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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가장한 민박 '안전 무방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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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가장한 민박 '안전 무방비'

입력
2018.02.26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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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숙박업과 달리 신고제

농어촌 주택에 누구든지 가능

비상구 등 설치 의무 없고

신원 미확인 직원이 관리까지

제주에만 4년새 2배 이상 증가

“기본 안전시설 의무화 필요”

투숙객 살해 사건이 발생한 농어촌민박집인 제주 구좌읍 S게스트하우스. S게스트하우스 홈페이지 캡쳐
투숙객 살해 사건이 발생한 농어촌민박집인 제주 구좌읍 S게스트하우스. S게스트하우스 홈페이지 캡쳐

“비상구? 없었는데요.”

제주 숙박업소에서 2016년부터 1년간 일했다는 유모(27)씨는 비상구가 있었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짧은 1년이지만 2~4층 규모 숙박업소 3곳에서 일했다는 그는 어디서도 비상구 유도등을 본 기억이 없다. 그는 “다들 게스트하우스라고 불렸지만 사실은 민박집”이라며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비상구 같은 기본적인 안전설비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달 초 발생한 제주 게스트하우스 관광객 살인 사건 이후 관광지 투숙객 안전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농어촌민박은 안전시설이 미미하고, 아무나 뽑아 일을 시키는데도 제주 등 인기 관광지에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어촌민박(민박)은 일단 게스트하우스와 같은 일반 숙박시설에 비해 안전 조치가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민박은 농어촌 소득을 늘리기 위한 취지로 단독주택을 숙박업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으로, 게스트하우스와 같은 숙박시설로 분류되지 않는다. 당연히 숙박시설에 설치해야 하는 시각경보기나 가스누설경보기 등의 설치 의무가 없으며, 2층 이상 숙박시설이 갖춰야 할 비상구가 없어도 된다. 화재가 나면 지난달 20일 발생했던 서울 종로 여관 화재처럼 다수 인명피해가 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법적으로는 직원 고용도 해선 안 된다. 민박은 원래 주인이 직접 거주하면서 손님들을 관리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제주 장기 여행객에게 숙박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불법 고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렇다 보니 근로계약서 작성은커녕 신분증도 확인하지 않고 직원을 들이는 곳이 태반이라고 한다. 대부분 외관상 게스트하우스로 꾸며 놓기 때문에, 손님들의 항의나 신고 부담도 없다. 제주 한 숙박업체 직원으로 일하는 박모(21)씨는 “마음만 먹으면 이름 나이 모두 속이고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민박은 계속 늘어난다. 허가제인 일반숙박업과 달리 신고제로 운영되기 때문인데, 특히 제주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2013년 1,449개소던 제주 농어촌민박은 지난해 3,497개소로 4년간 2.4배 이상 증가했다.

[저작권 한국일보]제주 농어촌민박 현황. 강준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제주 농어촌민박 현황. 강준구 기자

이들 대부분이 일반 숙박업소로 가장한다는 점도 문제다. 제주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도 처음에는 단순 게스트하우스 직원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은 정체가 민박집에 불법 고용된 직원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농어촌지역 등에 단독주택만 가지고 있으면 농어민이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농어촌민박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 등은 이제서야 심각성을 인식, 점검에 나서고 있다. 살인 사건이 벌어진 제주도청 특별자치경찰단은 19일부터 이달 말까지 농어촌민박 중 상호명이 ‘게스트하우스’인 200여곳을 지도, 점검해 22일까지 위법 행위 52건을 적발했다. 경찰단 관계자는 “민박 같은 곳에도 기본 안전시설 등을 갖추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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