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영웅들 키워 온 사관학교, 도라산 출입사무소까지 코스 연장
국내 유일의 국토종단 마라톤 대회 제60회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이하 경부역전마라톤)가 16일 오전 10시, 60번째 발걸음을 뗀다.
1955년 11월 14일, 제1회 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환갑’을 맞이한 경부역전마라톤은 전국 17개 시ㆍ도 소속 선수 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부산시청 앞 광장을 출발해 밀양~대구~김천~대전~천안~서울을 거쳐 파주 군내면 통일촌까지 일주일 간 총 532.9km구간에서 진행된다.
59년의 지난한 세월 속에 경부역전마라톤은 우리나라 육상인들의 등용문 임은 물론, 조국 근대화 흐름과도 함께 달려왔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500여km를 릴레이 마라톤으로 달린다는 것은 당시로선 혁명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었다. 비유하자면 육상의 경부고속도로 개통인 셈이다.
한국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1955년 첫 대회 때는 폭격으로 도로가 끊겨 나룻배로 강을 건너서 뛰기도 했고, 잘 뻗은 아스팔트 길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육상 원로들은 “전체 코스 3분의 1이 자갈길 투성이였다”고 증언하고 있다.
제1회 대회는 육군특무부대, 해병대, 서울시청, 경남팀이 참가해 490.5km를 뛰었다. 당시 육상선수들은 육ㆍ해ㆍ공군 등 사실상 군에서 배출했다. 1회 대회 참가자 양재성(80) 전 육상경기연맹 전무는 “모든 지원을 군에서 거의 다 해줬다. ‘과연 완주할 수 있을까’ 겁부터 났지만 뛰어 보니 되더라”며 “연병장을 수없이 돌며 훈련을 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고했다. 선수들은 자동차 타이어 고무를 잘라 신발 밑바닥에 붙인 채 ‘군인 정신’으로 일주일을 버텼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생이 코치로 나선 육군특무대가 1회 대회 우승 팀이다.
지금의 시ㆍ도대항전 성격을 띈 건 1960년 6회 대회부터다. 이 때부터 서울, 경기, 강원, 충북, 경북, 충남, 전북 등 7개 시ㆍ도에서 선수들을 내보냈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이상 44)도 경부역전마라톤을 통해 입신했다.
전국적인 마라톤 붐을 일으키며 국가적 행사로 자리잡은 경부역전마라톤은 2012년 제58회 대회 때 사상 처음으로 경기 파주시 민통선 구역까지 지평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에도 파주 비무장지대(DMZ) 아래 민간인통제구역의 최북단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까지 코스를 연장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2003년 북한 개성공단 출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세워진 CIQ가 엘리트 마라톤 선수를 위해 문을 연 건 이 때가 처음이었다.
이번 60회 대회를 맞아 역대 최대규모 남녀 300여명이 출전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남자 선수의 구성은 대학ㆍ실업 10명 이내로 하고, 그 외는 중, 고등학교 선수로 한다’는 대회 규정에 따라 각 시ㆍ도 에이스와 유망주들이 총출동 했다. 이번이 첫 출전인 세종시는 “지역 우수 선수들과 꿈나무들을 발굴하겠다. 통일 염원의 뜻을 함께 나누겠다”며 1명의 선수를 내보내 눈길을 끌었다. 세종시를 포함해 제주도, 인천, 광주, 대전, 울산, 충남, 전북 등은 선수 부족으로 일부 구간만 뛸 예정이다.
코스 확장과 출전 선수 확대에 성공한 경부역전마라톤은 이제 ‘신의주까지 달린다’는 최종 목표만을 남겨두고 있다.
최경열(56) 육상연맹 전무이사는 “내년에는 제주도에서 출발총성을 울리는 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한라에서 백두까지 마라톤으로 하나되는 남북한’이라는 모토로 경부역전마라톤을 통해 남북 스포츠교류에 새로운 장을 열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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