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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 기자

등록 : 2017.04.10 04:40
수정 : 2017.04.10 04:40

백희나 “저도 아빠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신작 '알사탕' 내놔...'구름빵' 저작권 못돌려받아

등록 : 2017.04.10 04:40
수정 : 2017.04.10 04:40

알사탕을 먹은 동동이 귀엔 아빠의 속마음이 들렸다. '사랑해, 사랑해'. 책읽는곰 제공

“다른 아빠들 반응도 그런 지, 저도 궁금하네요.” ‘아빠들을 대신해 감사 드린다’고 했더니 백희나 작가는 9일 이렇게 답했다. 신작 ‘알사탕’(책읽는곰)은 ‘마법의 알사탕’ 얘기다.

혼자 놀던 동동이가 문방구에서 얻은 사탕 하나 꺼내 입에 넣자, 사람과 사물의 속마음이 들려온다. 그 가운데 하나는, 한 페이지 가득 잔소리를 쏟아내는 아빠에게서 들려온 속마음. 그 속마음은 이랬다.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아이들 책이니까 뻔한 것 아니냐 할 수 있지만, 알사탕 먹을 때마다 들려오는 얘기들을 리듬감 있게 배치한 게 절묘하다. 그래선지 기자가 이 대목을 읽어줬을 때 아들 눈에서 ‘동공지진’이 일어났다. ‘구름빵’, 그리고 53회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은 ‘장수탕 선녀님’으로 유명한 백 작가의 솜씨는 그렇게 노련하다.

‘알사탕’은 전작 ‘이상한 엄마’와 묘한 공통점이 있다. 워킹맘을 등장시켰던 전작에 아빠가 없었다면, 이번 ‘알사탕’에선 엄마가 안 보인다. 아빠, 혹은 엄마의 부재가 잠깐인 건지, 아니면 고정적인 것인지 암시하는 힌트는 없다. 백 작가는 “읽는 사람의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 상황을 모호하게 해두는 게 감정이입을 돕는데 더 낫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빠가, 혹은 엄마가 없는 집일 수도 있고, 너무 단란하고 화목한데 그 때만 잠시 어디 출장을 갔을 수도, 집 앞 수퍼에 갔을 수도 있다.

'알사탕'을 내놓은 백희나 작가는 "아빠들의 반응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책읽는곰 제공

이렇게 못 박아두지 않는 설정은 ‘구름빵’에 대한 반성 때문이다. ‘구름빵’은 ‘아빠, 엄마, 누나, 남동생’으로 구성된 화목한 가정을 배경으로 삼았다. “이야기 구조상 어쩔 수 없는 설정이긴 했는데, 너무 이상적인 가족인양 보여줘서 굉장히 미안했어요. 그림책을 읽으면서까지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면 슬픈 일이니까요. 그래서 가능하다면 여러 모습의 가족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주인공 동동이를 묘사할 때도 그 부분에 신경썼다. 복잡한 내면을 숨기고 있는 아이일 수도 있지만, 의외로 별 생각이 없거나 주어진 현실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아이일 수도 있다. 이런 여백이 주는 힘이 상당하다.

제일 중요한 건 어쨌거나 새롭게 살겠다는 동동이의 결심이어야 했다. 그렇기에 절정은 알사탕이 전해준 얘기들을 다 들은 동동이가 낙엽진 가을 숲에서 홀로 서 있는 장면. 백 작가는 널리 알려졌듯 찰흙의 한 종류인 ‘스컬피’로 인물, 소품, 배경 등을 직접 만들어 미니어처 형태로 배치한 뒤 이를 촬영하는 기법을 쓴다. 숲 장면이니 나무에다 낙엽까지 일일이 다 잘라서 만들어야 하는 등 노동강도가 보통 아니었다. 정작 그보다 백 작가가 더 심혈을 기울인 건 ‘조명’이었다. “동동이를 어루만져주고, 동동이가 정화되는 가장 중요한 하이라이트 장면”이었기 때문에 ‘빛 조절’이 생명이었다. “동동이의 감정선을 잘 살려내는 게 가장 중요했는데, 그래도 고심한 만큼 잘 나온 것 같아 다행이에요.”

백 작가라면 저작권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2004년 내놓은 데뷔작 ‘구름빵’이 큰 인기를 끌면서 캐릭터 상품,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2차 콘텐츠 상품이 쏟아졌다. 이 규모가 4,400억원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백 작가가 손에 쥔 건 저작권 일체를 출판사에 넘기는 매절 계약에 따른 1,850만원뿐이었다. 작가의 창작의욕을 꺾는다는 논란이 일었고, 이후 출판사가 저작권을 되돌려준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런데 의외였다. 아직 저작권을 돌려받지 못했다 했다. “아직 원점 그대로에요. 개인의 힘으로는 여전히 어렵네요. 하지만 이건 제 개인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다른 작가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타협할 생각은 없어요.”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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