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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김동연 패싱’ 선 그었지만… 경제 '원팀 원보이스’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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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김동연 패싱’ 선 그었지만… 경제 '원팀 원보이스’ 힘들다

입력
2018.06.04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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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이후 1년간 패싱 논란 되풀이

“자신만의 콘텐츠 보여주지 못한 것도 원인”

김 부총리 이미 위상 깎일대로 깎여

靑 다시 “경제전반 전권 줬다”지만

법제상 낮은 장관급이 내놓을 정책 집행에 그쳐

세계 경제 호황 속 우리 경제지표 악화

“단일팀으로 움직이지 못한 탓” 지적도

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며 이낙연(오른쪽) 국무총리, 김동연(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가운데)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며 이낙연(오른쪽) 국무총리, 김동연(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이른바 ‘김동연 패싱’ 논란에 청와대가 선을 긋고 나섰다. 대통령까지 나서 김 부총리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하지만 김 부총리의 위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데다가, 소득주도성장 등 핵심 경제정책은 청와대를 중심으로 추진될 전망이어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 부문에서 ‘원팀 원보이스’(한 팀으로서 같은 목소리를 낸다)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3일 정부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공약을 했기 때문에 무조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상황이 안 좋으면 못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을 거론한 것은 처음으로, 김 부총리가 최근 최저임금 정책에 대해 연거푸 주장한 내용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에서 김 부총리에 힘을 실어준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일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왜 기재부 장관을 경제부총리로 앉혔겠나”라며 “경제정책 전반의 권한을 기재부 장관에게 줬기 때문에 경제부총리라는 직책을 준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청와대의 시도는 처음은 아니다.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에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김 부총리의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을 찾아 “김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경제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보수적 관료 출신이자 시장주의자인 김 부총리가 진보적이고 재벌개혁 성향의 정권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됐다. 당시 김 위원장은 “경제팀이 ‘원팀’으로 ‘원보이스’를 내는 것은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1년 동안 ‘원팀 원보이스’는 거의 없었다. 소득세ㆍ법인세ㆍ보유세 인상 등 부자 증세, 부동산 재건축 연한 강화, 가상화폐 등 상당수 경제정책에서 김 부총리보다는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정치인 출신 장관들과 여당 지도부, 청와대 참모 등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올해 청년일자리 대책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등을 지휘하면서 김 부총리가 잠시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제 목소리를 내는가 싶더니, 다시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으로 청와대 참모, 여당 지도부와 대립하며 고립되는 모양새다.

청와대의 지원 사격에도 김 부총리 중심의 ‘원팀 원보이스’가 나올지는 의문이다. 이미 경제정책 3대 기조는 지난달 29일자로 소득주도성장은 장 실장, 공정경제는 김 위원장, 혁신성장은 김 부총리로 재편됐다.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에서 장관급 인사들이 추진하는 정책에 직제상 위인 부총리가 집행자 역할만 하게 된 셈이다. 기재부 공무원 사이에서 “청와대 하청업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한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정부 경제정책 3대 기조는 서로 연결돼 있는 패키지로 일관된 체계를 위해서는 한 명의 사령탑, 즉 부총리가 진두지휘할 필요가 있다”며 “3각 편대는 부자연스럽고 인위적인 교통정리”라고 지적했다.

한편에선 김 부총리 책임론도 나온다. 그가 경제정책 수장으로서 자신만의 ‘핵심 콘텐츠’를 내놓지 못하면서 역할 약화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김 부총리가 혁신성장의 구체적인 내용을 잘 설계해 문 대통령 등을 강력하게 설득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책을 둘러싼 당국자들의 불협화음이 우리 경제의 불안 요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빈부 격차 확대, 근로자 수 증가폭 둔화 등 각종 경기지표 악화에도 정부가 시의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다 보니 ‘경기 침체론’과 같은 위기론이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표학길 서울대 명예교수는 “세계 경제가 호전되고 있는데도 경제지표가 기대에 못 미치는 건 결국 경제팀이 단일팀으로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사람 중심이 아니라 직제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부총리에 누가 오더라도 결과는 같다”고 꼬집었다.

세종=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세종=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세종=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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