 다른 공간에서 모임을 가졌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7회 싱글맘의 날 컨퍼런스’ 자리였다. ‘입양의 날’에 맞춰 이들이 ‘싱글맘의 날’을 지정한 데는 이유가 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자신의 아이를 키울 권리가 있고, 아기 역시 친부모 품에서 자랄 권리가 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다.

싱글맘들은 여전히 아이와 자신의 미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딸 지혜양을 홀로 키우고 있는 A(24)씨도 미혼 출산에 대한 정보 부족과 두려움으로 갓 태어난 아이를 종교단체의 베이비박스에 맡겼다가 2주 만에 되찾은 경험이 있다. A씨는 “미혼모 정책과 지원 단체가 잘 알려져 있었다면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기진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A씨는 현재 대학 복학의 꿈을 잠시 접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월세와 양육비를 충당하며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학교 생활을 병행하는 것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입양 정책을 탄탄히 해서 버려진 아이들이 새로운 가정을 찾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미혼모나 미혼부가 아이를 버리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도 더 없이 중요하다는 게 그들의 호소다. 신옥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는 한부모가족 지원법과 중복지원을 받을 수 없는데, 지원 혜택이 기초생활수급자가 더 크니 미혼모들이 자립을 위한 노력보다 수급자를 택하게 된다”며 “미혼모의 경제 활동을 돕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대표는 “새 정부 정책인 부양의무자 폐지의 우선 순위에 미혼 임산부가 포함돼야 미혼모가 처한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아동 입양을 최소화하고 원가정에서 양육되는 것을 지향하지만 아직은 제도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가정 형편 탓에 입양 보내기를 고려하는 부모를 적극적으로 상담해 기초생활 및 차상위 복지급여 등 저소득층 지원 제도를 안내해 입양을 최소화하는 내용의 매뉴얼을 제작해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하기로 했다. 유주헌 보건복지부 아동정책과장은 “아동 보호의 관점에서 원가정 양육 지원을 늘리고 정보 부족도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7회 싱글맘의 날을 맞아 ‘미혼모의 권리가 아동의 인권이다’는 주제로 컨퍼런스가 열렸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제공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7회 싱글맘의 날을 맞아 ‘미혼모의 권리가 아동의 인권이다’는 주제로 컨퍼런스가 열렸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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