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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점원, 매장 안내하며 “우리 만난 적 있죠” 농 걸기도

입력
2017.01.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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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서비스로봇 ‘페퍼’

IBM 인공지능 SW ‘왓슨’탑재

대화ㆍ감정 인식 능력까지 갖춰

데이터 쌓이면 고객도 식별

도우미 넘어 인간 대체 머잖아

지난달 20일 일본 도쿄역 인근의 한 소프트뱅크 매장 안에 비치된 인공지능 로봇 페퍼가 가까이 다가온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해 고개를 돌려 눈을 맞추고 있다. 도쿄=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지난달 20일 일본 도쿄역 인근의 한 소프트뱅크 매장 안에 비치된 인공지능 로봇 페퍼가 가까이 다가온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해 고개를 돌려 눈을 맞추고 있다. 도쿄=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

지난달 20일 도쿄 야에스지구의 대형 전자제품 양판점인 야마다전기 매장 앞에선 키 121㎝의 소프트뱅크 로봇 ‘페퍼’(Pepper)가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있었다. 페퍼는 “어떤 도움이 필요하세요?”라고 물으며 손님 쪽으로 몸을 돌리고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췄다. 전자레인지를 찾고 있다고 하자 “안쪽 오른편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2층으로 올라가면 바로 앞에 있습니다”라고 안내했다. 페퍼는 단순 안내뿐 아니라 대화 중간중간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우리 어디서 만난 것 같지 않아요?” 같은 너스레까지 떨었다. IBM의 AI 소프트웨어 왓슨을 탑재, 대화능력과 감정인식에 특화한 페퍼는 상대방의 표정과 말투도 감지한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해 ‘휴머노이드’로 분류되는 페퍼는 가라오케, 휴대폰 매장, 은행 등 일본 현지 곳곳에서 이미 사람을 대신하고 있었다.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에 허덕이는 일본은 해결책을 AI 로봇에서 찾고 있다. 이전에는 제조 현장에서 단순 업무를 반복하는 산업용 로봇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AI 기술 발달에 따라 페퍼 같은 서비스용 로봇이 늘고 있다. 페퍼의 경우 주문 접수와 계산, 매장 안내 등을 주로 하고 있는데 질문과 대답의 데이터를 계속 쌓아가며 점점 더 고도화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고객 인물 식별을 통한 매장 방문 횟수 집계와 연령ㆍ성별에 따른 구매 습관 분석 등도 멀지 않은 미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서비스 로봇 시장이 2012년 600억엔에서 2035년 5조엔으로 82배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체 로봇 시장에서 서비스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6.9%에서 51%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뿐 아니라 이미 글로벌 선진국들은 ‘도우미’ 차원을 넘어 ‘인간 대체’를 궁극적 목표로 한 AI 로봇 산업을 경쟁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노동 시장과 고용 구조의 전반적 변화와 함께 자동화ㆍ효율화로 지속 성장을 꾀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이스트 산호세에 위치한 로우스(Lowe's) 매장에서 본보 정준호 기자가 물건을 찾기 위해 탐색중인 로봇 안내원 나비(NAVii)를 따라 걷고 있다. 산호세=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지난달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이스트 산호세에 위치한 로우스(Lowe's) 매장에서 본보 정준호 기자가 물건을 찾기 위해 탐색중인 로봇 안내원 나비(NAVii)를 따라 걷고 있다. 산호세=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지난달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이스트 산호세에 위치한 대형 철물 유통업체 로우스(Lowe’s) 매장에서 만난 로봇 안내원은 망치를 찾고 있다는 물음에 매장 내 모든 망치의 가격을 단번에 설명했다. 이윽고 “저를 따라오세요”(follow me)라며 1만400㎡ 매장의 4만여가지 홈 인테리어 물품들 속에서 망치가 있는 곳으로 정확히 안내했다. 키 152.4㎝ 로봇 안내원 이름은 ‘나비’(NAVii)다. 신생혁신 기업(스타트업) 펠로우 로봇이 제작했다.

로우스가 지난해 8월 도입한 고객 안내용 로봇 나비는 이곳에서 직접 움직이며 물건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신예반(31) 펠로우 로봇 디자이너는 “나비는 처음 매장 배치 시 2시간 정도 매장을 돌며 2차원(2D)ㆍ3D 레이저 감지기를 통해 탐색하며 내부 지도와 제품 위치 등을 저장했다”며 “길 안내뿐 아니라 매일 물건의 판매 데이터를 중앙 서버로 전송해 재고 관리와 판매 계획 수립도 돕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가까이 다가서자 나비는 “무엇을 찾나요?”라고 먼저 말을 건네며 앞의 터치스크린을 통해 검색창을 띄웠다. 직접 입력도 할 수 있고 영어와 스페인어 등 두 가지 언어로 음성 명령도 내릴 수 있다. 현지 직원의 도움으로 콜라, 드릴, 페인트 등 여러 물품을 외치자 이를 인식했다. 나비는 이후 매장 내 관련 제품과 사진 등을 보여줬다. 물품을 선택하자 매장 평면도와 위치를 보여준 뒤 물건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나비를 졸졸 쫓아가는 동안에는 뒷편에 달린 스크린에서 지나치는 구역에 위치한 물품의 할인 광고가 계속 나타났다. 나비는 중간에 사람들이 다가서자 우회했고 잠시 길이 헷갈리는 듯 제자리에서 빙글 돌기도 했다. 그러나 잠시 후 어느덧 목표했던 페인트 앞에서 “도착했습니다”라며 안내를 종료했다.

미국에서 로봇은 유통뿐 아니라 호텔업에서도 인간의 단순 업무를 대체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사비오케의 로봇‘릴레이’는 힐튼, 웨스틴, 메리어트 등 유수의 호텔 내에서 수건, 음료 등 간단한 물품 배달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AI 로봇의 역할은 단순 인건비 절감에 그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쉼 없이 쌓고 스스로 분석해 내는 지능형 로봇은 데이터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이다. 권용현 미래창조과학부 지능정보사회추진단 기획총괄팀장은 “국내의 경우 2030년 AI 성숙기에 접어들면 전체 노동 시간의 49.7%가 자동화로 전환될 것”이라며 “반복 업무 대신 창의적인 업무를 중심으로 일자리 지형도가 바뀌면서 고용, 교육, 산업 등 사회 전반적으로 대대적 변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도쿄=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산호세=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영상 제작=이상환 PD somter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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