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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여성징병제

입력
2017.09.1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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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에 쏟아진 국민청원 중 ‘여성징병제’가 눈길을 끈다. 한달 보름의 청원 기간 마감을 하루 앞둔 13일까지 참여 인원이 12만명을 넘었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으로 소년법 개정 여론이 끓어오르기 전까지 베스트 청원 1위였다. 지난 1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대통령도 관심을 보였다. 청와대에 따르면 최근 해군에 여성 함장이 나왔으며 사관학교 수석 졸업생 중 여성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대통령의 말에 인사수석이 여성들 중 국방의 의무에 자원하겠다는 이들도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 청원자는 “병역법, 예비군법, 민방위법을 개정해 여성들도 남성들과 동일하게 현역, 예비역, 민방위로 의무 이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유로 저출산으로 병역 자원이 부족해지고 있으며 군 가산점이 폐지된 데 따른 남녀 불평등 문제를 들었다. 징병제를 시행하는 세계 약 70개국 중 남녀 모두 징병하는 나라는 10여 개국 정도다. 이스라엘을 필두로 북한과 아프리카, 남미 몇몇 나라이던 이 대열에 최근 북유럽 국가들이 가세하고 있다. 노르웨이가 지난해 도입했고 네덜란드 스웨덴이 내년에 시행한다. 스위스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 남녀 평등 실현이 여성 징집의 이유라면 노르웨이 사례를 참조할 만하다. 세계경제포럼 성차별지수 순위에서 차별 낮은 나라로 수위를 다투는 노르웨이에서 유일하게 사회적으로 성차별이 있는 부문이 군대였다. 여성 징집을 주장한 사람도 그런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여성 정치인들이었다. 관련 법안은 여야의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되었다. 매년 필요 병력은 1만명인데 징병 대상자는 6만명 규모여서 원하지 않으면 군대에 안 갈 수도 있다. 그에 앞서 노르웨이는 이미 40년간 자원하는 여성의 군 입대를 허용해 왔다. 입대하면 ‘성중립적인 군복무’ 실현을 위해 남녀가 한 생활관에서 같이 지낸다.

▦ 노르웨이를 모범 사례로 삼는다면 한국에서는 선결 과제가 수두룩하다. 성차별지수 115위 나라에서 “군복무 평등”을 앞서 외치는 것부터 선후가 바뀌었다. 위부터 아래까지 여전한 군대 복종 문화와 그에 따른 범죄를 생각하면 여군이 늘어날 경우 벌어질 사건들이 우려된다. 병력을 줄이고 무기 체계를 더 고도화하는 것이 새 정부의 국방개혁 방향이니 병력 자원이 부족하다고 할 수도 없다. 정히 여군이 더 필요하다면 자원자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것부터 해보는 게 낫겠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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