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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은 반기문 대선?' 충청 대망론, 거품과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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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은 반기문 대선?' 충청 대망론, 거품과 실체

입력
2016.05.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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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ㆍ노무현ㆍ박근혜 등 역대 대통령

충청권 지지로 결국 대권 잡아

충청 인구 호남권 이미 추월

“집권 연대세력 역할서 탈피

지도자 배출 욕구 분출” 분석

안희정 뜨는 배경도 대망론 작용

“유엔 총장 포장…거품” 시각도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30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취재진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이 30일 오후 인천공항에서 출국에 앞서 취재진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여권에서 한 때 “차기 대선은 반기문 대선”이란 말이 돌았다. 대통령의 ‘대’자도 꺼낸 적 없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언론사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늘 수위를 차지해서다. 반 총장 자신이 ‘킹’으로 나서든, ‘킹 메이커’를 자처하든 그를 영입하는 세력이 정권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였다. 한국에서 보낸 이번 ‘5박 6일’로 반 총장은 가장 강력한 잠룡으로 확실하게 올라서게 됐다.

반 총장은 30일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 “확대해석이나 추측을 삼가 달라”고 한발 뺐지만, 이미 ‘충청 대망론’에는 불이 붙은 모양새다. 반 총장은 앞서 25일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임기를 마치면 한국민으로서 역할에 고민하고 결심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치적 해석에 능한 여의도에선 사실상의 ‘출정 선언’으로 받아들였다.

‘충청 출신’(충북 음성)이라는 반 총장의 지역적 기반은 그의 대망론을 키우는 가장 큰 요소다. 이른바 충청 대망론은 반 총장이 28일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치인인 김종필(JP) 전 국무총리를 찾아가면서 더욱 여론을 자극했다.

우리 정치사에서 충청권은 단 한번도 국가 지도자를 배출한 적이 없지만, 대다수의 대통령이 충청 표심을 얻어 대권을 잡았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JP와 연대한 DJP연합,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세종시) 공약이 그랬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세종시 원안 지지로 충청권의 표심을 확보했다.

최근엔 상황이 더 유리해졌다. 2013년 말을 기점으로 충청권의 인구수는 537만84명을 기록해 호남권의 531만6,298명을 추월했다. 인구수 크기에 따른 ‘영ㆍ충ㆍ호’(영남ㆍ충청ㆍ호남) 시대란 말이 그래서 나왔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충청권은 그간 집권세력의 연대 상대로서 보조적인 역할로 만족해왔지만, 최근 인구수나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정치 지형도 주도해 차기 지도자를 배출하고자 하는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야권에서 세대교체 바람에 힘입어 안희정 충남지사가 차기 주자로 뜨고 있는 배경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공교롭게도 ‘충청+영남’, ‘충청+호남’의 지역 구성을 이루고 있는 새누리당과 야권에 각각 반기문과 안희정이란 유력 주자가 등장해 충청 대망론의 실체가 그려지고 있는 모양새다. 윤 센터장은 “여야의 충청 출신 잠룡들이 경쟁하듯 부각돼 충청 대망론이 더 크게 지펴지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내 ‘충박’(충청권 친박계)도 충청 대망론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김태흠ㆍ이장우 의원 등이다. 여권에선 지난해 말 반 총장의 영입을 전제로 ‘충청(반기문) 대통령+TK(최경환) 국무총리’를 핵심으로 한 개헌 시나리오가 나돌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 후반 개헌 드라이브를 걸어 ‘이원집정부제’로 권력구조를 개편할 것이란 내용이었다. 설로만 그칠 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여권의 ‘충청-TK 연대’ 시나리오가 그때부터 나온 셈이다.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여권의 핵심부에 충청 인사들이 자리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더욱 띄웠다.

이번에도 반 총장 방한 전부터 친박계 핵심으로 통하는 홍문종 의원은 “반 총장은 차기 대선의 변수가 아닌 상수”라며 그를 링 위에 올렸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낙마,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낙선으로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가 없는 친박계로서 반 총장은 반가운 주자다.

충청 대망론을 견인하는 근거 중 하나는 반 총장의 높은 지지율이지만, ‘거품’이라는 진단도 만만찮다. 비박계의 한 중진 의원은 “반 총장처럼 현실정치 무대에 서본 적 없는 인물은 한두 달만 언론에 노출되면 큰 흠집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이미 20대 총선 때 여론조사의 허점을 목도하지 않았느냐”며 “지금 반 총장의 지지율은 여론조사에 적극 응답하는 비율이 높은 보수층 일각의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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