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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펜 들고 밑줄 쫙~’ 해도 왜 다음날 기억 안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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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펜 들고 밑줄 쫙~’ 해도 왜 다음날 기억 안날까

입력
2016.09.2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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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밖에 모르는 샌님’이었지만

10군데 넘는 대학서 낙방한 저자

효율적으로 뇌를 사용하는 방법

실생활서 검증, 11가지로 요약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공부의 비밀

베네딕트 캐리 지음ㆍ송정화 옮김

문학동네 발행ㆍ308쪽ㆍ1만5,000원

‘제 인생 제가 사는 것’이라며 ‘쿨’한 부모가 되겠다는 다짐이 형편없는 시험성적 앞에서 무너지고야 마는 것을 우리는 꽤 자주 목격한다. 여기에 마땅한 계획도 없는데 늘어난 수명 탓에 자기계발을 취미 삼아 살고 있는 수많은 현대인들까지. 공부, 공부, 그 지겨운 공부는 평생을 이고지고 가야 하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학원이나 과외의 도움을 단 한번도 받지 않고 고등학교 3년 내내 전교 1등을 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부터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낸 어머니의 비법까지. ‘공부만이 살길’이라는 믿음은 여전히 굳건해 별의별 제안과 참견은 이 땅에 이미 차고 넘친다.

‘공부의 비밀’은 “학습과학의 수수께끼는 아직 풀리지 않았고 모든 수수께끼가 풀린 것처럼 말하지 않겠다”며 뻔뻔하게 도전장을 내미는 뇌 과학서다. “공부밖에 모르는 샌님”이었던 저자는 2004년부터 뉴욕타임스 과학담당 기자로 근무하며 (자신의 취재분야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뇌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연구했다. 그는 더 이상 머리를 몰아세우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가 “괴짜기계”라고 정의하는 뇌는 특이점을 잘 활용해야 비로소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는 그야말로 설득과 유혹의 대상이다.

“더 많은 노력을 들이지 않고 더욱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기법을 알려주겠노라”고 약속하는 배경에는 죽어라 공부했지만 10군데 넘는 대학에서 모두 낙방하고 겨우 입학 대기자 명단에 이름만 올린 저자의 과거가 있었다. 학습과 기억력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진 각종 요인들을 실생활에서 직접 적용해 검증하고, 독자들을 상대로 간단한 퀴즈도 내 설득력을 높인다. 유명인의 에피소드와 각종 심리학 이론도 무겁지 않게 곁들인다. 그래서 학습과 뇌를 다루지만 뜻밖에도 유쾌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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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어제만 해도 형광펜으로 표시하며 외웠던 문제들을 막상 시험지에서 발견했을 때 ‘어제 봤던 문제다’라는 것 빼고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비극을 소개하며 저자는 ‘유창성’이라 불리는 착각을 경계하라고 말한다. 우리는 ‘우리가 잊어버린다’는 사실을 쉽게 잊고,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깊이’를 잘못 판단한다는 것이다.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고 개요나 정리노트를 눈으로 훑는 과정에서 뇌는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며 더 공부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간주해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잊어 버릴 때까지 시간을 두고 다시 노력해 떠올리는 것이 바로 복습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실용서를 지향하는 책은 꼭 알아야 될 정보를 열한 가지로 압축해 부록에 싣는다. 두 세시간을 한꺼번에 사용하기보다는 일정 간격을 두고 공부 시간을 배정하는 것이 좋고, 페이스북을 확인하거나 어젯밤 스포츠 경기 결과를 확인하는 것은 의외로 문제를 풀다가 난관에 부딪혔을 때 가장 도움이 되는 행동이다. 조용한 곳 혹은 익숙한 곳에서보다는 여기저기 장소를 옮기며 공부하는 것도 추천한다. 공부하고 연습하는 환경에 더 많은 변화를 줄수록 환경에 영향 받지 않는 독립 지식이 되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공부는 결국 스스로 하는 것이고 배우는 방식에는 맞고 틀림이 없다. 다만 “습득하려고 하는 정보의 특성에 따라 적합한 전략”은 있을 수 있다. “실력 좋은 사냥꾼이 먹잇감에 따라 다른 함정을 준비하는 것처럼 말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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