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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제발, 상식적으로 문제를 해결했으면

입력
2017.04.2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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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투자를 늘려야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기업은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투자를 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유력 대선 후보들을 반 기업 정서를 등에 업고 표를 얻기 위해 신산업의 육성과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공약으로 쏟아냄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화두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영역의 투자를 약속하고 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접근된 공공영역의 불량 일자리 양산이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책이 되지 못함을 우리는 수없이 경험했다.

기업은 정치적인 불확실성으로 인해 국내 시장에 투자를 꺼리고 있으며,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을 우려해 생산설비뿐만 아니라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방안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기아차는 1996년 아산 공장을 마지막으로 국내 생산 공장 건설을 중단했고, 삼성전자는 해외시장에서 2015년에는 33만명을 고용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작년에 고작 9만 3200명을 고용하는 데 그쳤다. 3년 연속 감소세다.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들 대부분이 대기업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탓에 중소기업들은 필요한 인력을 고용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대졸 이상 고학력 실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어선 것이 그 귀결이다. 대학진학률이 70%에 이르는 나라, 대학 졸업자들 대부분이 대기업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는 나라, 하지만 반 대기업 정서로 대기업이 성장하기 힘든 나라... 분명 구조적인 문제다. 물론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을 포함한 근로조건의 격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간단하게 접근해 보면 날로 심화하고 있는 일자리 수요ㆍ공급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대기업을 만들어 내든지 대학진학률을 낮추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삼성, LG, 현대기아차와 같은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라 선 이후, 지난 십 수년 간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의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하는 흐름 속에서 우리는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글로벌 기업을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이 우리 사회의 왜곡된 평등주의와 반 기업 정서에 편승해서 만들어 놓은 각종 규제도 여기에 한 몫 했을 법하다. 또한 자신이나 자신의 자녀들은 대기업에 취업하길 희망하면서도 대기업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이중적인 태도도 문제일 것이다.

최근 중소기업 기반의 산업구조가 우리 경제의 탈출구인 듯 인식되고 있지만, 유망한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네트워크 경제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중견기업으로, 더 나아가 대기업으로 성장해 갈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들어 주는 게 시급하다.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1인당 국민소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이스라엘이나 대만은 삼성이나, LG, 현대기아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과 브랜드를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대만의 강소 중소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 경쟁력이 해외 글로벌 기업이 아닌 자국 대기업에 의해 부가가치가 더해졌다면 그들의 1인당 국민소득은 어렵지 않게 4만 달러 수준에 진입했을 것이라는 게 그들의 인식이다. 대기업은 유망한 중소기업을 발굴하여 그들의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그들이 획득한 기술력을 제 값에 사줌으로써, 대기업은 중소기업으로부터 성장동력을 획득하고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플랫폼 위에서 성장해가는 선순환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대기업들이 인력 빼오기와 단가 후려치기 등의 관행에서 벗어나 국내 중소기업의 역량을 인정하고 상생하고자 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대기업을 죽일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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