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쏠림 투자에 경고등
‘ELS 날벼락’ 사태 재연 우려
전문가 “신흥ㆍ선진국 분산 투자를”
7년 만에 부활한 비과세 해외주식투자 전용펀드의 시선이 이번에도 중국으로 쏠리고 있다. 지난해 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한 중국 증시가 다시 살아날 거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국제증시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쏠림 투자’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투자금액이 많은 상위 6개 비과세 해외펀드 중 4개가 중국 관련 펀드로 집계됐다. 상위 15개로 범위를 넓혀도 절반에 육박하는 7개에 달한다. 이들 7개 중국 펀드에 몰린 투자금액은 81억7,400만원. 상위 15개 펀드 투자금액(206억6,600만원)의 39.6%에 달한다. 지난 29일 상품 출시 후 이달 4일까지 비과세 해외펀드 누적 개설 계좌 수는 1만5,436개, 총 투자금액은 391억9,100만원이다.
이런 비과세 해외펀드 투자의 중국 쏠림 현상에 대해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중국 증시가 지난해부터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향후 올라갈 거란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증시 하락률은 다른 신흥국이나 선진국보다 높은 편이다. 상하이종합지수의 경우 지난해 6월 12일 5,178.19로 고점을 찍은 뒤 급전직하하며 이날 종가가 2,901.39에 그쳤다. 고점 대비 44%가 빠진 수치다. 반면 지난해 고점 대비 다른 나라의 증시 하락률은 7일 종가 기준으로 일본 니케이225(-23.4%), 홍콩항셍지수(-29.5%), 독일 DAX30(-21.1%), 영국 FTSE100(-13.2%) 등이다. 장재영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매년 6.5% 이상의 경제성장을 목표로 내세운 중국 제13차 5개년 경제계획의 구체적인 내용이 추가 발표될 것인 만큼 상하이종합지수가 상승할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비과세 해외펀드를 운영하는 자산운용사들이 중국 펀드를 대거 내놓은 것도 중국 쏠림 현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38개 자산운용사들의 310개 비과세 해외펀드 상품 가운데 92개(29.7%)가 중국과 연관된 상품이다.
하지만 비과세 해외펀드의 지나친 중국 쏠림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ㆍH지수)가 폭락하자 이를 기초자산으로 주로 설정한 주가연계증권(ELS)이 대규모 원금손실 위기를 낳은 것처럼, 이런 사태가 또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07년 3년 한시로 시행됐던 비과세 해외펀드 투자가 중국 등 신흥국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수익률이 크게 떨어져 부작용이 컸다”며 “신흥국과 선진국을 섞어 분산투자를 하는 게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5년 해외주식펀드 평균 수익률은 북미(51.4%), 유럽(32.1%) 등 선진국 시장이 중국(2.2%), 인도(9.8%)와 같은 신흥국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한편, 판매창구별 실적은 증권사가 누적 계좌 8,542개, 투자금액 206억3,700만원으로 경쟁관계인 은행(6,701계좌ㆍ183억3,200만원)을 앞서고 있다. 하지만 전체 판매실적은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 KB자산운용 관계자는 “국제증시가 여전히 어두워 아직까지 판매 가 크게 늘지는 않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국제증시 반등과 함께 투자금액도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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