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명이 자소서에 부모ㆍ친인척 신상 기재
입학취소 없이 기관 경고 등에 그쳐 논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 전형 당시 자기소개서(자소서)에 부모나 친인척의 신분을 드러낸 합격자가 24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재된 이들은 시장, 공단 이사장 등 고위 공직자와 대법관, 법원장, 검사장, 법무법인 대표 등 법조인이 다수 포함됐다. ‘현대판 음서제’로 불릴 만큼 로스쿨 부정입학 의혹이 고조되고 있지만 교육부는 입학 취소나 실명 공개 없이 수습을 서둘러 논란을 낳고 있다.
교육부는 전국 25개 모든 로스쿨의 최근 3년 간(2014~2016학년도) 입학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2일 발표했다. 합격자 자소서에 부모 및 친인척의 성명, 직장명 등 신상을 기재한 24건 중 5건은 부모ㆍ친인척의 신원을 명시했거나 쉽게 추정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전직 시장, 법무법인 대표, 공단 이사장, 지방법원장이거나 외삼촌이 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이었다. 신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부모ㆍ친인척의 직업을 기재한 19건 중엔 대법관, 검사장, 판사, 시의회 의원, 공무원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들에 대한 합격취소나, 해당 로스쿨에 대한 정원감축 등 행정제재를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이진석 교육부 학술장학지원관은 “로스쿨 입학 전형은 법학적성시험, 학부성적, 영어, 서류, 면접 등 다양한 요소로 이뤄지고 있어, 자소서의 신상 기재와 합격의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법무법인 3곳에서 법률자문을 받은 결과 적발된 24건 모두 합격취소를 할 수 없는 것으로 결론냈다”고 밝혔다.
더욱이 로스쿨마다 자소서에 부모 신상 기재 금지 여부가 제각각 달라 적발 사례들이 학교의 입학요강을 어겼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부모ㆍ친인척의 신원을 명시한 5건 중 신상 기재를 금지한 대학 입학요강을 위반한 사례는 단 1건이며, 신원이 특정되지 않게 기재한 19건 중에는 7건이 위반한 경우다. 나머지 16건은 입학요강 위반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기재금지 고지가 없는 로스쿨의 경우엔 합격자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고, 고지를 위반한 경우라도 합격을 취소할 수준의 부정행위는 아니라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다.
교육부는 다만 기재금지 고시 위반이나 미고시 사례가 적발된 대학 17곳에 대해 기관 경고, 로스쿨 원장 경고 또는 주의 등의 조치를 취했다. 교육부는 또 모든 로스쿨에 자소서에 부모ㆍ친인척 신상 기재금지 및 위반 시 불합격 처리를 명문화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로스쿨들이 투명한 입시제도를 운영하지 않아 사법기관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한 그동안 교육부가 자율권을 내세워 로스쿨 입시에 아무런 관리감독도 하지 않아 뒤늦게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제재조치조차 내리지 않는 데 대해 책임을 묻는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서울변호사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로스쿨 개교 이래 모든 입학생들을 전수조사해 부정을 저지른 합격자들의 입학을 취소하고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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