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세인 기자

등록 : 2017.12.09 04:40
수정 : 2017.12.09 11:43

[아하! 생태!] 죽은 연어는 숲이 되어 새끼 연어를 키운대요

등록 : 2017.12.09 04:40
수정 : 2017.12.09 11:43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이동은

먼 바다의 영양소 육지로 옮기는 과정

강과 바다 소통해 생태계 연결할 수 있어야

울산 태화강 상류에 연어가 산란을 위해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 울산시 제공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 는 것입니다. 국가의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능력이, 회사 최고경영자는 직원과의 소통능력이 가장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로 꼽히죠.

페이스북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하버드대 기숙사에서 처음 페이스북을 만들었던 날 “언젠가는 누군가 전 세계를 연결시킬 것”이라고 이야기 했던 일화는 유명해졌죠.

세대와 지역, 국경을 넘어 ‘모든 사람은 연결되기를 원한다’는 사회적 소통의 열망을 현실화시켜 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이제 우리생활에서 의식주 만큼이나 중요하게 자리잡았습니다.

소통이 비단 인간의 화두일 수 만은 없습니다. 생태계에서도 소통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연에서도 물질이 소통하지 못하면 생태계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생태학 분야의 유명 학술단체인 세계 담수·해양 과학회의 올해 학술대회 주제는 ‘산에서 바다까지’ 생태계가 서로 막히지 않고 잘 통하는 것이었습니다. 산이 강과 소통하고, 강이 바다와 소통하면 결국에는 육지와 바다가 서로 소통하는 것입니다.

산과 강의 소통을 막았더니, 고통 받은 생물들

산과 강이 소통한다는 것이 어쩌면 낯설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간도 혼자서 고립되어 살아갈 수 없듯이 강물 속에 살고 있는 생물은 숲에서 제공하는 물질을 필요로 하고, 산에 사는 동물은 생존을 위해서는 강에서 나오는 먹이가 필요합니다.

일본의 시게루 나카노 박사 연구팀은 일본 훗카이도 대학 토마코마이 연습림에 있는 호로나이강에서 비닐하우스를 치듯 촘촘한 그물로 실개천을 덮는 대규모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숲에서 강물로 떨어졌던 송충이, 거미와 같은 육상곤충의 양이 80% 감소했습니다. 숲에서 제공되던 풍부했던 물질이 줄어들게 되자, 강물 속에 살고 있던 물고기와 수서곤충들에게서도 큰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육상곤충을 주로 먹고 살았던 무지개송어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서 개체수가 줄어들었고, 남아있는 무리는 육상곤충보다 날도래, 강도래와 같은 수서곤충을 더 많이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수서곤충의 개체수가 줄어들게 되면서 수서곤충의 먹이원이었던 부착조류가 갑자기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숲에서 강물로 떨어지던 육상곤충이 하천생태계에서는 어류와 수서곤충, 부착조류간의 균형을 유지해주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던 셈이죠.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메리 파워 교수 연구팀은 미국 북캘리포니아의 사우스포크일(South Fork Eel) 강에서 이와 반대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강의 가장자리에 2m 높이의 그물로 울타리를 친 것이죠. 그러자 강에서 육지로 이동하는 수서곤충의 양이 80% 줄어들고 육지 도마뱀의 성장속도가 7분의 1 수준으로 줄어버렸습니다. 육상에 사는 도마뱀의 성장이 주로 강에서 공급되는 물질에 의해 조절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와 같이 숲은 강에 사는 생물에게, 강은 숲에 사는 생명체에게 물질과 에너지를 서로 주고 받으며 때로는 갑작스런 환경변화에 대한 생태계의 완충기능을 제공하면서 서로 소통하고 있습니다.

국립생태원 에코리움에서 연어를 주제로 상영중인 엄마 숲. 국립생태원 제공

어미 연어는 죽어서 숲이 된다

강과 바다의 생태계 연결성을 얘기할 때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바다에서 강으로 이동하는 연어입니다. 국립생태원 에코리움 영상관에서 상영 중인 ‘엄마숲’이라는 애니메이션은 연어의 모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어미 연어가 죽어 숲이 되어 새끼 연어의 탄생으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해안에는 현지 인디언 말로 왕을 가리키는 치눅 연어, 은색을 띤다는 코호 연어 그리고 같은 속에 속하지만 송어로 분류되는 스틸헤드의 세 종류의 연어가 강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캐나다 서부해안에는 살이 붉은 홍연어인 사카이 연어가 돌아옵니다.

이들은 알래스카의 바다에서 이동을 시작해 태평양의 동쪽해안 강하구에 대기하고 있다가 봄과 가을 강과 바다의 물 온도가 맞춰지는 신호에 따라 다시 강을 향한 험난한 이동을 시작합니다. 연어의 대규모 이동은 물질순환의 측면에서 보면 3,000㎞ 이상 떨어진 먼 바다에서 길게는 5년 동안 몸에 저장했던 풍부한 해양의 영양소를 육지로 옮기는 과정입니다.

연구자들이 안정동위원소라는 ‘바이오 마커’를 이용해 새끼연어의 몸 속에 들어있는 물질의 발생기원을 분석해보니, 1년생 미만 새끼연어의 살에서는 무려 40%의 해양 탄소와 31%의 해양 질소가 발견됐습니다. 알을 낳고 죽은 산란지 인근에 자라는 나무와 덤불에서도 24%에 해당하는 해양 질소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 결과들은 죽은 어미연어의 살이 미생물의 분해작용을 거쳐 무기영양소로 전환돼 강으로 배출되면, 이를 기반으로 부착조류가 성장해 먹이사슬을 거쳐 다시 새끼 연어의 살로 돌아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인근 육상식물 또한 이러한 어미연어에서 비롯한 질소를 이용해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현대 생태과학이 어미연어가 죽어 숲이 되어 새끼연어를 키운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죠.

