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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는 당연, 다만 기부금 공제는 30%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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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과세는 당연, 다만 기부금 공제는 30%로”

입력
2017.09.1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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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종교인 과세 유예법안을 낸 국회의원들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종교인 과세 유예법안을 낸 국회의원들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종교인 과세하되 기부금 세액공제율을 30%로 높이자.”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논란 중인 종교인 과세를 두고 토론회가 열린다. 14일 오후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주최로 열리는 ‘교회재정 투명성과 종교인 납세’다. 종교계 대부분이 과세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인 가운데 일부 보수 개신교계만 반대입장을 명백히 하고 있다. 때문에 미리 입수해본 토론문은 보수 개신교계의 반대논리를 격파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수 개신교가 가장 크게 내세우는 반대 이유는 세무사찰 위험이다. 교회가 아니라 목사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종교인 과세이긴 하지만, 목사의 수입내역을 확인하려다 보면 교회 재정을 뒤져볼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얘기다. 보수 개신교계와 이들을 대변하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세무사찰 불가”라고 법에다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교회재정투명성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오경태 회계사는 “종교단체에 대한 조사 때 종교인 소득만 볼 수 있도록 했고 이를 넘어서는 경우 납세자보호담당관, 혹은 납세자보호위원회에 권리보호요청을 하면 세무조사 중지는 물론, 해당 세무공무원에 대한 징계요구까지 할 수 있다”면서 “교회 재정 장부 조사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인 최호윤 회계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종교인 과세가 아니어도 현행 제도 아래서도 교회에 대한 세무 조사는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공익법인의 경우 국세청은 출연받은 재산을 실제 직접적인 공익목적 사업에 썼는지 언제든지 조사할 수 있는데, 이 원칙에 따르자면 종교법인도 언제든 조사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종교인 과세 법안 하나 때문에 그간 없었던 세무 조사가 갑자기 이뤄질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비판이다.

다만 10%로 설정된 종교법인의 기부금 공제 비율을 다른 공익법인들처럼 30%로 올려줄 것을 제안했다. 오 회계사는 “신자들이 종교단체에 내는 실제 헌금액보다 더 많이 공제받는 경우가 많지만, 아무래도 세무당국이 이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고액 헌금자들의 경우 자신들의 고액 헌금이 세무조사의 명분이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헌금을 줄여버릴 것이라는 게 주된 반대 논리이기도 하다.

오 회계사는 “기부문화 확산과 어려운 종교단체에게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다른 공익법인과 마찬가지로 30%를 적용하자”고 주장했다. 최 회계사는 이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대신 일정 정도 차이를 두자는 제안을 내놨다. 그는 “종교법인이라 해도 세무확인, 결산공시 등 일반 공익법인 수준의 투명성 의무를 다한다면 30%를 적용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소득세 신고로 인해 이단 등 교회를 흔들려는 외부 단체들의 농간이 우려된다는 반론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신동식 목사는 오히려 극복해내자고 제안했다. 신 목사는 “사회가 다원화 되어 가면서 교회와 목회자를 향한 요구는 더욱 커질 것”이라면서 “세금에 대한 오해를 풀고 바른 이해를 가진다면 오히려 소모적인 싸움에 휘둘리지 않고 정직한 목사의 권위를 갖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교인 과세가 논란이라지만, 정작 종교인 과세 자체에다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김진호 목사는 종교인 과세가 오히려 과시용으로 전락할 우려를 제기했다. 김 목사는 “종교인 과세는 일단 시작이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법안 자체만으로는 교회의 투명성 향상 관점에서 그다지 환영할 일이 못 된다”고 주장했다. 종교인들이 알아서 신고하고 종교계 반발을 이유로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할 경우, 사실상 허위신고를 독려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 대안으로 김 목사는 ‘통합적인 재정관리 플랫폼 운영기관 설치’를 제안했다. 교회 별로, 교단 별로 소득 신고만 알아서 처리할 게 아니라 교회연합체, 시민단체 등 공익기관이 함께 참여해 재정 문제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는 단순히 “세금 잘 내고 있다”는 평을 넘어 “이 사회의 꼭 필요한 곳에다 돈을 잘 쓰고 있다”라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 목소리는 한가지 지점에서 일치한다. “세금 또한 하나님의 사랑을 이 땅 위에서 실천하는 하나의 도구”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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