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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책방의 신이 납시었다!” 일본 동네 서점 순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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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책방의 신이 납시었다!” 일본 동네 서점 순례기

입력
2017.08.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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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 주택가 골목에 있는 책방 게이분샤 이치조지점. 게이분샤는 지역 서점들이 맞았던 위기를 극복하고 2008년 영국 가디언지가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서점 10’에 들었다. 유유 제공
일본 교토 주택가 골목에 있는 책방 게이분샤 이치조지점. 게이분샤는 지역 서점들이 맞았던 위기를 극복하고 2008년 영국 가디언지가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서점 10’에 들었다. 유유 제공

오토바이로, 일본 책방

조경국 지음

유유 발행ㆍ336쪽ㆍ1만6,000원

경남 진주시의 작은 헌책방 소소책방의 주인 조경국씨는 2015년 9월부터 10월까지 한달 간 오토바이로 일본 전역을 돌았다. 목표는 책방 순례. 이유는 장사가 안돼서다.

그가 벽에 부딪친 건 2013년 책방을 연 지 딱 2년만이다. 대도시 동네서점들도 피해갈 수 없다는 건물 임대료의 위협 앞에 생존방안을 강구하던 조씨에게 일본 홋카이도의 이와타 서점을 다룬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일본저자판촉센터에 따르면 일본의 지역 서점은 1999년 이후 37.5%가 폐업했다. 출판 불황은 한국과 일본이 비슷하지만, 일본에는 그 불황을 견디고 살아남은 동네 서점들이 있었다. 겁 없이 농촌마을에 문을 연 이와타 서점은 주인이 손님의 독서취향을 물어보고 1만엔어치의 책을 골라 배송해주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전국구 서점이 됐다. 책방 주인이라면 눈이 뜨이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조씨는 한달 여행 경비 250만원을 들고 일본으로 향했다. 교통수단은 오토바이. 남쪽의 시모노세키항에서 출발해 홋카이도의 최북단 왓카나이를 찍고 다시 시모노세키로 돌아오는 동선이었다. 책은 그가 방문한 19곳에 대한 기록이다. 이 중엔 서점도 있고, 만화박물관도 있고, 책마을도 있다.

24시간을 달려 교토에 도착한 저자는 게이분샤 서점을 찾았다. 여느 작은 책방들처럼 한때 위기를 맞았던 게이분샤는 이를 극복하고 2008년 영국 가디언지의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서점 10’에 선정됐다. 서점에 들어선 순간 저자는 “아!”하는 감탄사를 터뜨렸다고 했다. “사진보다 실제가 훨씬 아름다웠다. 사람이 많은 것만 제외하면 책을 좋아하는 독서인의 아늑한 서재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고대하던 이와타 서점에선 주인인 이와타 도루씨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조씨는 기사를 보고 찾아온 두 번째 한국인이었다. 1만엔 아이디어는 장사가 안 된다는 그의 호소에 동창들이 읽을 책을 골라달라고 하면서 시작됐다. 알음알음 진행되던 주문은, 어느 날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폭발적으로 늘었다. 전국에서 주문이 밀려들자 이와타씨의 아내는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책방 신이 납시었다!”

한 달 간 미련 없이 달린 저자는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왔다. 후쿠시마 지역 서점을 찾아볼 생각을 못한 것이다. 쓰나미가 쓸고 간 지역에 책방이 남아 있을까 하는 예상을 뒤엎고 그곳엔 사와야 서점이 있었다.

다른 지역의 사와야 서점에서 일하던 다구치 미키토씨는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동네서점’이란 책에서 지진 발생 일주일 뒤 후쿠시마 지역의 사와야 서점에서 본 풍경을 이야기한다. “도시 전체가 멈춘” 그때, 서점이 다시 문을 열자마자 우르르 몰려든 주민들이 책들을 싹쓸이하다시피 한 것이다.

“모든 것이 파괴된 엄청난 재해를 당한 사람들이 서점을 찾은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조금이라도 일상을 되돌리기 위해 항상 곁에 있던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때 머리에서 떠오른 것이 책이 아니었을까.”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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