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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를 'T-5'의 5가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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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를 'T-5'의 5가지 이야기

입력
2015.07.0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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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일 개봉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터미네이터5’)의 흥행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3일까지 53만4,020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관람했다. 주말을 지나면 150만 관객도 기대할 수 있는 흥행몰이다. 1984년 첫 선을 보인 ‘터미네이터’시리즈는 30여년의 시간이 쌓이며 여러 뒷이야기들을 남기고 있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을, ‘터미네이터5’에 얽힌 에피소드를 정리했다.

▦‘터미네이터’는 원래 ‘B급 영화’였다

‘터미네이터’의 시작은 미약했다. 지금이야 ‘터미네이터’시리즈가 블록버스터 취급을 받으나 1편은 규모 면에서 B급 영화 수준이었다. 제작비는 640만달러였고 배급사도 대형 스튜디오가 아닌 오라이언픽처스였다. 당시 신출내기였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을 잡았다.

슈워제너거도 당시 무명에 가까웠다. 서른이 넘어 출연한 ‘코난: 바바리안’(1981)으로 겨우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그의 억센 영어 발음이 걸림돌이었다. 대사가 적고 근육으로만 연기가 가능한 역할이 그에게 돌아갔다. ‘터미네이터’의 살인로봇 T-800은 슈워제너거에게 제격이었다. 보디빌더 출신의 우람한 몸과 무표정한 얼굴로 그는 스크린에 박진감을 실었다. 그와 함께 호흡을 맞춘 린다 해밀턴과 마이클 빈도 대형 스타라는 수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영화는 B급으로 제작됐으나 흥행은 A급이었다. 제작비의 10배가 넘는 7,837만달러를 전세계 극장에서 벌어들였다. 미래를 바꾸기 위해 살인로봇이 시간이동을 해 주인공들을 위협한다는 내용은 2편에서 블록버스터로 진화했다. 악역이었던 슈워제너거는 인간미를 지닌 로봇으로 변모하며 영웅으로 재탄생했다. ‘터미네이터2’(1991)의 제작비는 1억200만달러였다.

▦‘터미네이터5’는 ‘터미네이터3’?

‘터미네이터’시리즈는 2편을 정점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제임스 캐머런은 ‘터미네이터’의 영화제작 판권을 내놓았고 캐머런이 연출하지 않은 ‘터미네이터3’(2003)는 재앙에 가까운 평을 받았다. 제작비의 두 배가 넘는 돈을 벌었으나 더 이상의 ‘터미네이터’는 없을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까지 불렀다.

4편인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터미네이터4’ㆍ2009)은 슈워제네거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이나 터미네이터와의 단절을 시도한 셈이다. 미래를 배경으로 기계와 인간이 전쟁을 벌인다는 설정, 기계인간이 등장한다는 내용 등이 ‘터미네이터’시리즈의 전통을 흐릿하게 이어갔다.

캐머런은 ‘터미네이터3’와 ‘터미네이터4’를 ‘터미네이터’시리즈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터미네이터5’가 진정한 ‘터미네이터3’라고 주장하고 있다. ‘터미네이터5’가 적어도 ‘터미네이터’시리즈의 창시자인 캐머런에게는 ‘터미네이터3’인 셈이다.

▦제임스 캐머런의 ‘터미네이터’는 언제 다시 나오나.

‘터미네이터5’의 투자배급사는 파라마운트 픽처스다. 파라마운트는 1편부터 ‘터미네이터’에 눈독을 들렸으나 30년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터미네이터’시리즈를 배급하게 됐다. 1편 제작 당시 캐머런은 대형 스튜디오 파라마운트를 먼저 찾아가 영화화를 제의했다. 그러나 파라마운트는 시나리오에만 관심이 있었고 캐머런을 감독자리에서 배제하려 했다. 자신이 ‘터미네이터’를 연출하고 싶었던 캐머런은 파라마운트의 제안을 뿌리치고 중소 규모 스튜디오였던 오라이언과 손을 잡는다.

오랫동안 ‘터미네이터’시리즈를 갈망했던 파라마운트는 ‘터미네이터5’가 완성도 되기 전 두 편을 더 만들기로 결정했다. ‘터미네이터5’의 흥행 결과와 무관하게 속편을 더 제작하기로 한 이유는 판권의 향방 때문이다. 2019년이면 ‘터미네이터’ 영화화 판권은 캐머런에게 돌아간다. 캐머런이 권리 행사를 하기 전 파라마운트는 ‘터미네이터’의 상품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심사다.

2019년 이후 캐머런이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메가폰을 잡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캐머런이 자신을 스타 감독으로 만들어 준 유명 시리즈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터미네이터’시리즈의 열성 팬이라면 2019년 뒤 캐머런표 ‘터미네이터’의 등장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예술영화 제작자가 만들뻔한 ‘터미네이터5’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판권은 2011년 경매 시장에 나왔다. 이전의 판권 소유자였던 빅터 큐비섹과 데렉 앤더슨은 ‘터미네이터4’가 만들어진 뒤 빚 때문에 판권을 내놓았다. 판권은 메건 엘리슨에게 돌아갔다.

메건은 유명 정보통신회사 오라클을 창립한 래리 엘리슨의 딸로 예술영화계의 큰손으로 통한다. 그의 영화사 안나푸르나는 ‘와일드’(2014) 등을 제작한 예술영화 전문 제작사다. 메건은 2,000만달러에 ‘터미네이터’ 판권을 사들이고도 선뜻 제작에 나서지 못했다. 메건은 결국 예술영화 제작에 전념하기 위해 남동생 데이빗에게 2014년 판권을 양도했다. 데이빗도 자신만의 영화사 스카이댄스 프로덕션을 운영 중이다.

스카이댄스 프로덕션은 2012년 파라마운트와 출자 계약을 체결했다. 파라마운트는 데이빗에게 ‘터미네이터’ 판권이 돌아가면서 오래도록 바라던 ‘터미네이터’시리즈에 합류하게 됐다. ‘터미네이터’시리즈의 살인로봇은 첨단 IT기술에 의지해 탄생한 스카이넷에 의해 만들어진다. 유명 IT회사 설립자의 자녀들에 의해 기계문명에 비판적인 시선을 지닌 ‘터미네이터5’가 제작된 점은 아이러니다.

▦늙는 터미네이터의 등장 이유

‘터미네이터5’는 슈워제네거가 12년 만에 주연을 맡은 ‘터미네이터’ 시리즈다. ‘터미네이터4’에 슈워제네거는 줄지어 늘어선 로봇의 이미지로 잠깐 등장한다. 슈워제네거는 ‘터미네이터2’이후 12년 만에 ‘터미네이터3’에 출연하기도 했다. 우연하게도 12년 마다 ‘터미네이터’시리즈의 주연을 맡게 됐다.

1편이 나온 뒤 30년 가량 시간이 지나 슈워제네거는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컴퓨터그래픽으로도 슈워제네거의 노화를 지울 수 없어 ‘터미네이터5’에선 로봇의 피부도 늙는다는 설정을 도입했다. T-800은 사람의 피부를 이식했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겉모습이 변한다는 식으로 슈워제네거의 노화를 피해갔다. 덕분에 슈워제네거는 염색을 하지 않고 평소의 회색 머리로 터미네이터를 연기할 수 있었다. 다만 슈워제네거는 예전 T-800의 덩치를 보여주기 위해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실시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6개월 동안 하루 세 시간씩 운동을 하며 연기 준비를 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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