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보수진영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보수 2당 시대’를 맞게 됐다. 대선 기간 ‘보수 후보 단일화’ 주장에도 갈라진 채 대선을 완주한 두 당은 앞으로 팽팽한 긴장 관계가 예상된다. ‘개혁 보수’의 기치를 든 바른정당과 ‘친박 민심’까지 끌어안으며 ‘보수 우파의 본가’를 자처한 한국당의 ‘보수 적통’ 경쟁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 홍준표 한국당 후보는 2위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역시 10% 가까운 의미 있는 득표가 예상되면서 두 당 모두 대선 이후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한국당은 홍 후보의 실버크로스와 바른정당 탈당파의 복당으로 107석을 확보한 수적 우위가, 바른정당은 아름다운 패배로 보수 재건의 희망을 확인했다는 자신감이 무기다.
양당은 지난해 12월 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한국당의 전신인 옛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으로 쪼개졌다. 대선 이후에도 두 당은 통합하지 않고 각자의 길을 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2007년 17대 대선에 패배한 이회창 전 총재가 이듬해 창당한 자유선진당도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서야 옛 새누리당과 통합했다.
더구나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대선 레이스를 거치며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홍 후보는 유 후보를 향해 “TK(대구ㆍ경북)에선 살인자는 용서해도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는다”고 비난했고, 유 후보 역시 “홍 후보는 대한민국 보수의 수치”라고 날을 세웠다. 양당 관계도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 사태로 나빠질 대로 나빠진 상태다. 당분간은 어느 한 당을 축으로 흡수, 통합되는 보수의 정계개편을 예상하기 쉽지 않은 여건이다.
하지만 양당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것도 사실이다. 원내교섭단체 의석(20석)을 겨우 유지한 바른정당의 사정은 여의치 못하다. 한 정치권 인사는 “바른정당이 33석을 유지하고 두 자릿수 지지율을 거뒀더라면 국민의당 비호남권 의원들과 중도신당 창당까지도 내다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홍 후보 역시 비박계 중심이 되기엔 당내 입지나 세력이 미진하다. 양당이 정계개편으로 돌파구를 도모할 계기는 단기적으론 내년 6월 지방선거, 장기적으로는 2020년 총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당에선 “야권의 중심은 한국당이 될 수밖에 없다”, “차기 총선을 목표로 ‘대안 보수’로서 자리매김해 재평가 받을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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