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혜정 기자

등록 : 2017.03.18 08:00

[인물 360˚] 한국 관광업, ‘우리(유커)’없이 버틸 수 있을까?

기사ㆍ통계를 바탕으로 한 유커 가상 인터뷰

등록 : 2017.03.18 08:00

2015년 국경절 연휴를 맞은 중국인들이 10월 3일 서울 명동에서 쇼핑을 한 후 관광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50대 유커 씨 “한국 다시 방문할 생각은 없어”

중국 베이징에 사는 50대 남성 유커 씨는 2015년 국경절 기간(10월 1~7일)에 부인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4박 5일짜리 서울 패키지 여행상품 비용이 1,500위안(28만원 상당)이었다. 우리 여행사들은 그 해 7~8월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이 유행해 중국인 관광객들의 예약률이 전년 대비 80%이상 줄었던 터라 매출을 위해 여행상품 가격을 대폭 낮췄다. 유씨는 메르스 때문에 조금 꺼림칙했지만 왕복 항공권 값보다 싼 가격에 평소 가보고 싶었던 한국 여행 상품을 바로 예약했다.

‘이펀 치앤 이펀 후오(1원 짜리 물건이 다 그렇지).’ 서울에 도착한 유씨는 여행상품이 딱 제 값을 한다고 생각했다. 유씨 부부가 방문한 한국 관광지는 서울의 경복궁과 인사동, 남산 정도. 남은 시간 대부분을 가이드 안내에 따라 서울 명동 일대의 쇼핑센터나 시내 면세점을 돌아다녔다. 유씨는 “한국여행 가이드들이 월급이 적어서 쇼핑센터 소개 수수료로 제 몫을 챙긴다는 것은 이미 중국에서도 유명하다”고 말했다( 유커에 쇼핑만 강요, 판치는 '싸구려 관광' ).

그럼에도 유씨 부부는 원래 쇼핑을 목적으로 한 만큼 나름 한국 여행을 즐겼다.(중국관광객 한국여행목적 1위는 쇼핑(75.3%)ㆍ문화체육관광부 2015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유씨의 부인은 명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고가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의 기초화장품 세트와 베이스 메이크업용 쿠션파운데이션을 샀다. (서울 방문 중국인 관광객 94.9%는 화장품 구매ㆍ2016년 서울연구원). 물론 명품 시계와 가방도 빼놓지 않고 샀다.

유씨는 서울 동대문 약령시장에 들러 그 동안 꼭 먹어보고 싶었던 한국산 홍삼엑기스를 구입했다. 여행에서 유씨 부부가 쓴 돈은 1인당 약 235만원(2,080달러). 그 중 쇼핑을 위해 쓴 돈은 약 175만원(1,551달러)이다(2015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기준).

하지만 유씨는 한국 여행을 다시 올 생각이 없다(중국 관광객 한국 재방문율 37.9%ㆍ2015 한국관광공사). 한국사람들이 중국인들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유씨는 “한국인들은 우리가 시끄럽다며 째려봤지만 한꺼번에 20, 30명이 단체 관광을 다니는데 어떻게 시끄럽지 않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담배를 피는 것을 지적하는 데도 불만이 많다. 그는 “우리는 한국과 문화가 달라서 공원이나 길에서 자유롭게 담배를 핀다”며 “한국문화를 미리 얘기해줬다면 조심했겠지만 가이드는 아무런 귀띔이 없었다”고 말했다.( 고궁ㆍ식당서도 뻑뻑… 유커 흡연을 어찌하리오 )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물의를 빚은 사건 몇 개를 유씨에게 소개했다. 지난해 9월 중국인 관광객 천모(39)씨 등 8명이 제주도의 한 식당에서 주인과 손님을 집단 폭행한 사건, 같은 달 제주시 연동의 한 성당에서 중국인 관광객 천모(51)씨가 기도를 하던 김모(61)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 등이다. 두 사건 이후 제주에서는 ‘중국인 무비자 입국제 폐지 운동’이 일어났다. 2008년 중국인의 무비자 입국이 시작된 이후 2012년 89명이던 중국인 범죄자는 2015년 260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 2월 12일 중국인 관광객들이 버린 면세물품 포장재들 때문에 쓰레기장으로 변한 제주공항 국제선 출국대합실(왼쪽). 이 광경을 제주도민이 촬영해 SNS에 게시했다. 2012~2015 제주 중국인 관광객 현황.

