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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성분 분석기 세계 1위… “日 병원 95%가 인바디 써요”

입력
2017.06.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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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에 미세전류 흘려 1분 만에 분석

세계 첫 체성분 부위별 분석 기술도

작년 매출 798억, 생산량 90% 수출

“사원들 미래의 CEO로 육성” 포부

차기철 인바디 대표가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체성분 분석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배우한 기자bwh3140@hankookilb.com
차기철 인바디 대표가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체성분 분석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배우한 기자bwh3140@hankookilb.com

단백질, 무기질, 체지방 등으로 구성된 사람의 몸을 분석하는 일은 보통 복잡한 일이 아니다. 과거 체성분을 분석하려면 병원에 가서 방사선을 쬐거나, 특수 기구가 설치된 물속에 들어가 숨을 참아야 하는 등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인 ‘인바디’가 체성분 분석 기계를 내놓은 이후 이런 과정은 불필요한 일이 됐다. 인바디 기계 위에 맨발로 올라가 손잡이(손전극)를 1분 정도만 잡고 있으면 정확한 체성분 분석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인바디가 수출되는 외국에서는 체성분 분석을 한다는 말을 ‘인바디 한다’는 말로 바꿔 부를 정도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인바디 본사에서 만난 차기철(59)대표는 “적어도 향후 10년 간 체성분 분석 시장에서 인바디를 따라잡을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차 대표의 자신감은 인바디가 보유한 차별화된 체성분 분석 기술(생체전기 저항분석법)에서 나온다.

인바디는 사람의 몸에 미세 전류를 흘려 그에 따른 저항값을 측정해 체성분을 분석해 낸다.

특히 양팔과 다리, 몸통 등의 신체 부위별 저항값을 별도로 측정해 낼 수 있어 세계 최초로 신체 부위별 체성분 분석이 가능한 시대도 열었다. 복잡한 과정 없이 1분여 만에 정확한 체성분 분석이 가능한 인바디를 두고 전세계가 극찬하는 이유다.

차 대표는 “체성분 분석을 하는 일본 병원의 95% 이상이 현재 인바디 기계를 사용하고 있다”며 “일본 체성분 분석 제조업체들은 정확성이 덜 요구되는 가정용 등 비전문가용 시장으로 물러난 상태”라고 말했다.

인바디 체성분 분석기에는 차 대표의 인생 역정이 그대로 압축돼 있다. 연세대와 카이스트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한 차 대표는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에 1980년대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차 대표는 미국 유타대에서 생체공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딴 뒤 하버드 의대에서 박사 후 과정을 거치며 이 분야 전문가가 된다.

생체공학 연구는 차 대표 인생의 중요 전환점이 됐다. 현재 인바디의 핵심 기술 연구가 대부분 이 시절 이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국 후 학자가 아닌 사업가의 길을 택한 차 대표에게 세상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생체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여러 국내 기업에 사업 제휴 의사를 타진해 봤지만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다.

차 대표는 “1990년대에는 체성분 분석 이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시절도 아니었다”며 “시대보다 앞선 기술이다 보니 주류 산업계에서 외면 받았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하는 수 없이 직접 창업에 나섰다. 창업자금은 어머니가 전셋집을 구하라고 마련해 주신 2,000만원이 전부였다. 그는 “창업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기계공학과 생체공학을 둘 다 공부한 내가 체성분 분석기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1년 2개월 간의 준비기간 끝에 1996년 인바디 1호 체성분 분석기를 시장에 내놓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번엔 너무 비싼 기계 가격이 문제였다. 한대에 1,650만원 하는 고가의 체성분 분석기를 사겠다는 사람을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차 대표는 결국 체성분 분석기를 들고 길거리로 나선다. 전국 의료 박람회 등을 돌며 기계홍보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판매가 부진했던 것과 다르게 체성분 분석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무료로 체성분을 분석해 주는 행사를 열면 수십명의 사람이 행사장 앞에 줄을 설 정도였다. 차 대표는 “체성분 분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보면서 시장 성장 가능성에 확신을 가졌다”고 말했다.

첫 판매는 어려웠지만 인바디 기계 정확성이 소문이 나면서부터 판매고는 급증했다. 출시 첫해 고작 10여대를 팔아 1억6,500만원의 매출을 올렸던 인바디는 지난해 798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6월에는 중소기업청이 선정하는 우수 강소기업인 ‘월드클래스 300’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차 대표는 “현재 국내는 더 이상 제품을 팔 데가 없을 정도로 인바디를 많이 쓰고 있다”며 “현재 생산량의 90%를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인바디의 안정적인 성장 외에도 인재 양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자신과 같은 벤처 창업자가 많이 나와야 우리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차 대표는 인바디가 향후 우리나라 창업 인큐베이터 중심이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차 대표는 “올해부터 뽑는 신입사원들을 미래 CEO로 키워 내기 위해 이들에게 다양한 창업관련 교육과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창업시장에서 성공한 직원은 바로 분사시켜 독립적인 회사 경영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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