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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외국인들은 서울에 다시 오고 싶을까

입력
2016.05.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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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외국인이 정거장 이름을 물어본 적이 몇 번 있다. 안내 방송이 잘 들리지 않아 눈으로 확인해야 했는데 차량 내부 전자안내판에도 역명이 나오지 않았고 차창 밖에도 표지판이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문이 열리기를 기다려 내리다시피 해서 표지판을 확인한 뒤 알려 줬다.

지하철 1호선은 정차 후 안내판에 역명이 한글, 영문, 한문으로 돌아가며 표시 되는데 다른 일부 지하철 노선은 그렇지 않다. 또 차창이나 문이 열렸을 때 역명 표시가 정확히 보이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국내 지하철을 처음 이용하는 외국인들로서는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일본 지하철의 경우 정차 시 항상 차량 내 안내판에 역명이 표시돼 외국인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외국인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풍경은 이 뿐만이 아니다. 주말에 한강 주변 고수부지나 서울숲에 가보면 잔뜩 쌓여 있는 쓰레기를 볼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공원에서만 주말에 하루 평균 20~30톤의 쓰레기가 나온다고 한다.

서울시 집계에 따르면 가족 나들이가 많은 5월과 8월에 연중 쓰레기 배출량이 많다. 지난해 기준 연간 3,805톤의 쓰레기 가운데 8월에 559톤, 5월에 490톤의 쓰레기가 나왔다.

그런데 서울에 쓰레기가 넘쳐 나는 것을 시민의식의 부재로만 탓할 수는 없다. 1995년 정부에서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하며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기 위해 길거리 쓰레기통을 일제히 없애 버렸다. 전철역에 일부 남아 있던 쓰레기통도 이후 테러 위협 차단을 이유로 전부 치워 버렸다. 그 바람에 하루 종일 시내를 돌아 다녀도 쓰레기통 찾기 힘들다.

쓰레기통이 없으면 쓰레기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지극히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흔히 관광하기 좋은 깨끗한 도시로 일본 도쿄를 꼽는다. 도쿄는 서울과 달리 거리 곳곳에서 쓰레기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드리아해의 진주’로 통하는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는 거울처럼 반짝이는 깨끗한 스트라둔 대로를 자랑한다. 이 곳에는 대로 주변으로 갈라진 수십 개 골목마다 허리춤 높이에 작은 통들이 매달려 있다.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거리를 깨끗하게 만드는 두브로브니크식 쓰레기통들이다.

영국 런던은 한 발 더 나아가 2012년에 스마트 쓰레기통을 도입했다. 영국 리뉴솔루션사가 개발한 스마트 쓰레기통은 커다란 우체통 모양의 쓰레기통 양면에 액정화면(LCD) 표시장치를 부착해 실시간 뉴스, 날씨, 여행 정보 및 광고 등을 보여 준다. 광고 수익의 1%는 세계야생동물보호협회에 기부된다. 또 와이파이 접속장치까지 달아 놓아 지나는 사람들이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이 쓰레기통은 다양한 기능 때문에 대당 가격이 200만원을 호가한다. 비싸지만 거리를 깨끗하게 만들고 볼거리도 제공하며 돈도 벌고 있으니 꼭 탓할 것만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쓰레기통을 없애는 거꾸로 가는 탁상행정 때문에 서울시가 쓰레기 몸살을 앓게 됐다. 결국 서울시는 한강 공원에 설치된 쓰레기통을 현재 580개에서 700개로 늘릴 예정이다.

한 나라의 관광 산업은 외국인 수천 명을 모아서 치맥이나 삼계탕을 먹는 떠들썩한 이벤트만으로 키울 수는 없다. 영화나 드라마, 노래 덕분에 인기를 끄는 한류 관광도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란 보장이 없다.

정작 중요한 것은 외국인들이 한 번 방문하면 다시 찾아오고 싶게 만드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외국인들이 일상에서 불편을 겪지 않도록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표지판, 쓰레기통 등 기본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것들은 작은 부분이지만 국가 이미지를 좌우하는 커다란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일들이다.

최연진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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