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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25 06:31
수정 : 2017.08.25 08:30

제주 문주란, 인도양 건너 토끼섬에 뿌리내리다

강정효의 이미지 제주(41)

등록 : 2017.08.25 06:31
수정 : 2017.08.25 08:30

문주란이 만발한 구좌읍 토끼섬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중하순이면 제주도내 해안도로를 따라 하얀 색의 꽃이 장관을 이룬다.

문주란이다. 원래는 토끼섬에서만 자라던 식물인데, 관상용으로 심다 보니 제주도내 전역으로 많이 퍼져 나갔다.

토끼섬은 구좌읍 하도리 앞바다에 위치한 자그마한 섬으로 가까운 곳은 해안에서 불과 50m에 불과해 썰물 때는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 문주란이 만발하면 섬 전체가 하얗게 덮여 멀리서 바라보면 토끼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지만, 토끼섬은 원래 바깥쪽에 있는 작은 섬이라는 뜻의 ‘난들여’로 불렸다. 난도(蘭島)라 불리기도 한다. 160㎡의 면적에 백사장과 10여 미터 높이의 현무암 동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섬 안에는 모래인 패사(貝沙)가 20-40㎝ 두께로 덮여 있는데 한여름이면 문주란 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국내에서는 유일한 문주란 자생지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62년 천연기념물 제19호로 지정해 보호되고 있다. 문주란의 생육환경은 일반적으로 연평균 온도가 섭씨 15도, 최저 온도가 영하 3.5도로 토끼섬이 북방 한계지역이라 할 수 있다.

수선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인 문주란(Crinum asiaticum var. japonicum)은 높이가 50㎝ 가량 되고 굵기는 5∼10㎝이며 원기둥 꼴이다. 원래는 아프리카에서 자라던 식물인데 해류를 타고 이곳 토끼섬을 비롯해 일본, 말레이시아, 인도 등지에 전파되었고 일부는 태평양 건너 미국 대륙까지 분포하고 있다. 각 지역에 알맞은 형질로 변화하여 성장하고 있는데, 제주도의 문주란은 아프리카 문주란에 비해 키와 잎이 작다.

토끼섬의 문주란

돌담을 쌓아 바닷물에 유실되는 것을 막고 있다.

돌담으로 보호받는 토끼섬 문주란.

문주란 알뿌리.

토끼섬은 국내 최대 문주란 자생지다.

토끼섬의 문주란은 일본의 오키나와나 규슈지방에서 쿠로시오 해류에 의해 유입되어 정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즉 쿠로시오 해류의 한 지류가 토끼섬과 우도 사이를 통과하는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는 유독 이 지역에만 열대성 조개들이 많이 서식한다. 산호사라 불리는 우도의 홍조단괴 해빈(海濱)의 분포와도 맥을 같이 한다.

문주란은 어떻게 아프리카에서 이곳까지 그 머나먼 바닷길을 무사히 넘어올 수 있었을까. 우선 문주란 종자는 야자나무 열매처럼 수중에 오래 잠겨 있어도 물이 들어가지 않는 두꺼운 껍질에 싸여 있고, 종자의 껍질(종피)이 해면질로 둘러싸여 해수에 잘 뜨게 돼 있다. 씨앗은 건조한 환경에도 잘 견뎌 2~3년간 버려져 있어도 버티다가 모래가 약간만 덮이면 발아할 정도의 강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이런 문주란도 인간의 욕심에 의해 한때 멸종 위기까지 처한 적이 있었다. 1950년대 무분별한 채집으로 문주란이 사라질 위험에 처하자 마을 청년들이 감시활동을 펴는 한편으로 토끼섬 주위에 돌담을 쌓아 바다로 밀려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문제는 이들 돌담으로 인해 지금은 온 섬이 문주란으로 가득 차며 과밀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드넓은 바다를 떠돌아다니며 전세계로 퍼져나갔던 문주란이 토끼섬에서 갇힌 형국이다.

갇혀 있는 것은 문주란만이 아니다. 토끼섬과 마주보고 있는 구좌읍 하도리 해안도로에서 보면 제주 본 섬과 토끼섬 사이의 바닷가에 돌로 쌓아 올린 담이 있다. 원담이다. 원담은 얕은 바닷가에 돌담을 길게 쌓아 밀물 때 들어온 멸치 등 물고기가 바닷물이 빠져 나갈 때 자연스럽게 갇히도록 만든, 한마디로 돌로 만든 그물이다. 바닷가에 오솔길처럼 길게 이어진 원담을 보고 있으면 바다에 일군 밭과 밭담을 연상케 된다. 농부가 밭에서 곡식을 수확하듯이 어부는 원담에 가두어진 고기를 잡는 것이다. 문주란도 갇히고 멸치 떼도 갇혔지만 그 의미는 사뭇 다르다.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 hallasan19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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