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ㆍ맥주 등 발효주, 불순물 남아 숙취
어젯밤 막걸리로 시작해 맥주로 술자리를 마친 사람과 소주로 시작해 양주로 끝낸 사람 중 다음날 누가 머리가 덜 아플까. 당연히 후자다. “독주를 마시면 다음날 아침 머리가 아프지 않다”,“비싼 술은 제값을 한다”고 말한다. 술이 비싸서가 아니라 이유가 있다. 위스키, 브랜디, 고량주, 소주 등 독주를 마시면 왜 다음날 머리가 덜 아플까.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은 “독주는 증류할 때 불순물이 제거되기에 숙취가 덜하다”고 했다. 김윤준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술에 불순물이 많이 들어 있으면 아세트알데히드 등 독성물질이 만들어져 숙취를 일으킨다”며 “위스키ㆍ보드카ㆍ브랜디 등 증류주와 소주 같은 희석주는 불순물이 제거돼 숙취가 덜하다”고 했다. 국산 위스키 1호인 윈저를 비롯해 패스포트, 씨그램 등을 만든 이종기 오미로제 대표는 “술에는 에틸알코올 등 400여 개의 성분이 들어 있다”면서 “위스키ㆍ보드카 등 증류주는 증류와 숙성을 통해 숙취를 일으키는 불순물이 대부분 제거된다”면서 “맥주ㆍ막걸리 등 발효주는 증류주와 달리 불순물이 그대로 남아 있어 과음하면 머리가 더 아프다”고 덧붙였다.
한의학에서도 독주에 대한 기록을 살필 수 있다. 고석재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교수는 “동의보감에 ‘좋은 술은 성미가 뜨겁고 독하며 맑고 향기로워 맛이 좋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독주를 즐기는 애주가들은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마셔 위ㆍ간 등 장기에 손상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이 몸에 흡수되면 식도와 위 등을 손상해 구강암ㆍ식도암에 걸릴 위험이 있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독주가 아니어도 술을 많이 마시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했다. 술 종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반대로 말해 자기에게 맞지 않은 술을 먹으면 숙취를 우려해 과음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아무리 좋은 술이라도 적당량을 넘기면 숙취는 물론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개인차는 있지만 1시간에 분해되는 평균 알코올 양은 10g정도다. 마시는 양에 상관없이 분해되는 알코올 양은 일정하다. 알코올 10g이 포함된 술 한 잔을 ‘표준 잔’이라 한다. 예컨대 주량이 소주 한 병(360㎖ㆍ알코올 도수 18%)이라면, 섭취한 알코올 양은 360 X 0.18 X 0.8(술의 양을 알코올의 양으로 바꾸는 지수)= 51.84g이다. 표준 잔으로 5잔을 넘긴 수치다. 주량이 소주 한 병인 사람이 숙취를 해소하려면 5시간 이상 필요한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남성은 하루에 표준 잔 2잔, 1주일에 표준 잔 14잔 이하를, 여성은 하루에 표준 잔 1잔, 일주일에 표준 잔 7잔 이하만 마시도록 권고하고 있다. 제아무리 주당이라 해도 술을 빨리 마시고 폭음하면 술에 이길 장사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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