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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민주주의의 얼굴

입력
2016.12.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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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귀결된 미 대선이 끝난 지 한 달 이상 지났지만 공식적인 선거 절차는 아직 진행 중이다. 19일 치러지는 선거인단 투표라는 최종 관문을 통과해야만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자로서의 법적 지위를 갖는다. 간접선거 방식 때문이다. 요식행위에 불과했던 이 절차가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선거인단 투표에서 트럼프를 찍지 말자는 청원운동이 전개되면서 일부 선거인들 사이에 ‘민의’를 거역한 ‘배반투표’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가 분열만을 조장해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이유다.

▦ 이렇게 된 것은 선거인단 수와 전국 득표율이 일치하지 않는 이상한 투표결과 때문이다. 클린턴은 선거인단에서는 패했지만 득표수에서는 트럼프보다 무려 230만표 이상을 더 받았다. 두 후보가 받은 총득표수의 2% 가까운 숫자다. 직접선거를 하는 다른 많은 나라에서라면 대통령 당선자는 당연히 클린턴이다.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전국 득표수에서 54만여 표를 더 얻고도 패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표차가 4배 이상 크다. 최근 5차례의 대선에서 두 번이나 이런 결과가 나오자 승자독식을 채택하는 선거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 미국 선거는 기이하다. 간접선거를 채택한 것은 인구가 적은 주(州)의 권한을 동등하게 보장하고, 소수인종의 목소리를 부각하기 위한 헌법정신의 발로이지만, 양당구도를 인위적으로 고착시켜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막는다는 비난도 받는다. 득표수가 아닌 선거인단 확보로 승부가 나는 만큼 실제 선거운동이 벌어지는 곳은 50개 주 중 경합주 15개 정도에 불과하다. 이길 수 없는 곳이나 이길 곳이 뻔한 곳은 관심 밖이다. 이렇다 보니 전통적인 민주당 혹은 공화당 강세지역 유권자들은 후보 얼굴 한번 보기 어렵다.

▦ 민주주의가 민의를 담는 그릇이라지만 이제는 민의를 정확히 규정하기도, 이를 선거를 통해 온전히 담아내기도 어려운 시대가 됐다. 브렉시트에서도 드러났듯 민주주의 가치와 민의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트럼프 현상 역시 다양한 민의가 충돌한 결과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광장민주주의, 촛불 민심은 국민의 뜻이 어떻게 민주주의적 방식에 의해 표출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본보기라 할 만하다. 남은 것은 이를 이끌고 떠받칠 수 있는 정치권의 능력이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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