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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경 기자

등록 : 2018.03.25 16:12
수정 : 2018.03.25 16:37

사학스캔들에도 아베 ‘자위대 명기’ 개헌안 공표

등록 : 2018.03.25 16:12
수정 : 2018.03.25 16:37

재차 대국민사과로 개헌 추진 의욕 비쳤으나

당내 구심력 약화로 연내 국회 발의 미지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당 전국간사장 회의에서 사학스캔들과 관련해 사죄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사학스캔들과 관련한 재무성 문서조작 스캔들로 곤경에 처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5일 자위대를 명기한 개헌안을 공표했다.당초 개헌안 발표가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뒤집고 위헌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도지만 당내 아베 총리의 구심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연내 국회 발의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이하 추진본부)는 이날 당대회에서 헌법 9조(평화헌법)의 기존 조항을 수정하지 않은 채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내용을 담은 개헌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전쟁 포기와 전력(戰力) 보유 불가를 각각 규정한 헌법 9조 1항과 2항을 그대로 두었으나, 9조의 2를 신설해 ‘전조(9조 1, 2항)의 규정은 우리나라의 평화와 독립을 지키고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자위의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그러기 위한 실력조직으로서 법률이 정하는 것에 따라 내각의 수장인 총리를 최고의 지휘감독자로 하는 자위대를 보유한다’로 규정했다. 이밖에 64조의 2와 73조의 2를 바꿔 대규모 재해발생 시 내각에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진 ‘긴급 정령’을 발표할 수 있고, 국회의원의 임기를 연장하는 내용을 개헌안에 포함시켰다. 교육의 중요성을 국가 이념으로 위치시키고 참의원 선거구를 조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사학스캔들이 확산되고 있고 개헌에 대한 야권 반발이 거세지면서 자민당 지도부가 바라는 대로 연내 국회 발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재무성의 문서조작 스캔들이 불거진 뒤 한달 동안 10% 이상 급락했다. 문서조작과 관련해 사가와 노부히사 전 국세청 장관의 국회 소환이 27일 예정돼 있고,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의 소환을 요구하는 의견도 거세다.

아베 총리는 이날 당 대회에서 사학스캔들을 언급하고 “행정의 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재차 대국민사과를 했다. 그러면서도 “드디어 창당 이후 (최대) 과제인 헌법 개정에 힘쓸 때가 왔다”며 “자위대를 명기해 위헌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것은 지금을 사는 정치, 그리고 자민당의 책무”라며 개헌 추진에 의욕을 내비쳤다.

하지만 야권은 냉담하게 반응했다. 에다노 유키오 입헌민주당 대표는 전날 “자민당이 헌법 9조를 바꿔도 자위권의 범위가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신뢰할 만한 얘기가 아니다”고 비판했고, 시이 가즈오 공산당 위원장은 “헌법을 망가트리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정권에게 헌법을 바꿀 자격은 없다”고 비판했다. 개헌에 우호적이었던 일본유신의회에서도 “국회가 안정돼 숙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아베 내각의 붕괴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자민당 내에서도 일치된 의견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날 요미우리신문은 9월 예정된 당 총재 선거에서 자위대 명기 등을 둘러싼 노선 경쟁이 재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베 총리와 경쟁 관계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은 지난 23일 자신의 블로그에 “총재(아베 총리)의 설명도 없는 상황에서 (9조 2항 유지가) 결정된 경위에 강한 위화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전력 보유 불가 조항을 그대로 둔 채 자위대를 명기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연내 발의가 불발될 경우 개헌 스케줄은 더욱 꼬이게 된다. 내년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자민당 등 개헌 추진세력이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 의석 확보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도쿄=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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