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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달린 운동화, 안전대책은 ‘헛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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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달린 운동화, 안전대책은 ‘헛바퀴’

입력
2017.03.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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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초등생 사이 본격 유행

속도 못 줄이거나 균형 잃어

대형마트^백화점 등서 충돌 빈번

제품설명서 경고 문구 유명무실

정부는 “관련법 없어 제재 안 해”

직장인 강모(27)씨는 최근 백화점 의류매장을 찾았다가 아연실색했다. ‘바퀴달린운동화’를 타고 매장 곳곳을 신나게 누비던, 열 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면서 그만 상품진열대에 부딪히고 만 것. ‘쿵’ 소리와 함께 넘어진 아이는 비명을 질렀고, 쇼핑객들 시선은 아이 이마에서 흐르는 피에 쏠렸다. 강씨는 “바퀴달린운동화를 장난감 정도로만 가볍게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흉기처럼 보였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주말마다 대형마트를 찾는 이모(28)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푸드코트에서 주문한 돌솥비빔밥을 받아 식탁으로 이동하던 중 바퀴달린운동화를 타고 달리던 여자아이와 충돌할 뻔했다. 다행히 코앞에서 멈춰선 아이 덕(?)에 사고는 면했지만 이씨는 “좁은 공간을 쌩쌩 달리는데 부모는 말릴 생각도 없어 보였다”며 황당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죄송하다”는 말도 없이 유유히 사라지는 아이 뒷모습을 보며 이씨는 홀로 화를 삭혀야 했다.

10여 년 전 한때 유행하다 사라졌던 바퀴달린운동화가 최근 다시 인기를 끌면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안전장비 착용 등 사고 위험성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바퀴달린운동화는 말 그래도 신발 밑창에 바퀴가 있어 원할 때는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듯 움직일 수 있는 운동화. ‘힐리스’라는 제품이 가장 유명한데,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입되면서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한 달에 3,000족 정도였던 판매량이 올해 들어서는 두 배가 넘는, 매달 7,000족 정도”라고 했다. 특히 구매하는 아이들 10명 중 8명은 초등학생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문제는 아이들 안전이다. 매끈한 바닥에 속력을 내기가 더할 나위 없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의 실내에서 ‘씽씽’ 달리면서, 크고 작은 접촉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스팔트 도로에선 시속 4~5㎞까지 달릴 수 있는데, 흔히 ‘주차장 바닥’이라고 하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선 두 배 이상 속도를 내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모들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고객이나 상품진열대에 부딪치거나 벽에 기대어 있다가 균형을 잃고 혼자 넘어지는 사고가 적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안전장비 착용에도 무관심하다. 제품설명서에 ‘보호장비를 반드시 착용하라’는 문구가 써 있기는 하지만, 이를 지키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최근 초등학생 딸에게 운동화를 사줬다는 한 주부는 “‘차 조심하라’는 말은 했지만, 실내 이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주의를 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사고위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형마트나 백화점 측이 이용 자제를 요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관련 부처도 손을 놓고 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관련법이) 따로 없는 바퀴달린운동화에 대해선 제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안전사고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지만 대부분 사용부주의 사고인 만큼 규제를 상향하기가 어렵다”며 “현재로선 어른들이 실내 이용을 자제할 수 있도록 주의를 주는 게 최선”이라고 당부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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