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이산가족은 오랜 세월 떨어져 살았던 피붙이들과 애뜻한 정을 나누기 위해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를 준비했다. 하지만 남과 북의 가족이 준비한 품목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남측 가족은 주로 의류와 의약품 등 당장 일상생활에 쓰일 생필품 위주로 챙겨왔다. 반면 북측 가족은 술이나 스카프 등을 전달해 일종의 과시용 목적으로 선물을 준비한 듯했다.
남측 가족은 경제사정이 어려워 물자가 부족한 북측의 사정을 감안해 ‘생활 맞춤형’ 선물을 주로 준비했다. 치약 칫솔 비누 샴푸 양말 속옷과 추운 겨울에 대비한 방한용 점퍼와 목도리, 내의 등이다. 따뜻하게 겨울을 나라고 이불을 싸 들고 온 가족도 있다.
고령화 속도가 남측 보다 빠른 북측 가족의 건강을 고려해 각종 의약품을 챙겨오기도 했다. 홍삼이나 비타민 영양제부터 진통제, 파스, 관절약, 연고 등이 망라됐다. 북측 가족이 혹시나 잘못 복용할까 싶어 “뼈 마디가 아플 때 먹어라”“손이 튼 데 바르라”는 등 사용법을 메모지에 미리 적어와 설명해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북한에서 화폐로 교환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초코파이를 비롯해 사탕, 설탕, 라면, 직접 수확한 햅쌀까지 먹을 것을 넉넉하게 챙겨온 경우도 있었다. 남측 가족은 상봉장 곳곳에서 북측 가족에게 과자를 직접 먹여주기도 했다.
선물로 현금도 전달할 수 있지만, 정부 방침 상 미화 1,500 달러 이상은 초과할 수 없다. 값비싼 귀금속과 전자기기, 주류도 반입이 금지된다. 그러나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직접 끼고 간 금반지를 빼서 주겠다는 가족도 있었다.
남측 가족의 선물이 먹고 입는데 집중됐다면, 북측 가족의 선물은 특산품 위주로 꾸려졌다. 21일 개별상봉에 나선 북측 이산가족 손에는 붉은색 ‘대봉’이란 글자가 적힌 하늘색 쇼핑백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쇼핑백 안에는 북측 당국이 준비해 일괄적으로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 특산품인 들쭉술과 평양주 등이 담겨 있었다. 북측 가족은 지난해 2월 이산가족 상봉 당시에도 북한 술 3종 세트를 선물로 전달한 바 있다.
북측 가족 일부는 ‘조선농토산물 선물세트’라고 적힌 노란색 직사각형 상자와 개별 선물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남색 가방을 들고 왔다. 한 북측 가족은 술 3병과 함께 원형 식탁보와 스카프 등 다소 실용성이 떨어지는 별도의 선물을 준비해 남측 가족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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