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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례 넘게 간이식 수술.. 성공률도 97%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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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례 넘게 간이식 수술.. 성공률도 97% 넘어"

입력
2017.02.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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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신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소장은 "과음하지 않고, 적어도 6개월에 한 번 이상 정기 검사를 받으면 무서운 간질환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황신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소장은 "과음하지 않고, 적어도 6개월에 한 번 이상 정기 검사를 받으면 무서운 간질환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황신(가운데)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장 등 간이식팀이 간암 환자에게 생체 간이식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황신(가운데)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소장 등 간이식팀이 간암 환자에게 생체 간이식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말기 간질환을 치료하려면 뇌사자나 살아 있는 사람의 간을 떼내 붙여주는 간이식 수술이 최선이다. 간이식 수술은 ‘이식의 꽃’으로 불린다. 간 내부 혈관구조가 아주 복잡해 수술이 매우 어렵고, 수술시간도 10시간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우리 간이식 수술은 미국 등 이식 선진국보다 늦었지만 이제 미국에서 배우러 올 정도로 술기(術技)가 뛰어나다. 국내에서 간이식 수술을 시작한지 30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1만례를 넘어섰다. 특히 서울아산병원은 지난해 6월 간이식 5,000례 달성이라는 대기록을 세워 ‘간이식 메카’로 자리잡았다.

황신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장(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를 만나 간이식에 대해 들었다. ‘생체 간이식 수술 권위자’인 황 교수는 “장기 기증 확산으로 뇌사자 장기기증도 100만 명당 11명 수준으로 늘면서 생체 간이식보다 덜 위험한 뇌사자 간이식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돼 다행스럽다”고 했다.

-간이식 수술이 어떤 사람에게 필요하고, 주의할 점은.

“간은 기능을 70%정도 잃어도 아무런 자각증상이 없어 ‘침묵의 장기’로 불리죠. 몸이 붓고, 황달이 생겼다면 이미 간 기능이 70% 이상 상실해 치료가 어렵습니다. 이런 말기 간질환에 간이식 수술을 하게 되죠.

성인의 경우 간경변증, 급성간부전, 간암일 때 간이식을 하게 됩니다. 간이식을 받지 않으면 1년을 살지 못하는 심한 간경화나 독성물질이나 간염바이러스로 간이 급격히 망가져 1~2주 안에 목숨을 잃을 급성간부전, 달리 치료할 수 없는 간세포암일 때 이식수술을 하게 됩니다.

어린이의 경우 선천성 담도폐쇄증, 급성간부전증, 태어날 때부터 간 대사효소 부족으로 간에 해로운 물질이 쌓이는 대사성 간기능 저하 등이라면 수술을 합니다. 최근 간이식 대상 환자 폭이 크게 넓어졌죠. 전에는 급격한 간 기능 악화로 간성혼수와 신부전이 생겼을 때에는 수술해도 성공률이 낮았는데 요즘엔 감염 등 합병증이 생기지 않았다면 수술하면 대부분 생존하죠.

또한 65세 이상 고령인 수술의 성공률이 높아졌습니다. 다만 간이식 수술 시간이 오래 걸려 이를 견딜 만큼 심장과 폐기능이 좋아야 하죠. 간암이 크게 악화됐다면 재발 위험이 높기에 이식할 수 없고, 다른 암이 간에 전이됐거나, 간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됐어도 수술이 불가능하죠.”

-간이식 때 기증자 안전이 중요한데…

“간이식에서 가장 주목 받는 주제가 생체 간이식 수술이죠. 뇌사자 장기 기증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장 잘 맞은 수술이죠. 우리 병원에서 이식간의 혈관을 완전하게 재건하는 방법을 개발해 적용하고부터 70%였던 수술 성공률이 97%로 획기적으로 높아졌죠. 또한 생체 간이식은 건강한 기증자의 간을 잘라내야 하기에 안전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에 공여자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선정되죠.

우리 간이식팀은 생체 간이식 수술 세계 1위를 달성했고, 간 기증자 가운데 사망했거나 중증 합병증에 걸린 사람도 전혀 없었습니다.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도 합병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대표적으로 복잡한 수술인 생체 간이식 수술에서 우리 병원은 세계 최고의 축적된 실력과 경험으로 합병증을 줄이고 있죠.”

-혈액형이 달라도 기증할 수 있나.

“간이식 수술 한계를 뛰어넘은 사건이 바로 혈액형 부적합 이식입니다. 간을 기증하고 이식 받는 사람의 혈액형이 맞지 않아도 수술이 가능하게 됐죠. ABO 혈액형 부적합 이식수술은 기존 ABO 혈액형 적합 이식수술과 달리 환자에게 이식하기 전 항체형성억제제(리툭시맙)를 투여하고, 혈장교환술을 하죠. 이전에는 혈액형이 맞지 않아 이식 받지 못했던 말기 간경화나 간암 환자 413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찾아준 거죠.

특히 우리 병원의 혈액형 부적합 생체 간이식 성공률과 환자 생존율이 95%로 이 수술을 먼저 시행했던 일본의 유수 센터보다 성적이 월등히 앞섭니다.”

-간이식팀을 소개하자면.

“장기이식센터는 8개 이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내과 외과 소아과 마취과 의사와 이식전문간호사 등 각 분야 전문가로 진료팀을 꾸렸죠. 이 가운데 간이식팀은 이승규 석좌교수를 비롯해 18명의 의료진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1999년 시행된 변형우엽 생체간이식과 2000년의 2:1 생체 간이식, 2003년 교환 간이식 등을 세계 처음으로 시행했습니다. ABO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 수술도 세계에서도 압도적이죠. 이를 통해 70%에 머물렀던 간이식 수술 성공률을 95% 이상으로 획기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장기이식 선진국인 미국의 간이식 생존율보다 훨씬 높죠.

이에 따라 우리 병원의 수술은 아시아권은 물론 미국ㆍ유럽 등 의료 선진국의 국제 표준치료 프로토콜이 됐죠. 1955년 ‘미네소타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나라에 선진의술을 알려준 미국 미네소타대학병원이 지난해 말 우리 병원에게 간이식 기술 전수와 줄기세포 공동연구를 위한 협약 체결을 요청했습니다. ‘스승’인 미네소타대학병원 의료진이 ‘제자’였던 우리 병원 간이식팀에게 생체 간이식 기술을 배우게 된 거죠. 이밖에 매년 40여 나라에서 400~500명의 의료진이 우리 병원에서 의술을 배우고 있습니다.”

-간 질환 환자에게 당부할 말은.

“아직 많은 사람이 간을 잘 알지 못합니다. 대한간학회가 최근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6%가 AㆍBㆍC형 간염의 차이를 몰랐죠. 간염 이름은 알지만 어떤 병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죠. B형 간염은 간암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이며, C형 간염은 한번 감염되면 70~80%가 만성간염으로 악화하고 이 중 30~40%가 간경변증, 간암이 된다는 사실을요.

사실 간을 건강히 유지하는 비결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과음하지 말고 정기 검진을 받고, 의사 충고를 따르는 것입니다.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는데도 폭음하거나 간을 혹사해 90%가 넘게 간경화로 이어집니다. 바이러스가 있어도 조심스럽게 관리하면 간을 충분히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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