물과 토사의 소통을 가로막는 댐

인간사회에서도 소통이 막히면 갈등이 발생하듯이 자연에서도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이 막혀서 잘 통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생태계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생태계 연결성에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강과 하천을 가로막고 있는 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 세계에는 몇 개의 댐이 있을 까요. 댐은 높이에 따라 15m 이상이면 대형 댐, 높이가 150m 이상이면서 저수량이 25㎦ 이상이면 거대 댐으로 분류합니다.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4만5,000개 이상의 대형 댐이 강물의 약 15%를 저장하고, 이 가운데 300여 개가 거대 댐에 해당합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저수량이 큰 거대 댐은 2003년 중국 양쯔강에 건설된 높이 181m의 싼쌰댐으로 약 39㎦ 의 물을 저장하고 있습니다.

경제개발과 함께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는 동안 댐은 다양한 수자원의 수요를 충족해 줬습니다. 홍수로부터 인명과 재산을 보호해주고 수력발전을 통하여 전기에너지를 제공하기도 했죠. 그렇지만 댐의 경제·사회적 기여에 못지 않은 역기능도 있습니다. 강을 통해 바다로 이동하는 물의 흐름, 자갈과 모래와 같은 유사의 이동이 양적으로 차단되거나 감소하게 되는 거죠. 댐에서 상수원수 또는 농업용수 등으로 물을 취수 하는 만큼 하류로 방류되는 유량은 감소하게 됩니다. 홍수에 의한 자연적인 교란이 감소하면서 하천으로 육상식생이 침입하여 하천 변의 둔치 공간이 육지로 변하기도 합니다. 특히 댐과 저수지에서 자갈, 모래와 같은 큰 입자의 토사가 물리적으로 퇴적되면, 하류 생태계에서는 상류에서 공급되는 토사가 부족해져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처가 유지되지 못하고 점점 사라지게 됩니다. 이 영향은 바다까지 이어지는데요. 강에서 공급되는 모래의 양이 부족해져서 해안침식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물질이동의 단절과 교란에 따라 댐 하류에서는 서식처 다양성이 감소하게 됩니다. 결국에는 다양한 생물을 품을 수 없게 돼 생물 종 다양성이 감소하는 원인이 되죠. 안도현 시인의 소설 ‘연어’의 주인공처럼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가 바다와 강에서 그 험난했던 역경을 이겨내고 산란을 위해 강의 상류로 올라왔지만 실제로는 알을 낳을 장소, 부화를 위해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는 여울, 부화 후의 새끼연어가 숨을 수 있는 은신처 등 다양한 서식처가 파괴됐죠.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의 트리니티 강에는 매년 3만8,600여 마리의 치눅 연어가 돌아왔지만 댐 건설 직후에는 개체수가 1만2,550마리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코호 연어는 이보다 더 심각하게 줄어들어 절멸 위기까지 맞게 됐다고 합니다.

홍수가 발생하는 봄이면 미국 서부해안으로 흐르는 강 하류에 하천토사환원 작업이 진행된다. 2011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 트리니티강 하류에서 토사복원작업이 한창이다. 국립생태원 제공

생태계 연결성 복원을 위한 노력

댐 건설 후 나타나는 이러한 생태계 문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구분하지 않고 댐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댐 상ㆍ하류 간에 유량의 흐름과 토사의 흐름의 연결성을 개선하거나 회복시켜주기 위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발전돼 왔습니다. 이 가운데 생태유량과 토사환원은 가장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하천 재 자연화 연구분야입니다.

생태유량이란 기존 가뭄기에 일정량의 유지유량을 보전해주는 환경유량 개념에서 보다 발전한 것으로, 생태계 보전과 복원을 목적으로 생물의 생활사를 반영해 자연유량의 크기와 빈도를 재설정하는 것입니다. 연어를 예로 들면 ▦얕은 여울에 알을 놓는 산란기 ▦풍부한 산소를 필요로 하는 부화기 ▦새끼 연어를 성장시키는 치어기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하는 유어기 ▦하구에서 강으로 이동하는 성어기를 고려해 일년간의 유량의 크기와 빈도를 다르게 설정하는 식입니다.

토사환원이란 댐 상ㆍ하류간에 토사이동의 밸런스를 회복하기 위해 댐 하류 하천에 부족한 모래와 자갈을 공급해주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서부해안을 중심으로 연어가 돌아오는 20여개의 강에서 산란여울을 조성하기 위하여 실시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전국 15개 이상의 지역에서 생물의 서식처 보전을 위해 실시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대규모로 유사환원을 하고 있는 곳은 독일 라인강의 이페자임 댐 하류인데요. 이곳에서는 매년 17만톤의 소류사를 인공적으로 강에 공급해 교각과 제방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약 1,300여 개의 대형 댐이 있는데 미국, 중국, 인도,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수 입니다. 여름철 홍수와 겨울 가뭄으로 수자원 불균형의 기후지리적 특성을 반영했다고 하지만, 어찌 보면 다른 선진국들보다 더 시급하게 생태계 소통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까지는 어도를 통해 회귀성 어류의 물길을 연결하는 데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생태계 복원에 대한 높은 국민적 관심과 세계 수위의 댐 보유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앞으로는 댐과 보, 하구둑이 단절시켰던 물과 토사의 흐름을 소통시켜서 산에서 강을 거쳐 바다에 이르기까지 생태계 연결성을 복원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옥기영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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