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파초일 가능성 커”
국내 노지에서 바나나 재배 어려워
열매 크기도 작고 식용 부적합
최근 대구와 광주 등에서 때 이른 폭염으로 바나나 열렸다는 소식이 알려져 화제가 됐지만, 사실은 바나나의 사촌격인 ‘파초’(芭蕉)인 것으로 확인됐다.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최근 대구와 광주 등에서 바나나로 알려진 열매는 파초일 가능성이 크다고 27일 밝혔다.
이달 초 대구 동구 효목동의 한 가정집 화단에 심어둔 바나나나무에서 열매가 열렸다는 내용과 함께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통해 공개됐다. 이를 두고 지구온난화 등 기후 변화에 따른 한반도 아열대화 현상의 한 사례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가을쯤엔 수확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와 큰 화제가 됐었다. 이 열매엔 ‘대프리카’(대구와 아프리카를 합친 말)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그러나 이 열매는 일반 바나나가 아닌 먹을 수 없는 파초의 열매일 가능성이 높다. 연구소에 따르면 바나나와 파초는 파초과(科) 파초속(屬)의 다년생 초본으로, 분류학상 같은 종류에 속한다. 하지만 바나나는 열대성 식물로 아직 국내에서는 노지에서 자라기 어렵고, 파초는 온대성으로 내한성이 강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서유럽ㆍ미국ㆍ캐나다 등 온대지역에서 널리 자란다.
파초는 추위에 비교적 강해서 영하 10∼12도까지도 견디지만, 바나나의 경우 영상 4∼5도에서도 얼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하우스가 아닌 노지에서 바나나가 열리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는 게 연구소측의 설명이다.
연구소는 바나나와 파초를 쉽게 구별하는 방법도 소개했다. 파초는 바나나와 비슷한 꽃과 열매가 달리지만 바나나에 비해 열매가 잘 맺히지 않는다. 열매가 열렸다 하더라도 5∼10㎝ 크기로 작고 씨가 많으며, 맛도 떫어서 식용으로는 부적합하고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또 파초는 잎 뒷면이 옅은 녹색을 띠며, 바나나는 잎 뒷면에 하얀 가루가 발생한다. 꽃포(꽃대의 밑 또는 꽃 꼭지의 밑에 있는 비늘 모양의 잎)의 색깔로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파초의 포는 노란색이지만 바나나의 포는 적자색이다.
성기철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연구관은 “대구와 광주 등에서 자란 열매를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사진으로 확인한 결과 파초가 확실하다”며 “현재 국내 노지에서 바나나 모양으로 자라는 것은 우리가 자주 먹는 바나나가 아니라 파초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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