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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한국포럼] 에번스 리비어 “판문점 선언, 과거의 빈말 재포장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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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한국포럼] 에번스 리비어 “판문점 선언, 과거의 빈말 재포장한 것”

입력
2018.05.03 17:4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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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고립 자초하며 만든 핵무기

쉽게 포기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북 비핵화 약속도 냉철히 따져야”

‘2018한국포럼'이 한국일보 주최로 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에번스 리비어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선임연구원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2018한국포럼'이 한국일보 주최로 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에번스 리비어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선임연구원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북한이 수십억달러의 비용을 들여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까지 자초하며 어렵게 개발한 핵무기를 쉽게 포기할 수 있을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에번스 리비어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객원선임연구원은 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8 한국포럼’ 두 번째 세션(비핵화와 평화체제) 주제발표에서 “북한의 비핵화 약속이 고무적인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빈말을 재포장한 것에 불과한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먼저 리비어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많은 상징으로 가득 찬 사건을 통해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정착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며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한국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장면을 보면서 분단이 사라진 것처럼 느끼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판문점 선언은 ‘재활용된 희망과 열망의 개요서’”라며 “낙관주의와 비관주의를 모두 갖춘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실패나 오판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조심스레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리비어 선임연구원은 “두 정상이 1대 1로 햇빛 아래에서 편안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연출한 장소는 바로 얼마 전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 간 북한 군인을 사살하려 했던 곳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 내내 자신 있게 미소 짓고 남한 땅을 활보하는 모습은 자신이 운전자석에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리비어 선임연구원은 나아가 두 정상이 발표한 판문점 선언을 “미래의 성공을 위한 체크리스트이면서도 과거의 실패를 상기시키는 모순적인 문서”라고 표현한 뒤 “오랜 협상의 결과로, 북한 핵 문제부터 이산가족 상봉까지 한반도에 관한 모든 현안을 다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1972년의 7ㆍ4 남북공동성명과 91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열린 남북정상회담 등을 언급하며 “한반도 협력과 비핵화, 평화에 대한 꿈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하면 신중하고 회의적인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리비어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대화에 참여한 의도와 비핵화 방법에 대해서도 신중하고 냉철하게 분석할 것을 강조했다. 2005년 남북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자가 합의한 ‘9ㆍ19 공동선언’이 북한의 핵 사찰 거부로 결렬된 사실도 상기시켰다.

그는 다만 “북한이 지금까지 대화에선 우리를 실망시켜 왔지만 이번에는 조심스레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의 협상이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선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에도 대처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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