“워낙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기 때문이다” 유씨의 해명이다. 지난해 제주도 인구와 비슷한 64만6,000여명의 중국인이 제주에 입국했고 그 중 극소수가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국인 관광객들이 제주공항내 면세점 인도장에서 면세품 포장지와 박스를 벗겨낸 뒤 대합실 바닥에 버리고 간 사건을 말해주자 유씨는 고민 후 다음 주제로 넘어가자고 말했다( 양심 버리고 떠나는 유커들… 제주공항 쓰레기 전쟁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유씨는 “최근 한국여행을 가려던 주변 지인들 대부분이 여행 계획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중국 기업인 신생활그룹이 우수직원 2,000명에게 한국 관광 기회를 주려고 했지만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추진하면서 취소됐다”며 “우리 기성세대들은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이 바뀌지 않는 한 중국 공산당의 여행금지 조치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박’ 기대했던 중국 신생활그룹 유커 포상관광 ‘쪽박’ ).

국경절 연휴인 지난해 10월 3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9층 면세점내 화장품 매장이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배우한 기자

20대 산커씨 “한국 말고 다른 나라에도 관심 많아”

상하이에 사는 20대 여성 산커 씨는 지난해 국경절 연휴에 한국 여행을 다녀왔다.(중국인 관광객 중 개별관광객(산커ㆍ散客) 비중 59.1%, 단체관광객 40.9%ㆍ2016 한국관광공사). 기성세대가 패키지 관광을 하는 것과 달리 그는 여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스스로 계획했다. 정해진 코스로만 다니는 관광은 고리타분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한국 여행 후기가 많고 스마트폰 검색을 하면 숙소와 비행기를 더 싸게 예약할 수 있다(2015년 2분기 중국온라인여행사 취날(去哪儿)의 호텔예약 85%, 항공권 예약 52%가 스마트폰을 통한 예약).

숙소는 서울 강남의 신사동으로 잡았다.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팬이라 일부러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있는 압구정 근처로 결정했다. 물론 엑소를 보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연휴 첫날 코 필러 시술을 받으려는 계획에 따라 성형 관광에 최적화된 ‘강남 트라이앵글(압구정ㆍ청담ㆍ신사)’에 숙소를 잡은 것이다. 산씨는 “칭 쭤 정룽 서우수 샹 김태희(김태희랑 똑같이 수술해 주세요)는 옛말”이라며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시술이 최고”라고 말했다.

산씨가 방문한 곳도 기성세대들과 달랐다. 성형을 받은 후 그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서울 홍대 젊음의 거리(중국인용 여행애플리케이션 ‘한국지하철’ 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한국의 여행지는 ‘홍대’ㆍ제일기획 자회사 ‘펑타이’의 데이터 분석 결과)다. 이후 서울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에 들러 예쁜 사진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기성세대처럼 서울 명동에 들러 쇼핑도 했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제품을 산 것은 신사동 가로수길 쪽 편집샵이다. 산씨는 “여행 오기 전 미리 왕홍(중국 파워블로거)들의 후기를 보며 꼭 가고 싶은 가게를 골라놨다”고 말했다.

젊은 산커씨 세대는 사드 문제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2030 유커들 “사드 관심 없어요” 쇼핑 홀릭 ). 다만 산씨는 중국 정부에서 한국 관광에 부정적인 만큼 굳이 한국여행을 갈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다. 산씨는 “중국 젊은 세대들도 아이슬란드 등 독특한 여행지를 선호하고 있어 한국ㆍ일본 등 기존 유명 여행지 선택은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2015년 아이슬란드 방문 유커 4만 8,000명)

2016년 외국인 관광객 중 48%가 중국인

한국을 찾은 중국인이 200만 명을 넘은 2011년, 중국인 관광객은 한국에서 ‘유커(遊客·관광객)’라 불리기 시작했다. 이후 유커의 방문은 중동호흡기증후군이 유행한 2015년을 제외하고 매년 증가해 2016년 867만명의 유커가 관광을 왔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약1,724만명)의 48%를 차지했다.

15일 중국정부의 한국 단체관광 전면 금지로 우리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게 됐다. 개별관광객인 싼커의 비중이 늘고 있지만 14일 인천공항의 중국노선 이용객은 2만4,399명으로 지난해 같은 날 이용객(2만 9,855명)보다 18% 감소했다. 관광산업 전문가들은 그동안 우리 관광산업이 중국관광객에 지나치게 의존해 중국 시장 변수에 따른 위험이 너무 크다고 지적한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관광시장 다변화를 통해 위험성을 낮추는 게 절실하다”며 “동남아의 무슬림 시장과 인도 시장을 넓히고 가장 가까운 일본 시장을 회복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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