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한 무수리의 몸에서 태어나 18세기 새로운 조선을 꿈꾸던 왕자 연잉군 이금(영조)이 암행어사 박문수, 거리의 왈패 달문, 그리고 사헌부 다모 여지(고아라)와 힘을 합쳐 대권을 쟁취하는 과정을 담은 SBS 사극드라마 ‘해치’. 경북 영주시 순흥면 선비촌ㆍ선비문화수련원은 최근 종방한 드라마 해치의 주무대다. 주인공 연잉군(정일우)의 집은 선비촌 인동장씨 종택이고 바로 옆 두암고택은 연령군(노영학)의 집이다. 연잉군과 박문수(권율)가 과거시험을 치른 성균관 명륜당의 배경은 선비문화수련원 광장이다.
선비촌은 한국 유교문화의 발상지인 소수서원과 한 울타리를 이루고 있다. 2004년 9월 5만7,717㎡ 터에 기와집 7가구, 초가집 5가구, 죽계루, 정사, 곳집, 원두막, 저잣거리 등으로 완공했다. 이곳의 ‘고택’은 영주지역 곳곳에 남아 문화재로 지정된 가옥을 원형 그대로 본떠 지었다.
봄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지난달 24일 선비촌. 소수서원 창건 150년 후에 활동한 어사 박문수(1691∼1756)가 이곳에 살았다면 아마 소수서원에서 공부했을 법 하다.
서원을 지나 오른쪽 언덕 위로 가면 박물관이고, 솔 숲에서 곧바로 죽계교를 건너면 선비촌이다. 죽계천은 안축의 경기체가 죽계별곡의 배경이 되는 죽계구곡의 원류이다.
선비촌으로 들어서니 ‘해치’의 촬영장소임을 보여주는 홍보판이 반갑다. 왼쪽으로는 한복을 빌려주거나 목공예, 천연염색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초가지붕 가게들이 눈길을 끈다. 기와와 초가, 정자가 어우러져 한 마을을 이루는 돌담 길에는 연잉군과 박문수, 여지가 장난기 어린 모습으로 다니는 듯하다. 연잉군이 남장을 한 여지의 갓끈을 고쳐 매 주면서 연정을 내보이는 애틋한 장면도 연상된다.
연령군의 집, 두암고택은 이산면 신암리에 있는 고택으로 경북도 유형문화재 제81호를 본떠 지었다. 본채 24칸, 함집당 6칸, 사당 6칸으로 되어 있다.
옆집이 연잉군의 집인 인동장씨 종택이다. 장수면 화기리 경북도 민속문화재 제98호로 지정된 건물을 재현했다. 정면 3칸 측면 1칸의 사랑채와 안채가 ㅁ자형을 이루면서도 각각 독립된 건물로 지어 평면 구성이 특이하다.
선비촌을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는 예문관의 이재용(70)관리부장은 “정원 마당이 넓고 큰 대문과 화단, 고풍 그대로의 기와가 조화를 이루고 있어 드라마 앵글을 잡기에 좋은지 두암고택과 인동장씨 종택이 사극 촬영에 자주 이용된다”고 말했다. “젊은 연인들과 가족단위 관람객이 찾아와서 ‘정일우, 고아라가 촬영한 곳이냐’, ‘언제 촬영하냐’고 많이 묻는다”고 자랑한다.
선비촌 위쪽 연못과 정자를 지나면 성균관 명륜당을 대신해 과거시험을 치른 선비문화수련원이 나온다. 순흥의 옛 도호부 관아를 상징적 모델로 재현했다. 6만여㎡ 터에 아흔아홉칸 형식으로 한옥건물 17동으로 2008년 조성했다. 교육공간과 숙박체험 시설, 공예공방 체험장, 야생화단지와 습지, 세미나실 등을 갖추고 인성예절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선 3~6일 한국선비문화축제가 열려 선비의 삶과 사랑, 문화, 일상생활 등을 내용으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영주=이용호 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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