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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가짜 교육뉴스

입력
2017.03.1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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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교육 메카 대치동에서 의료사고 못지않게 심각한 ‘정보사고’의 희생자들을 숱하게 목격했다. 가짜 교육뉴스에 속아 돈은 돈대로 쓰고 중독에 빠지거나 무기력해진 아이 옆에서 울고 있는 부모들은 분명 희생자다. ‘학원설명회 절대로 가지 마라’는 제목의 책에 진짜 교육뉴스를 가득 담아 정보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했지만 가짜 뉴스에 참패했다. 최근에는 ‘착한 입시설명회’라는 걸 하고 있다. 사교육의 부작용은 외면하고 효과만 맹신하는 학부모들 마음을 흔들어보지만 역부족이다.

진짜를 얘기해도 가짜 등쌀에 배기지 못하는 현실에 좌절하지 않으려면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우선 SNS가 인간관계를 대체하면서 더 심해진 것 같다. 수입이 준 만큼 부담스런 학원비에, 밤늦게까지 학원숙제에 허덕이는 아이를 보면서 결심해도 결행하지 못한다. 흔히 소신 없다고 자책하지만 가짜 교육뉴스 탓이 크다. 이미 가짜 뉴스의 그물망에 갇혀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아이를 믿자고 결심해도 그건 옛이야기고 사실은 방치하는 부모라고 주장하는 최신 뉴스에 압도된다. 홍수 같은 뉴스에 휩쓸리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데 꼭 필요한 사고력이 마비된다. 어떤 뉴스의 진위를 따지기 전에 또 다른 뉴스가 던져진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도 주로 사교육에서 발신하는 가짜 뉴스에 대한 감별력을 떨어뜨린다. 발신자를 모른 채 수신자 역할만 하게 되면 가짜 뉴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나는 가장 큰 피해를 부른 가짜 교육뉴스로 ‘할아버지의 재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을 꼽는다.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이 이전보다 중요해졌지만 여전히 아이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느냐에 달렸다고 해야 진짜 뉴스인데, 공부를 싫어해도 학원에만 보내면 해결된다는 가짜 뉴스에 속아 아이는 원수가 되고 부부 사이도 망가지고 노후자금까지 날린 가슴 아픈 사례를 많이 봤다. 수학은 선행해야 고등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있다는 가짜 뉴스를 믿은 결과 오히려 수포자만 늘어났다. 예체능은 초등 3학년까지 끝내고 수학에 올인해야 한다는 가짜 뉴스의 피해가 얼마나 큰지, 정말 끔찍하다. 학원에서 다 배우고 온 아이들을 기준으로 학교수업을 한다느니, 사교육비를 아끼면 나중에 아이가 원망한다느니, 아이만 믿고 기다리다가 중학교 성적표를 받고 눈물을 흘렸다느니 하는데, 나는 모두 가짜 뉴스라고 판단한다(진짜 뉴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공개토론회를 할 용의가 있다). 그런 얘기의 최초 발신자를 알기 때문이다. 누가 이득을 얻게 되는지 생각해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공교육과 자기주도학습만으로 충분한데 모두 학원에 다니니까 사교육을 받지 않는 우등생이 사라진 현실처럼 소수의 비정상적 사례였던 가짜 뉴스를 모두가 믿으면, 진짜 뉴스가 된다는 사실이 심각하다.

그냥 흘러가지 않고 마음과 생각에 머물게 되는 뉴스는 반드시 발신자를 확인해야 한다. ‘좋아요’가 많다고, 옆집 아줌마들이 한 목소리로 떠든다고 믿고 실행했다가는 후유증을 피할 수 없다. 지금 부모들에게 특히 필요한 뉴스는 ‘쓴 소리’라고 믿는다. 마을에서 초보 부모들을 지켜주던 어른들의 지혜 대신 인터넷을 뒤져야 하는 부모들에게 단 소리는, 사교육 구매를 유혹하는 가짜 뉴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에 필요한 뉴스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구해 마땅하다. 경청하고 신중하게 조언하는 사람과 대면해서 얻은 뉴스를 가지고 중심을 잡지 않으면 진정한 부모가 아닌 사교육 소비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댓글까지 조작하는 마케팅 공세를 당해낼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 교육이 아니라 시장논리가 지배적인, 사교육이 장악하고 있는 뉴스환경에 있다. 가짜 뉴스에 속아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부모가 너무 많다.

박재원 학부모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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