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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재능대회] 대상 중증뇌성마비 임현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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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재능대회] 대상 중증뇌성마비 임현수군

입력
1999.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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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이드을과… 밖에서… 뛰어노올… 수 없어서 커엄퓨터르을… 가지고 노오는 시간이 많다…보오니 자연히 커엄퓨터르을… 좋아하…게 되었지요오』최근 한국정보문화센터가 주최한 제3회「 컴퓨터 재능대회」에서 중·고등부 개인부문 대상을 받은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 임현수(19·청원고3)군. 일상 생활에서는 어느 것 하나 제 손으로 할 수 없는 불편한 몸이지만 컴퓨터 세상속에서 만큼은 그는 더이상 장애인이 아니다.

임군이 컴퓨터와 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3학년때. 누나(21)의 대학 입학 선물로 사준 컴퓨터는 바깥 나들이가 쉽지 않은 임군에게 더없이 좋은 놀이동무가 됐다. 게임에만 푹 빠져있던 임군은 지난해 초 부모님을 졸라 PC통신에 가입한 뒤 인터넷을 통해 본격적으로 컴퓨터 공부를 시작했다.

『지난해 여름방학때였죠. 컴퓨터앞에서 한참을 끙끙대던 현수가 갑자기 흥분한 목소리로 식구들을 불러모으는 거예요. 저 혼자 힘으로 인터넷 홈페이지란 걸 만들었다면서…』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일반 학교에서 줄곧 공부해온 임군을 뒷바라지하느라 마음고생이 많았던 어머니 정영애(44)씨는 그날 아들의 표정에 가득하던 자랑스런 웃음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한다.

임군은 이때 만든 홈페이지 「컴퓨터 세상」으로 지난해 말 대덕대가 주최한 고교생 홈페이지 경진대회에서 은상을 받았다. 임군은 『뜻밖에 큰 상을 받으면서 컴퓨터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한다.

얼굴이 모니터에 닿을 정도로 상체를 잔뜩 숙여야 간신히 마우스를 쥘 수 있고, 왼손을 아예 쓸 수 없어 타자도 오른손 손가락 2개로 쳐야 하는 형편이지만 이젠 제법 요령이 붙어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단다.

임군은 현재 홈페이지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법을 알려주는 「웹 위저드」(wiz.iandp.co.kr)를 운영하고 있다. 올초 개설한 이 사이트는 네티즌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방문자수가 벌써 8만명을 넘어섰고, 요즘은 하루 1,000여명이 찾고 있다. 「야후!코리아」의 추천사이트로도 소개됐고, 월간 「하우피씨」가 뽑은 올 상반기 「베스트 웹 사이트」에도 올랐다.

임군은 유명세에 답하기 위해 새로운 내용을 업데이트하고, 방문객들이 전자메일로 보내온 질문에 일일이 답장을 해주느라 밤잠까지 설치고 있다.

이 때문에 코앞에 닥친 수학능력시험 준비는 뒷전이어서 부모들의 걱정이 태산이지만 잔소리를 최대한 자제하고 있단다. 공책 필기는 물론, 시험답안 작성까지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해 학교 공부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 임군이 인터넷 세상에서 얻은 성취감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알기 때문이다.

『몸이 불편해 할 수 없었던 많은 일을 이제는 컴퓨터를 통해 방안에 앉아서도 다 할 수 있어요. 낯선 사람들과 만나 좋아하는 영화나 음악, 게임 얘기를 실컷 나누고 편지도 주고 받다보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임군은 컴퓨터대회 수상경력으로 특차전형을 통해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최고의 프로그래머를 꿈꾸는 임군은 웹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누나와 함께 벤처기업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워놓았다.

『제가 제일 존경하는 컴퓨터바이러스 전문가 안철수선생님처럼 누구나 쉽게 쓸 수 있고, 꼭 필요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요. 벤처기업가로 성공해 돈을 벌면 저 때문에 고생하신 부모님께 효도도 하고 싶구요』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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