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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GM 한국 떠난다? 자동차 시장 확대 노린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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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GM 한국 떠난다? 자동차 시장 확대 노린 꼼수

입력
2017.10.26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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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ㆍ환경규제 없애 미국차 수출 확대 전략

정부, 한미FTA 재협상 대응전략 수립 나서

내년 초 시작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한국지엠(GM)이 결정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측이 한국GM 철수를 앞세우며 한국의 자동차 안전ㆍ환경규제 제거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우리 정부가 국책연구기관에 조사를 지시하는 등 대응 전략 수립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정부 관계자는 “한국GM 구조조정이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아직 美 GM 측과 본격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진 않지만, 다양한 시나리오를 살펴보며 대응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한국일보에 밝혔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만에 하나 GM이 철수할 경우 1만6,000명의 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 등을 고려하면 80만명이 영향을 받게 된다”며 “GM 측이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군산공장 정리 등이 포함된 요구사항을 내놓으며, 한미FTA 재협상에서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국지엠 카허 카젬(왼쪽) 사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한국지엠 카허 카젬(왼쪽) 사장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한국GM은 지난해 6,341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보는 등 2014년부터 3년간 누적된 손실액이 1조9,716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한국GM의 최대 수출시장이었던 유럽에서 GM이 완전 철수해 수출이 격감하며 전체 판매량도 전년보다 7.5% 감소했다.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라는 분석이 많다. GM은 이미 미국과 중국시장에 집중한다며 글로벌 사업장 정리를 선언한 상태여서, 실적 악화에 빠져있는 한국GM 철수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간 24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한국GM 군산공장의 경우 현재 생산할 차가 없어 연간 5만대도 채우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한국GM의 추락은 신차 등 생산량 배정을 낮추며 고사 위기로 몰고 있는 GM본사의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도 23일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GM이 불투명하게 투자금을 회수해가며 재무상태를 악화시킨 게 출구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업계에선 GM이 한국에서 철수하기보다는, 미국차 한국 수출을 확대하려는 속셈에서 철수설을 흘리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GM을 비롯한 미국 자동차 업계는 한국의 자동차 안전기준과 환경규제 완화를 계속 요구해왔다. 미국 기준으로 제작된 자동차를 한국 시장에 그대로 수출할 수 있도록 특혜를 달라는 것이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 허용기준의 경우 미국보다 17%가량(2020년 기준) 높아, 기준에 맞추기 위해선 추가개발이 필요하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한국 시장에서 미국 차 수입 비중이 특정 수준까지 늘기 전까지는 한국GM에 투자하지 않겠다며 수많은 직원과 협력사를 볼모로 위험한 도박을 벌이는 것”이라며 “한미 FTA 재협상에서 원하는 것을 얻더라도, 판매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철수카드를 또 내밀 수 있는 만큼, 정부는 재협상과정에서 안전장치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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