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턴’의 여자 주인공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은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다. 인터넷에서 옷을 사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점에 아이디어를 얻어 직원들이 직접 입어보고 착용감 등을 솔직하게 소개하는 인터넷 쇼핑몰 ‘어바웃 더 핏’을 차려 크게 성공한다. 영화 속에서 이 회사는 직원 수 20명으로 시작해 1년 여 만에 220명으로 불어난 미국 신생기업(스타트업)의 상징처럼 묘사된다.
청년 3명 중 1명이 창업을 꿈꾸는 시대지만 실제 행동에 나서는 사람은 많지 않다. 씨 뿌리기는 어렵지 않으나 대박을 일궈내기란 1등 복권에 연속 당첨될 확률만큼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창업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10명 중 6명은 창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또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조사에서 ‘자녀가 창업한다고 하면 반대하겠다’고 답한 비율이 52.1%였다. 청년 창업가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 창업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산재한 셈이다.
그러나 발을 내딛지 않으면 일말의 가능성도 없는 법, 앞서 희박한 확률에 도전한 선배 창업가들은 성공을 장담할 수 없지만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창업 아이템은 세상에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보다 줄스 오스틴처럼 나와 가까운 곳에서 찾는 것이 좋다.
베트남 여행 중 사향족제비 커피 맛에 빠진 박솔희(25)씨는 한국에 와서 이를 구하려 했지만 파는 곳이 없었다. 박씨는 다시 이 커피 맛을 보기 위해 사향족제비 커피를 수입해 판매하는 업체를 창업했다. “다른 제품을 선택했으면 잘 하지 못했을 거에요. 그런데 제가 먹고 반한 커피니까 다른 사람도 설득할 자신이 있었어요.”
배은지(26)씨 역시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다가 현재 개발 중인 모바일 소프트웨어(앱)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배씨는 “고등학생 때 하루 종일 공부하려고 앉아 있어서 변비로 고생하는 친구들이 많았다”며 “당시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배변 주기와 체질 등을 입력하면 적절한 치료법을 추천하는 앱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한 가지 아이템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자신의 전공과 연관된 사업을 수익원으로 삼고 여기서 나온 자금을 도전하고 싶은 분야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시각영상디자인을 전공한 김다영(31)씨는 광고나 뮤직비디오 등으로 번 돈을 침구 제작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배은지씨도 앱 개발업체를 차리기 전에 3년간 홍보사에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 홍보ㆍ마케팅을 병행한다.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은 동업자를 만나는 것이다. 대학 후배 김혜진(30)씨와 함께 회사를 차린 김다영씨도 “함께 가는 사람이 있어 불안함을 떨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목표 달성에 대한 불안함이 생기거나 흔들릴 때 ‘괜찮아’라고 서로 위로할 수 있는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게 다행이에요.”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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