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900선 붕괴, 16개월 만에 최저
저유가ㆍ그리스 위기에 기업실적 우려 '3중 악재'
증시 ‘1월 효과’ 완전 실종, 당분간 공포 지속 전망
새해 벽두부터 전세계를 덮친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감이 6일 국내외 증시를 초토화시켰다. 불황의 늪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는 공포가 각국 상황을 막론하고 사소한 뉴스조차 큰 악재로 둔갑시키는 양상이다. 이날 국제유가 급락, 그리스발(發) 위기, 기업실적 악화 등 국내외 3중 악재에 카운터 펀치를 맞은 국내 증시에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33.30포인트(1.74%) 급락한 1,882.45로 마감돼, 올 들어 3거래일 만에 1,900선을 내줬다. 2013년 8월 23일(1,870.16) 이후 16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366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기관도 5거래일 연속 ‘팔자’ 행진을 이어갔다. 주요 기업 주가도 일제히 하락해 삼성전자(-2.85%), 현대차(-2.08%), SK하이닉스(-0.31%) 등 시가총액 상위 10대 종목이 모두 급락했다.
아시아 증시도 도미노 급락세를 보여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3.02%, 대만 가권지수는 -2.43% 밀렸다. 전날 미국과 유럽에서도 뉴욕 3대 지수(다우지수 -1.86%, 나스닥지수 -1.57%, S&P500 -1.83%)가 모두 급락하고 독일, 프랑스 지수 역시 3% 안팎 하락세를 보이는 등 동반 약세를 면치 못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6일에도 혼조세를 보였다.
각국 증시를 휩쓴 공통 악재는 국제유가 급락과 그리스의 정치불안이었다. 두바이유가 5일(현지시간) 50.98달러까지 내리며 2009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을 보이는 등 3대 유가 모두 50달러선 붕괴를 눈앞에 두자 평소 같으면 저유가를 반겼을 나라들조차 이를 불황의 전조로 해석하며 투매에 나섰다. 그리스에서는 25일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큰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유럽연합(EU)의 긴축 조치에 반발하며 유로존 탈퇴 가능성까지 공언하고 있어 이른바 ‘그렉시트(Greece+Exit)’ 공포가 고조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유럽의 맹주 독일이 그렉시트를 감당할 수 있는 위험으로 본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시장의 불활실성은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대내적으로는 당장 공개를 앞둔 기업들의 작년 4분기 실적 악화 우려와 올해 경기둔화에 대한 부담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에너지 업종의 순이익 전망치가 불과 한 달 만에 40%나 하향 조정된 가운데, 4분기 전체 기업의 순이익 전망도 대폭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매년 1월마다 신년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상승세를 타는 ‘1월 효과’가 올해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외 모든 나라가 불안한 기형적인 상황에서 최근 주가 하락 요인은 단기간에 해결될 성격이 아니다”며 “우선은 1,880, 2차로는 1,820선을 지지선으로 보고 있지만 지난 4년간 지켜온 코스피의 박스권이 올해는 아래로 무너질 가능성이 작년보다 커진 것이 더 큰 우려”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