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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20년 집권론'과 볼 뽀뽀

입력
2018.01.31 15:5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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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10일 새벽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돼 광화문에서 축하행사가 열리던 중 '어, 뭐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약간 술이 오른 얼굴로 뒤늦게 행사장에 달려온 안희정 충남지사가 기쁨에 겨워 문 대통령과 포옹을 넘어 볼에 기습적으로 뽀뽀를 퍼부은 것이다. 곧이어 그는 자리를 함께한 추미애 민주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등을 쳐다보며 "오늘의 이 기쁨과 우리 정권이 5년 10년 20년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외쳤다. 압도적으로 패배한 야당 지지자들에게는 섬뜩하게 들렸을 '승자의 포효'였다.

▦ 이른바 '20년 집권론'의 시발이다. 하지만 원조는 대선 지원유세 과정에서 '보수세력 궤멸론'을 펴며 "문 대통령 다음에 박원순 안희정 이재명 등이 이어서 쭉 집권해야 한다"고 말해 구설수에 오른 이해찬 의원이다. 이 의원은 얼마 전 당이 운영하는 인터넷방송에 나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두 번으로는 정책이 뿌리를 못 박았다"며 "적어도 네 번 다섯 번은 계속 집권해야 정책이 뿌리를 내린다"고 다시 강조했다. 이 말이 영구ㆍ장기 집권 야심으로 비칠 것을 우려한 듯 '계속ㆍ연속 집권'으로 포장하며 마지막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 추 대표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20년 집권비전을 제시하겠다"며 가세했다. 앞서 그는 지난해 8월 취임 1주년 회견에서 "21세기 플랫폼 정당으로 당을 혁신해 100년 정당의 토대를 만들겠다"며 "최소 20년 이상의 연속집권을 목표로 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추 대표 사람인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은 최근 "(계속 집권을 위해) 소명감을 갖고 지방선거와 개헌을 준비해야 한다"고 추임새까지 넣었다. 보수궤멸과 선거, 개헌 등 '20년 집권론'의 3박자 로드맵이 이미 여권의 주요 화두가 됐다는 얘기다.

▦ 대통령 지지율 급락과 당 지지율 상승에 고무된 자유한국당이 가만 있을 리 없다. "허구한 날 재난이 터져 '이게 나라냐'는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는데 권력에만 눈이 멀어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는 비아냥과 "단체로 권력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다"는 독설로도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한국당은 엊그제 연찬회에서 '엄동설한에 내버려진 들개'의 야성을 되찾아 개헌과 지방선거를 선도적으로 이끌자고 소리쳤다. 하지만 '볼 뽀뽀'로 다짐한 20년 집권론은 "영남선거를 이겨 한국당 문을 닫게 하자"로 진화하고 있다. 핏대만 낼 일이 아니다.

이유식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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