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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반도주한 군수가 다시 고향 찾은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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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반도주한 군수가 다시 고향 찾은 까닭은?

입력
2017.09.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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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보다 아내 선택한 박우량 전 신안군수

천사의 섬에 애절한 ‘思婦曲’전하며

“주민께 봉사하러 왔다” 소감 밝혀

박우량 전 신안군수
박우량 전 신안군수

“남들이 비웃어도 해명하기 조차 싫더라 구요”

3년 전 군수 자리를 박차고 야반도주했던 박우량(62) 전 신안군수가 그간의 자신의 심정을 털어났다. 최근 전남 신안군으로 주소지를 옮긴 그는 마지막으로 군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있다고 귀향소감을 밝혔다.

박 전 군수는 유방암 투병으로 시한부 삶을 살던 아내를 하늘나라로 보낸 지 2년 만에 고향을 방문했다. 그는 그동안 아내를 잃은 슬픔으로 하루하루 지옥 같은 삶을 살았고 ‘세월호 연루설’ 등 온갖 소문에 시달려왔지만 자신을 험담했던 고향사람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2014년 5월 19일 밤늦게 부인이 병세가 위독하다는 전갈을 듣고 마지막 곁을 지켜주기 위해 홀연히 서울로 향했다. 재선 군수로 3선이 유력했지만 지난 8년간 부인과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죄책감에 불출마를 선언한 뒤였다.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과 50여명의 주민대표들이 상경해“당신(박 전 군수)은 병간호나 해라 선거는 우리가 할 테니”라며 불출마 철회를 요구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신안에 있던 주소지마저 퇴거하고 휴대폰 등 모든 연락을 차단한 채 아내 곁을 지켰다.

새벽 6시에 일어나 밤 11시까지 헌신적인 병간호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2015년 10월 9일 그의 곁을 떠났다. 그는“두 딸들이 사람들을 싫어하고 동생이 나를 돕다가 수감생활을 하고 있어 부고도 낼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박 전 군수는 “아내가 좋아했던‘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노래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며 “아내가 떠난 뒤 1년 동안 허무하게 보내면서 삶과 죽음이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털어났다. 박 전 군수는 “3년 전 결정에는 지금도 후회가 없다”면서“정치한다고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아내의 소중함도 뒤늦게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가족보다 주민들을 더 좋아했던 것을 질투한 아내가 자신에게 ‘내가 죽고 나면 고향에 가라’고 말한 것 때문에 힘들었는데 이제는 그 맘을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조금이나마 힘이 있을 때 고향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봉사할 것이냐를 생각하고 있다”며“그동안 괴소문 등으로 나보다 더 힘들게 살았던 목포에 사는 형님과 동생 가족들의 명예도 회복시켜 주고 싶다”고 눈시울을 적셨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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