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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KDI ‘청년 취업난’ 엇갈린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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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KDI ‘청년 취업난’ 엇갈린 진단

입력
2015.10.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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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고학력자 증가에 따른 노동력 구조변화 탓”

KDI “고학력자 일자리 기피는 설득력 약해”

정책 대안 역시 두 기관 엇갈린 해법

21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5 광주·전라 청년 20만+ 창조 일자리박람회’에 구직자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문구를 적은 쪽지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5 광주·전라 청년 20만+ 창조 일자리박람회’에 구직자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문구를 적은 쪽지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 나온 구직자들은 고졸 일자리에 기꺼이 가는가, 그렇지 않은가.’

심각한 청년 취업난의 원인과 해법을 놓고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엇갈린 입장을 내놨다. 정부에 경제구조 개혁을 요청하며 적극 ‘정책 훈수’를 두고 있는 한은은 고학력자 증가, 경직된 노동 관련 제도 등 노동시장의 공급 측면을 문제 삼은 반면, 대표 국책연구기관 KDI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 임금 양극화 등 수요 측면의 문제점을 부각하고 나섰다.

경제연구 인력 면에서 국내 1, 2위이자 전통적 라이벌 관계인 두 기관의 입장차는 21일 나란히 발표한 보고서에서 표면화됐다. 한은은 이날 ‘주요국 노동시장의 미스매치(학력, 기술 등 조건 불일치로 노동 수요-공급이 연결되지 않는 현상) 현황 및 시사점’을 공개했고, KDI는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와 공동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산업 발전방향’을 발표했다.

두 보고서 모두 국내 청년고용 사정이 다른 주요국에 비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인식을 같이 한다. 주요 5개국(한국 미국 독일 스페인 일본)을 대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노동시장 미스매치 심화 정도를 분석한 한은 보고서는 한국의 미스매치 수준이 5개국 중 두 번째로 높았고 특히 청년층의 미스매치가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KDI 역시 1995년 한국의 청년 고용률(남성 25~29세 기준)은 21개국 중 5위였지만 지난해 순위는 뒤에서 다섯 번째였다고 지적했다.

두 기관은 그러나 청년 취업난 심화 요인을 두고 시각이 엇갈렸다. 한은은 청년층 인구 감소 및 고학력자(대졸 이상) 증가에 따른 노동력 구조변화를 먼저 꼽았다. 다른 세대에 비해 이직이 활발한 청년층 비중이 고령화로 줄어드는 반면 학력에 걸맞은 처우를 원하는 고학력자는 늘어나면서, 시장 여건에 따른 인력 수급 변화가 예전만큼 유연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은은 또 고용 및 해고, 임금 결정, 노사관계 등 노동시장 관련 제도가 경직적인 점, 원활한 구직 및 재취업을 돕는 일자리 매칭 제도가 비효율적인 점도 청년층의 고용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KDI는 "고학력 청년층의 일자리 기피가 실업 증가 요인이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주장했다. 대졸자가 고졸 일자리를 선택하는 '과잉학력 현상'이 이미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고졸 또는 전문대졸 등 학력요건 수준을 낮춰 취업하는 대졸자 비율이 20%에 이른다는 통계를 근거로 제시한 KDI는 일자리 간 임금 격차 확대를 청년층 취업 저해 요인으로 꼽았다. 일자리 질이 크게 차이날 경우 구직자는 차선책을 택하는 대신 '스펙 쌓기'나 '직장 탐색'을 지속하며 '좋은 일자리' 입성을 노리는 선택을 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한은과 KDI가 각각 제시한 정책 대안에서도 양 기관의 입장차는 이어졌다. 한은은 "고학력 인력의 과잉 공급을 조절해야 한다"며 대학 정원의 합리적 조정, 대학-산업 연계강화를 주문했다. 직업훈련 시스템 확충, 일자리 매칭서비스 확대를 통한 일자리 탐색 기간 축소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반면 KDI는 청년들이 고임금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일자리' 창출, 특히 기술 및 지식 집약형 서비스산업 육성에 방점을 찍었다. 또 "기업의 생성과 소멸이 활발한 시대가 청년 일자리 창출에 유리하다"며 기업의 시장 진입 및 퇴출이 활발한 역동적 기업환경 조성을 주문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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