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등 법정공휴일을
근로계약서에 휴일로 정해야
통상임금의 50% 수당 지급
“손님 밀려들어 쉴틈 없는데
행여냐 밉보일라 말도 못 꺼내”
근로기준법 무시 매장도 상당수
“어린이날에도 쉬는 시간 없이 일했는데 수당 얘기는 없네요.”
올 여름 군 입대를 앞둔 대학생 이모(20)씨는 2월부터 서울 소재 한 유명 뷔페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있다. 매주 월~토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주방에서 설거지 등 각종 잡무를 도맡아 처리하면서 이씨가 받는 시급은 최저임금인 6,030원. 그는 어린이날은 물론이고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6일에도 일을 해야 하지만 추가수당에 대한 기대는 접었다. 이씨는 5일 “아르바이트생에게 휴일수당은 사장님 기분에 따라 줄 수도 안 줄 수도 있는 일종의 보너스”라며 “공휴일이라 손님이 미어터지는데도 괜히 밉보일까 봐 돈을 더 달라는 말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모처럼 찾아 온 ‘황금연휴(5~8일)’로 전국이 들떠 있다. 하지만 음식점이나 카페 등 서비스업종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는 고달픈 휴일일 뿐이다. 휴일에는 나들이 고객이 몰려 들어 업무강도는 훨씬 세지기 마련. 그렇지만 돈을 더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을(乙)의 처지에서 감히 수당을 달라는 요구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대학에 입학하면서 자취를 시작한 조모(20ㆍ여)씨도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었다. 음식점에서 서빙과 카운터 업무를 하는 조씨의 근무시간은 오후 3~10시. 공휴일이면 자정까지 추가근무를 하는 날도 허다하다. 그 동안 PC방 야간 아르바이트, 음식점 서빙 등 별별 아르바이트를 다해봤지만 사장들은 휴일수당은커녕 야간수당도 챙겨 준 적이 없다. 조씨는 “그래도 이 곳에서 석 달 동안 일하니 시급이 6,500원에서 7,000원으로 올랐다”며 “수당 얘기를 꺼내 긁어 부스럼을 만들 바에야 푼돈이라도 시급이 올라간 사실에 위안을 삼는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업주가 이씨와 조씨에게 수당을 주지 않더라도 위법은 아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법정공휴일에 일하거나 야간에 추가 근무를 한 근로자(5인 이상 사업장)에게 통상임금의 50%에 해당하는 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단 사용자와 근로자가 어린이날, 임시공휴일 등 법정공휴일을 근로계약서에 휴일로 정한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
아르바이트생이 별도 계약 없이 법정수당을 받을 수 있는 날은 근로자의날과 주당 15시간 이상 근무했을 때 돌아오는 유급휴일(주휴수당)뿐이다. 두 사람은 근로계약서에 법정공휴일을 휴일로 지정하지 않은 탓에 평소보다 훨씬 고생하고도 수당은 받을 수 없는 셈이다.
문제는 상대적 약자인 아르바이트생들이 해고가 두려워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조씨는 “야간수당, 휴일수당의 개념을 알고 있었지만 계약서에 해당 내용을 담자고 요구하면 채용하지 않을 것 같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런 권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아르바이트생도 태반이다. 대기업 계열 화장품 체인점에서 근무하는 이모(22ㆍ여)씨는 “근로계약서에서 4대보험과 쉬는 시간, 간식비 등을 챙겨주길래 ‘역시 대기업은 다르다’고 생각했다”면서도 “휴일수당이라는 걸 받을 수 있는지 몰랐다”고 털어놨다.
근로계약서를 쓰면 그나마 다행이다.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등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도 여전히 많다. 알바노조가 지난달 아르바이트생 1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근로계약서 없이 일하고 있다’는 응답은 41%에 달했다. ‘주휴수당과 야간근로수당을 받는다’는 답변도 각각 37%, 50%에 그쳤다.
최기원 알바노조 대변인은 “주 15시간 일하면 부여하는 유급휴일 외에 가산수당을 취업규칙으로 정한 사업장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아르바이트생 스스로 근로기준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금전적 권리를 사용자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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