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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북한 ICBM 재진입 기술 검증하려면

입력
2017.08.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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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달 두 차례에 걸쳐서 화성-14 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첫 번째 발사는 엔진과 미사일체계 기술의 시연에 초점을 둔 반면, 두 번째 발사에서는 사거리 성능확인 및 재진입 기술의 검증이 주 목적으로 보인다. 미 중앙정보국은 최근 북한의 재진입 기술이 정상궤적으로 발사 시에는 문제가 없을 만큼 충분히 발전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도 고난이도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탄도미사일은 전체 비행 중 오직 짧은 시간 동안만 로켓엔진이 작동된다. ICBM은 20~30분 정도의 비행시간을 가지나 실제 엔진이 작동되는 시간은 200~300초이다. 전형적인 비행속도는 초속 5~7km이다. ICBM의 평균적인 전체 재진입 시간은 60~90초 정도이다. 나머지 시간은 관성비행을 하거나 정점에 도달한 후 중력에 의한 자유낙하를 하면서 목표물을 향해 비행한다.

핵탄두를 탑재한 재진입체(RV)는 열악한 재진입 환경 및 우주환경을 견디고 핵폭탄을 폭발시켜야 한다. 재진입체는 핵탄두, 기폭용 전자장비 및 배터리, 정밀유도제어를 위한 추진시스템, 그리고 고압축 알루미늄 내피와 마모성 탄소섬유로 만든 외피로 만든 구조체 등으로 구성된다. 일단 재진입체가 대기권에 진입하면 공기층을 만나고 대기항력에 의한 공력가열 및 감속이 시작된다. 이렇게 유도된 항력과 양력은 재진입체의 궤적에 영향을 미친다. 대기권 재진입 후에 재진입체는 약 30~40%의 속도가 감속된다. 만일 마하 25로 재진입한다면 마하 15~17의 속도로 준다는 의미다.

대기권으로의 재진입은 생존성과 정확성 사이에서 최적화해야 한다. 즉,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열에 의해 증발하거나 하중에 의해 파괴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재진입체를 개발해야 한다. 동시에 필요한 정확도도 유지해야 한다.

마하 20 정도의 속도로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비행체는 섭씨 8,000도를 넘는 온도를 경험한다. 하지만, 실제 뭉뚝한 재진입체 노즈 전면에 발생하는 충격파로 인해 이러한 온도가 재진입체에 전달되지는 않는다. 충격파는 공기흐름을 바꾸고 90% 이상의 재진입 열을 앞면의 대기로 소산시킨다. 즉 섭씨 8,000도의 온도가 충격파를 가로지르면서 재진입체에 전달되는 실제 온도는 그보다 훨씬 낮다는 의미다. 재진입체는 또한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정상적인 중력의 50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감속을 경험한다. 재진입체 내의 모든 구성품은 이러한 열악한 하중 및 진동환경의 극단적인 조건 하에서도 작동해야 한다.

재진입체는 설계의 최적화를 위해 극초음속 유동에 대한 복잡한 이론적 해석 및 다양한 지상모사시험이 필요하다. 충격시험을 위한 충격터널, 극초음속 풍동, 대기 재진입 시뮬레이터, 노즈콘 낙하시험 등을 위한 고난이도의 시험시설도 요구된다. 북한이 이들 시험시설들을 구축하여 지상모사시험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했는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극초음속 기술을 시험하는 시설 구축에는 엄청난 비용 및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북한은 그동안 여러 가지 미사일기술 능력에 대해 과시해 왔지만 정작 재진입 기술의 핵심요소인 극초음속 관련 모사시험에 대해서는 언급한 바 없다. 이러한 지상시험 없이 바로 비행시험을 하는 것은 비용과 검증 측면에서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그동안 북한이 보여준 ICBM에는 KN-08, KN-14 및 화성-14형이 있었다. KN-08과 KN-14는 2012년과 2015년 열병식을 통해 각각 선보였지만 한 번도 시험발사를 수행한 적은 없었다. KN-08 재진입체는 콘 형상, KN-14 재진입체는 뭉뚝한 형상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실제 시험발사를 수행한 화성-14는 끝이 상대적으로 뾰족한 형상의 노즈콘을 선보여 작년에 기계적 삭마시험을 수행했던 노즈콘 형상과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는 북한 ICBM 재진입체의 형상 및 노즈콘 설계가 지속적으로 변경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비행시험을 통해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진 재진입체를 수거하여 문제점을 파악하고 보완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북한의 재진입체 설계 및 재진입 기술이 극초음속 관련 지상모사시험도 없이 비행시험에만 의존함으로써 아직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단계일 수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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