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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이 게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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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이 게임에도?

입력
2017.03.0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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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공유

‘도깨비’(tvN)는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엄청난 인기였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제작사나 출연자에게는 한푼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공유는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 스타가 됐지만, CF 계약을 하나도 못 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 김수현과 이민호가 텐센트나 알리바바 광고모델로 수십 억씩 벌었던 것을 생각하면 좀 안쓰럽습니다. 사드 배치 이슈로 중국 TV나 광고에서 한국 연예인과 프로그램이 퇴출된 여파였죠. 

지난주 중국 여행사를 통한 한국 여행이 금지됐습니다. 면세점 수익의 80%를 중국 관광객에 의존했던 롯데면세점을 비롯해 중국 여행객에 영향을 받는 업종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지난 주말 명동이나 남대문에는 관광객보다 점원이 많았다는 소식까지 들렸습니다. 

방송을 담당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과 여행을 관장하는 국가여유국이 한국 압박 카드를 하나씩 꺼내고 있는 형국입니다.  

게임에도 사드 배치의 여파가? 

그리고, 올 게 왔습니다.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이 게임까지 덮쳤다는 소식이었죠. 

6일 전자신문에는  '중국 3일부터 한국게임 신규 판호 금지... 사드 '불똥''이라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국내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어,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의 신규 판호를 금지했다는 내용을 담았죠.  

판호를 발급하는 중국국가신문출판총국 홈페이지
판호를 발급하는 중국국가신문출판총국 홈페이지

판호는 '라이선스'를 의미합니다. 중국에서는 판호를 받지 못하면 게임이나 영화, 책 등을 출시할 수 없죠. 게임 판호를 금지한다는 말은 한국 게임은 더 이상 중국에서 출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장 게임 업계는 난리가 났습니다. 이게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어느 정도 여파가 미칠 것인지 등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졌죠.  

신규 판호 금지를 방증하는 사례와 증언 

일단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중국 지인들에게 연락해봤습니다. 신규 판호 금지는,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L업체는 오늘(6일) 한국 업체와 미팅이 약속돼 있었습니다. 아침 비행기로 한국으로 떠날 예정이었죠. 상부로부터 미팅을 취소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C업체는 계약한 한국 게임을 내부 테스트하던 중이었습니다. 오늘부터 중단됐습니다. 

그 밖에도 두 군데 업체에서도 비슷한 일이 확인됐습니다. 판호 신청 또는 한국 게임사 미팅을 준비하던 담당자들이 상부로부터 그만두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중국 지인은 "판호 신청을 받을지, 안 받을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허가를 안 내주는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습니다. 

크로스체크. 한국 업체 N사에도 문의해 봤습니다. 비슷했습니다. 

중국 업체로부터 "판호가 나오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언제 나올지 모르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합니다. 돌려 말했지만, 확실한 이야기였습니다. 

판호를 발급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움직였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신문, 방송, 영화, 게임 등 미디어를 관리, 감독하는 신문출판광전총국은 힘이 무척 센 국가기관입니다. 어떤 지시가 있었고, 게임회사들은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는 게 맞겠죠. [허접칼럼] 시몬, 신문출판총서를 만나다 (링크)

  

신문출판광전총국이 문서로 그런 내용을 하달했을 리는 없습니다. 국가가 움직였다는 꼬투리를 잡히면 안 되니까요. 방송이나 여행 쪽에서도 공문으로 '한한령'(限韓令·한류 콘텐츠 금지령)이 내려진 적은 없습니다. ​구두로 지시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러니 명백한 증거는 없죠.  

여파: 업계 전반의 심리적 공포감 

전례가 없는 가장 센 강도의 제재입니다.  

2004년 이후 신문출판광전총국이 판호 발급을 통해 한국 온라인게임를 규제한 적도 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메이저 업체들에게는 쿼터제로 몇 개씩 판호를 주긴 했었으니까요. 

그런데, 업계 전체로 보면 당장 실질적인 타격은 크지 않습니다. 한국의 신규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이 최근 중국 시장에서 그다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으니까요. 

다만 업계 전반의 심리적 공포감은 꽤 크고, 개별 업체 입장에서는 날벼락일 수 있습니다. 

정치 때문에...
정치 때문에...

 

중국 회사와 계약을 논의 중인 업체, 계약을 맺은 업체, 판호 신청에 들어간 업체 모두 영향을 받게 됩니다. 신규 계약은 고사하고, 이미 맺은 계약이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죠. 7월 차이나조이에 한국 게임이 나갈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버프스튜디오 김도형 대표는 6일 저녁 페이스북에 "몇 개월 협의한 중국계약이 겨우겨우 계약서까지 준비 완료된 상태였는데 한국게임은 판호를 안준다는 중국 퍼블리셔 내부소식으로 접는다고 오늘 연락이 왔다. 아놔 ㅠㅠ"라고 적었습니다.  

현재 중국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에는 별 영향이 없습니다. 다만 게임 IP를 활용한 비즈니스에는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습니다. 얼마 전, 중국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한국 온라인게임 기반의 웹드라마 제작이 중지됐습니다. 이번 판호 금지 조치와 연결된 사안인지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일련의 흐름을 감안하면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온라인게임 IP를 활용해 중국 비즈니스를 모색하고 있는 업체들에게는 날벼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암울한 전망, 게임의 발목을 잡은 정치

2004년 이후 판호 규제가 있던 시절처럼 중국 업체들에게는 유리한 상황입니다.  

중국 게임회사들에게는...
중국 게임회사들에게는...

 

한국 게임을 수입하던 업체들은 전략이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한국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으므로 외주개발 형식의 계약을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납품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IP(지적재산권)가 모두 중국으로 넘어가게 되는 거죠.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는 개발사라면 신경도 안 쓰겠지만, 절박한 업체라면... 

이와 더불어 중국 시장에 한국 게임의 카피캣들이 버젓이 범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국 게임이 중국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카피캣 제작 능력이 탁월한 일부 중국 업체들이 좋은 한국 게임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테니까요.  

한국 유명 게임 IP를 적당히 베낀 게임들이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국에서 신규 게임 서비스를 하지 못하는 업체들로서는 대응하기 쉽지 않은 문제일 겁니다. 

결국 정치가 게임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중국과 한국 측 지인 모두 "사드 배치 정국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이 같은 조치가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제공 ▶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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