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익범 특검팀 27일 공식 출범
일부 혐의 공소시효 곧 만료인데
특별수사관 인선 아직 못 마쳐
기존 자료 파악에도 어려움
김경수 당선인 소환 조사 불가피
드루킹 진술도 수사 성패 가를 듯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맡은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20일의 준비기간을 마치고 27일 정식 수사에 나선다. 길어야 90일(수사기간 60일+연장 30일) 안에 드루킹과 정치권의 연관 의혹을 규명해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 경찰 수사에서 확보된 댓글과 추가 댓글 등을 분석해야 하는 ‘자료와의 전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특검에 따르면, 일단 당장에 닥친 공소시효가 문제다. 드루킹 김동원(49ㆍ구속기소)씨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28일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인 도모 변호사에게 일본 센다이 총영사 자리를 제안했다는 의혹을 받는데, 선거법상 공소시효가 6개월이어서 특검 수사 개시일인 27일 공소시효가 만료된다. 19대 대선과정에서의 선거법 위반 여부로는 기소가 어렵다는 얘기다.
수사팀 구성과 수사기록 확보도 늦어지고 있다. 특검팀은 수사 개시 이틀 전인 25일에야 파견검사 13명만 확정했을 뿐, 특별수사관 35명과 파견공무원 35명 인선은 아직 마치지 못했다. 구체적인 자료 분석이나 압수수색을 도맡을 수사관은 없고 특검과 검사들만 있는 상황이다. 특검팀은 검찰과 경찰이 제출한 5만여쪽 분량 수사기록을 일주일 넘게 분석하며 수사 방향을 검토 중이며, 27일 전후로 2시간짜리 영화 6,600편에 달하는 분량의 디지털 증거자료 등 경찰 자료를 추가로 전달 받을 예정이다.
결국 기존 자료를 파악하는 데에만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게 뻔해 당분간은 새로운 의혹을 추가로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일찌감치 수사팀 구성을 마치고 관련자 사전조사 및 수사 개시 당일 전격 압수수색을 진행했던 박영수 특검 때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검찰을 거치지 않고 경찰 수사 단계에서 넘어온 최초 특검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난관은 사실상 예정된 것이었다. 박영수 특검은 이전에 수사했던 검사가 특검팀에 직접 참여하거나 검찰의 수사 협조를 받기가 비교적 쉬웠다. 서울 소재 지방검찰청 소속 한 부장검사는 “경찰이 방대한 자료만 던져놓고 협조해 주지 않는다면 기록 검토에도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면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들이 특검팀에 배치돼 협조할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수사팀이 합류하지 않는다면, 특검팀은 이 사건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는다.
특검팀이 드루킹으로부터 어떤 진술을 이끌어낼지도 관건이다. 앞서 드루킹은 옥중편지를 통해 김 당선인이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프로그램)를 이용한 댓글 조작을 지시하고,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에 방문해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주장했다. 드루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와 같은 주장을 펼치면서 경찰의 김 당선인 재소환은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라, 특검이 어떤 형태로든 김 당선인을 소환해 조사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당선인이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어, 특검팀은 우선 드루킹 등 관련자들의 진술 및 기초자료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경찰에서 진술을 거부하던 드루킹이 특검에서 입을 여느냐 여부도 수사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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