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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한 남편과 했던 ‘나눔의 약속’이제 지켰어요”

입력
2017.04.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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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째 아너소사이어티 부부 회원

“평소 모두 환원하고 가자고 말해”

김기호 할머니 ‘유산 기부’서약

전 재산을 유산기부한 김기호(왼쪽)씨와 남편 박찬수 예비역 준장.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전 재산을 유산기부한 김기호(왼쪽)씨와 남편 박찬수 예비역 준장.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전재산을 유산기부한 김기호씨.
전재산을 유산기부한 김기호씨.

“단돈 100원이라도 나누고 가자던 남편과의 약속을 이제서야 지킬 수 있게 됐네요.”

대구에 사는 김기호(82)씨가 5년 전 사별한 남편과의 약속을 지킨다며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아파트를 유산 기부하기로 했다.

앞서 자신과 남편의 이름으로 각각 1억 원을 기부하면서, 1억 원 이상기부자들의 클럽인 아너소사이어티에 국내 8번째 부부 회원으로 가입한 그가 세상을 뜬 후에 유산까지 기부하겠다며 미리 선행을 예약한 것이다.

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8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2017 아너 소사이어티 대표 회의를 열고, 김씨의 유산기부 서약식을 가졌다. 30평대 아파트 등 김씨의 유산은 김씨 사후에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인다.

김씨는 2012년 작고한 남편 박찬수 예비역 육군준장과의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유산 기부를 서약했다. 김씨는 “생전 남편은 ‘나이 먹고 언젠가 갈 건데 남겨서 뭐하겠나, 모든 걸 사회에 환원하고 가자’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며 “중매로 만나 결혼했는데, 너무 좋은 사람이라 내가 복이 많구나 생각했다. 그분의 유지를 받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유산기부를 하기로 한 아파트는 김씨가 월셋방에 살면서 평생을 모아 마련한 것이어서 그 의미가 특히 남다르다. 김씨는 “아깝다고 생각하면 내놓지 못할 것이다. 원래 인생이란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것 아닌가”라며 되레 기쁜 표정을 지었다.

행여나 자녀들의 반대가 있을 법도 했지만, 부모의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자란 50대 딸과 40대 아들은 어머니의 뜻을 적극 지지했다. 김씨는 “둘 다 건강하고, 자기 생활을 할 능력이 있다. 넘치진 않지만 가진 게 있고, 각자 가정을 잘 꾸리고 있다. (자식들은)든든한 후원자이자 버팀목”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사회에서 기부천사로 통하는 김씨는 2012년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함께 크루즈여행을 가려고 모은 돈 중에 1,000만 원을 대구 남구에 장학금으로 써 달라며 기부했다.

“결혼과 함께 훗날에 크루즈 여행을 하자고 약속해 모았는데, 정정하던 분이 갑자기 쓰러져 여행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그래서 평소 나누는 걸 좋아했던 남편 뜻을 따라 장학금으로 기탁하게 됐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본인의 노후자금 가운데 1억 원을 기부해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고, 그 다음해엔 사별한 남편 이름으로 1억 원을 더 기부해 남편도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남편의 가입증서엔 ‘최상의 행복은 나눔에 있다. 처음부터 내 것은 없었으며, 생의 마지막에도 가져갈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무거운 짐을 짊어진 내 이웃에게 사랑과 희망의 어깨를 빌려준 것만이 최상의 행복이었다’라고 적었다.

김씨는 “나눔은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선물이라고 여긴다”며 “죽는 그날까지 나눔과 봉사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구=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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